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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먹는 물, 정말 안전한가?

[취재파일] 먹는 물, 정말 안전한가?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작성 2021.04.06 14: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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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온수에서 페놀이 검출됐다. 다섯 달 뒤에 다시 수질 검사를 했는데 또 페놀이 나왔다.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수치였다. 페놀이 검출된 동에 사는 주민들은 긴급 교체를 요구했지만 다른 입주자들의 동의가 필요했고 업체 선정에도 시간이 걸려 여전히 문제의 온수 탱크를 쓰고 있다.

아파트나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많이 쓰는 SMC 물탱크 실링재에서 환경 호르몬인 DINP가 37,850ppm 검출됐다. 공인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실험 결과이다. 지난해 말 이른바 '국민 아기욕조'로 불린 다이소의 플라스틱 아기 욕조에서 기준치의 6백 배가 넘는 DINP가 검출돼 전량 리콜됐는데 아기는 물론 임산부까지 씻고 마시는 수돗물 저장소에서 위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DINP는 무엇인가?

DINP(Diisononyl phthalate)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이다. 말랑말랑한 아기 욕조 배수구처럼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 때 쓴다. 국제암연구기관(IARC)과 미국 국가독성관리체계(NTP)는 DINP를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지 않지만 규정이 엄격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DINP를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본다. 캘리포니아 '식수 안전 및 독성물질 관리법(Proposition65)'은 임산부가 DINP에 노출되면 산모를 거쳐 태아에도 영향을 준다며 3세 이하 유아가 입에 댈 수 있는 제품에서는 1천 ppm까지만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3세 이하 어린이 제품에서는 DIN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총합이 1천 ppm 이하가 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DINP가 검출된 물탱크 실링재는 무엇인가?

SMC 물탱크는 여러 패널들을 조립해서 만든다. 누수를 막기 위해 패널 사이를 이 실링재로 밀봉한 뒤 볼트로 조인다. 문제는 이 실링재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물에 불어 삐져나온다는 것이다. 한 물탱크 청소업체 관계자는 "물탱크에 물이 빠졌다 들어갔다 하면서 수압이 생겨 자연스럽게 실링재가 빠져나온다"고 말한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지은 지 2년 정도 된 아파트는 물론 초등학교, KTX 역사, 호텔 등의 물탱크에서 실링재가 빠져나오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한 달 정도 수조에 담가보기도 했는데 표면이 벗겨지는 것도 관찰됐다.

물탱크 실링재서 환경호르몬 물탱크 실링재서 환경호르몬
 

그래서 인체에 유해한가?

DINP 성분이 포함된 실링재가 삐져나오면서 물과 접촉한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현재로서는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 일단 당장 DINP를 검출할 수 있는 수질 검사 기관을 찾을 수 없었다. 실제 DINP는 반기에 한 번 이상 청소한 뒤에 하는 수질검사나 1년에 1회 이상 해야 하는 정기 검사 항목에서도 빠져 있다. 다른 나라들도 수질 검사에서 DINP를 따져보지는 않았다. 동물이 아닌 인간에 대한 유해성 연구가 아직은 부족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유아나 어린이 제품에 기준치 이상 쓰지 못하게 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것이 물과 맞닿았을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장기간 노출됐을 경우 위해성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보도의 목적이었다.
 

그래도 인증받았는데 믿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수도법에 따라 물에 접촉하는 모든 수도용 자재와 제품은 위생안전기준에 따른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물탱크도 KC인증이 필수다. 다만 현행 인증은 물탱크의 패널과 실링재 등을 모두 조립해 소형 모듈을 만든 다음 물을 보관해 수질을 검사하는 방식이다. 물탱크 실링재 가운데 KC 인증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는데 물기술인증원 담당자는 "인증을 신청한 실링재 제조 업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험할 때 물을 가둬두는 기간도 아파트 물탱크의 경우 14일에 불과하다. 물탱크 청소업체 관계자는 "몇 개월 정도 지나야 실링재가 물에 불어 삐져나온다"고 말했는데 2주 정도의 시간으로는 노후화에 따른 수질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김두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계속 성분이 변하는 만큼 시급한 관리 대상 화학물질을 정하는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인증을 조금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인증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물탱크 실링재서 환경호르몬
 

아파트 '페놀 온수'도 인증에 허점이 있었나?

서두에 쓴 서울 마포구 아파트의 온수 페놀 검출도 관리 사각지대의 문제였다. 온수 탱크 보수 과정에서 쓴 페인트에서 페놀이 검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업체는 KC 인증을 통과한 페인트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행 인증 방식은 온수 탱크를 아예 가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3도 정도의 수온에서만 위생 안전 여부를 따질 뿐 온수 탱크의 물 온도인 60도 정도에서는 시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온수탱크는 물이 한 번 가열된다는 이유로 수도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만 받는다. 수도법에 따른 위생안전기준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고 정기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겨울철에는 온수도 차가운 물처럼 양치질 등을 통해 음용할 수 있다. 온수 탱크도 수도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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