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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시기와 질투를 줄이는 직장생활 백서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인-잇] 시기와 질투를 줄이는 직장생활 백서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정례회의 시작 전에 프린트된 보고자료를 읽고 있었다. 이 회의 자료를 읽다 보면 확실히 지점 간 우열을 가름할 수 있다. 'A 지점은 이것을 잘하고 B 지점은 저것이 부족하고 C 지점은 아휴, 엉망이네.' 이렇게 속으로 지점별 우열을 판단 중에 D 지점 회의 자료에 눈길이 갔다. 모든 면에서 매우 훌륭했다. 나는 만족스러운 마음에 이 내용을 회의 모두발언 때 얘기했다. 그 순간 나는 봤다. 시기심 많은 A 지점장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며칠 뒤 긴급한 문제로 본사 주관 회의가 오랜만에 개최되었는데, 경영층은 회의가 열리자마자 좋지 않은 일이 발생된 것에 대한 온갖 질책과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전체를 향해 또 각 지사별로, 각 개인별로 경영층이 가졌던 불만족스러운 점을 매섭게 토로했다. 지사장 모두 다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그나마 괜찮은 저 A 지사장의 머리를 스캔해서 여러분들 머리에 이식을 하고 싶어요." 그 순간 나는 봤다. A 지사장과 라이벌인 자존심 강한 C 지사장의 얼굴에 불쾌감이 서려 있는 것을.

회의 종료 후 복귀하는 길에 내 머리 속에서 A 지점장의 굳은 얼굴과 C 지사장의 불쾌함이 서려 있는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각각의 회의에서 나 자신이나 경영층이 자신들을 더 혼낸 것도 아닌데 그들은 왜 싫은 표정을 지었을까? 잘난 사람 혹은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나 역시 한참 혈기 왕성할 때 능력이 엄청 뛰어난 S를, 나보다 나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상사한테 인정받는 P를 참 싫어했고 미워했다.

그런데 시기나 질투심은 어떤 마음인가?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상황을 미워하고 깎아내리려고 하는 묘한 마음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마음이 생길까? 강한 자아(자존심)와 비교로 인해 승패가 좌지우지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상 때문 아닐까. 강한 자아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서 느껴지는 열등감과 수치심을, 승자독식 세상은 적개심과 복수심을 발동 시켜 자존심과 경쟁의식이 결합된 시기나 질투심을 유발한다.

시기와 질투심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나는 과거 S와 P 때문에 겪었던 심적 고통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 난 누군가 그들에 대해 칭찬하는 것을 들을 때면 마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었을 때와 같은 심한 불쾌감, 속 쓰림 같은 감정이 불쑥 솟아났었다. 또 그들을 볼 때마다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마주한 것처럼 가슴과 눈에 적개심이 가득한 붉은 기운이 휘몰아쳤었다. 누구를 만나든 그들의 흉을 보았고 그들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뭔가를 꾸미려고 했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항상 마음속에 넣고 살다 보니 마치 어떨 때는 내가 백설공주를 죽이려 했던 못된 왕비가 된 듯했다.

『백설공주의 새엄마를 보세요. 외모에 대한 질투 때문에 백설공주를 끝끝내 죽이려고 하잖아요. 질투란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무서운 것? 무엇이 무서운 것일까요? 상대방을 해하려는 그 마음 자체가 무서운 것이지요.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질투로 인해 자아를 잃고 악하게 변해가는 자신을 보며 겪는 내적 갈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복수가 자기 파괴를 요구하듯이 질투 역시 보통 사람들에게 선량한 마음의 포기를 강요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주변 동료를 나쁜 사람으로 모함하고 또 실제로 파멸시키기 위해 내 속에 있는 사악한 마음들을 불러내면서 겪었던 심리적 갈등을 말이에요. 정말 괴롭지 않던가요?』

정말 그랬다. 시기와 질투심이 커지는 만큼 내 마음의 평안은 사라졌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선왕을 죽이고 "생명을 위한 향연의 최고의 자양분인 잠이여! 이제 잠을 잘 수가 없다. 아! 눈이 튀어나올 거 같구나" 했던 그 불안한 심리 상태가 당시 나에게도 지속되었던 것. 아마 A 지점장과 C 지사장도 지금 이런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좋지 않은 감정에서 우리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정말로 매우 쉽게 시기나 질투의 감정을 단숨에 없애버릴 수 있는 비결이 있다. 그 비결은 바로~ 그냥 그 사람의 잘남을 인정하고 내 모자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남의 잘남을 시기나 질투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정신 상태에 다다르기란 쉽지 않다. 여러 번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겪은 뒤에서야 깨닫는 넉넉한 마음 자세이다.

그런데 이 넉넉한 마음을 마음의 상처와 고통 없이 체득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 있다. 고려시대 문인 이인로의 글이다. "뿔 달린 짐승은 윗니가 없다. 날개가 있으면 다리는 두 개뿐이다. 꽃이 좋으면 열매가 시원치 않다." 즉, 신은 특정인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는 것. 이는 내가 질투하는 저 잘난 사람도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요, 어쩌면 저 잘난 사람의 부족한 점을 내가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이치가 이와 같다면 우리가 굳이 그를 시기, 질투할 필요가 있을까?

"잘난 사람도 부족한 것이 있다. 어쩌면 그가 부족한 것을 내가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누구나 마음의 상처와 고통 없이 남의 잘남을 쿨하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보다 잘난 사람이 하늘의 별처럼 많은 회사에서 스스로를 멍들게 하는 시기나 질투심에 시달림 없이 평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회사생활을 원하는가? 어렵지 않다. 잘난 사람을 보면 그냥 "정말 대단한데"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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