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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멀리 있는 택시가 배정된다면?

공정위, 카카오모빌리티 불공정거래행위 조사

[취재파일]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멀리 있는 택시가 배정된다면?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한참 만에 온다면? 그 사이 다른 택시 여러 대가 내 앞을 지나갔다면?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온 게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주변에 있는 일반 택시들이 내 콜을 잡아서 오는 게 아니라 좀 떨어진 곳에 있어도 자동 배정이 된 가맹 택시일 수 있습니다. 급하게 약속장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나가는 택시를 그냥 잡아타고 싶지만, 나 때문에 오고 있는 택시 기사님을 생각해서 콜을 취소할 수도 없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부터 가맹택시 영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일정 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차에 카카오 캐릭터 래핑도 하고 나면 일반택시들도 가맹택시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콜 하나마다 3%~4% 사이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수수료도 용납이 되는 가맹택시의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 배차’입니다. 일반 택시들은 휴대폰으로 콜 배정이 오면 빛의 속도로, 이걸 누구보다 빠르게 클릭해야 콜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맹택시는 손님이 많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이 콜이 자동으로 배차됩니다. 기사님이 목적지를 골라 잡을 수도 없지만, 일(콜)이 끊이질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는 겁니다. 지금처럼 코로나로 인해 손님 한명 한명이 간절한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식당 영업제한으로 오후 9시 직후 손님이 몰려서 택시가 부족한 일시적인 상황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카카오택시

#손님의 ‘콜’에 어떤 택시가 배정되느냐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카카오 측은 “가맹과 일반 택시를 가리지 않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사에게 콜을 보내거나 배차한다”고 하지만, 경기도와 택시 기사들이 실험한 결과를 보면, 유독 콜이 가맹택시에 몰립니다. 작년 12월 한 달 동안 비슷한 시간을 운행했던 가맹택시와 일반택시의 운행 건수를 비교하면 최대 6배까지도 차이가 납니다. 카카오의 주장대로 가맹택시와 일반택시에 똑같이 콜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콜 수락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야 하는 일반택시가 더 불리한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 가맹택시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사님들도 있습니다. 일반택시의 후기 별점이 높고, 차량 상태가 좋다는 등의 평가를 바탕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기사에게 가맹택시 제안을 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집니다. 이 연락을 은근히 기다리는 기사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럼 모두에게 잘 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승차 거부 없고, 쾌적한 가맹택시를 좋아하는 데다, 일반택시 기사들도 가맹택시로 가입하고 싶어 하니까요. 또 일부에선 “수수료 내는 가맹 택시에 카카오가 일을 몰아주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도 합니다.
 
#그래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공정’에 관한 부분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는 전국에 1만5천 대 정도로, 전체 가맹택시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콜 수도 카카오가 다른 앱을 압도합니다. 이용자들이 한 플랫폼에 정착하면 다른 플랫폼은 잘 쓰지 않는 특성을 감안하면 카카오는 앞으로 택시 시장을 독과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소비자와 택시기사들 모두 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할수록 그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한 플랫폼이 시장을 독과점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합니다. 낮은 수수료로 공급자들을 끌어모은 뒤 이 시장을 벗어날 수 없다 싶을 때 수수료를 인상합니다.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인상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수수료가 과다하게 인상됐다는 게 알려지고 비난을 받으면서 배민은 어쩔 수 없이 이 수수료 체계를 폐기했죠. 택시 수수료도 지금은 3%대로 낮은 상황이지만 언제 인상될지 알 수 없습니다. 국토부는 마카롱이나 T맵 택시 등 다른 앱 사용을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카카오가 주도하는 판세는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기사 안전벨트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걱정이라고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카카오가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면 이것 역시 공정 거래에 어긋납니다. 카카오가 택시와 고객들을 이어주는, 단순 중개만 했던 영업 초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중개 수수료 없다는 장점에 손님들은 물론, 일반 택시 기사들도 빠르게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카카오가 지금처럼 가맹택시 영업을 따로 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죠. 만일 가맹 택시와 차별을 둔다는 점을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클 수 있었을까요? 공정위는, 카카오가 콜 배정에 차별을 두고, 이 사실을 일반택시 기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지배력남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토부나 공정위 모두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산업을 막을 수 없다는 건 일관된 의견입니다. 게다가 일반 택시기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선 더 편하고 쾌적하게 바뀌는 택시 문화에 대해서 대부분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공정한 경쟁은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그렇다면 어디까지 제재가 필요한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공정위의 본격적인 조사는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공정위가 플랫폼 산업의 발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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