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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모두가 좋아하는 상사, 진짜 좋은 상사일까요?

[인-잇] 모두가 좋아하는 상사, 진짜 좋은 상사일까요?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SBS 뉴스

작성 2021.02.04 11: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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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모두가 좋아하는 상사, 진짜 좋은 상사일까요?
# 나쁜 상사.

어느 날 나는 지점장, 회사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최근 이슈가 된 몇몇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 한 대리 동기인 박 대리가 전근 가죠?"
"예. ㅇㅇ팀으로 간다고 합니다."
"가만있자 거기 팀장이, 아하 소 부장이군. (애써 다행이라는 말투로) 잘되었네요."
"박 대리도 되게 좋아합니다. 그 분 착하고 인자한 분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며."

이 말에 나는 속으로 '한 번 겪어봐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했지만 굳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직선적 성격인 지점장은 "사람은 좋죠. 하지만 사람이 좋다고……" 이 때 나는 얼른 "지점장처럼 소리 지르는 상사가 아니니 좋죠. 뭐." 하며 그 말을 끊었다.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이 대리가 나를 보며 묻는다.

"그런데 이번 A, B가 징계받았잖아요. 그런데 왜 책임자인 C는 징계에서 빠진 겁니까?"
"(우물쭈물 대며) 음, 그러니까 그게"
"C께서 업무가 잘못 처리된 것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고 실무자인 A, B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C가 평소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말을 자주 하셔서 직원들은 그 분을 믿음직한 상사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이 대리의 날 선 질문에 나는 "우리가 모르는 뭐가 있겠지"라며 말끝을 어물거리며 다른 주제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지점장은 이 대리와 한 대리를 답답해하며 뭔가 불편한 진실을 말하려고 했다. 나는 얼른 아직까지 때가 덜 탄 직원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박 부장의 어깨를 치며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그는 머뭇거리다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그들에게 했다.

"자, 생각해보세요. 누가 더 나쁜 보스(사장, 본부장, 팀장 같은 분들) 일까요? 1. 조직원 누구에 게나 호감을 받는 보스 / 2. 조직원 누구에게나 미움을 받는 보스 / 3. 그건 모르겠고 어쨌든 나를 괴롭히는 보스"

한 대리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3번이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제일 나쁜 보스 아닌가요?"
그러자 박 부장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내가 괴롭힘을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요? 자신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업무를 정말 못한다거나, 터무니없는 변명이나 반항을 자주 한다든가, 단합을 깨트리는 이기적 행동을 한다든가 그러면요. 아, 물론 한 대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하" 그러자 한 대리는 "그러면 얘기가 달라지죠"라며 한발 물러났다.

박 부장은 이 대리를 보며 답변을 청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2번이죠. 모든 사람이 싫어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그 보스는 나쁘다는 거겠죠"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박 부장은 빙긋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니요. 답은 1번입니다." 이 대리와 한 대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왜 그러냐고 박 부장에게 물었다. 박 부장은 답변을 해 주지 않고 "왜 1번인지 본인들이 알아보세요"라며 입을 닫았다. 나는 슬며시 웃으며 그들에게 힌트를 주었다. "공자, 향원, 영화 겨울 왕국에서 둘째 공주를 유혹했던 한스"

이렇게 점심식사 후 막간의 대화를 끝내고 우리는 다시 오후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는 컴퓨터와 서류와의 씨름을 마친 뒤 인터넷에서 공자의 이야기를 검색했다. '향원은 덕을 해치는 자이다.' 이 말을 설명을 해주는 여러 정보 가운데 다음 글이 눈에 띄었다.

『공자는 "향원은 덕을 해치는 자이다"라고 명확히 말을 했습니다. 여기서 "향원"이란 한 마을에서 선하다는 평판이 난 사람을 가리킵니다. 즉 누구에게나 호감은 받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공자는 선한 사람을 악한 사람보다 더 덕을 해치는 나쁜 사람이라고 했을까요? 일단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요, 나쁜 사람일까요? (…)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그를 좋아한다면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위선자입니다. 자신의 본 마음을 보이지 않고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빛깔만 좋은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보스는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최종 목적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 나에게 혹은 당신에게 "잘한다, 너 없으면 안 돼, 책임은 내가 져" 하며 진심은 들어있지 않는 멋있는 말과 영악한 행동을 해 댑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어이없게도 위선자인 그는 조직 내 인사평가에서는 나를 혹은 당신을 굉장히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한마디로 조직원의 단물을 빼먹고 버리는 냉정한 보스라는 겁니다. (…) 맹자의 말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는 사람은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풍속에 동조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때에는 충실하고 믿음직한 듯하며 행동하는 것을 보면 청렴하고 결백한 듯하지만 실제는 아니라는 거죠. 사이비입니다.』

회사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만으로는 그들의 진심을 알 수는 없다. 우리가 엄청 싫어하는 꼰대는 실제로는 꼰대가 아닐 수 있고, 우리가 사모하는 좋은 팀장은 실제로는 좋은 팀장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가면을 쓴 자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실망스러운 사실이지만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오염된 세상에서 살고 있기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이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하지?"를 생각하면 상대방이 같은 위선자라도 나의 뒤통수를 칠 사람인지 아닌지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속지 말자, 향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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