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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삭제 상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아"

[취재파일] "삭제 상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아"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 ② 디지털장의사 이덕영씨 일문일답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작성 2020.11.19 14:35 수정 2020.11.19 16: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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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는 걷잡을 수 없고, 삭제엔 한계가 있습니다. 사진은 물론 이름, 학교, 출신, 주소지까지 다 공개된 피해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적잖은 비용을 지불하고 유포된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해 사설 업체를 찾기도 합니다.

2015년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성범죄 게시글을 삭제하는 일을 하고 있는 디지털 정보 삭제사, 일명 '디지털장의사' 이덕영 씨를 만나 최근 '지인 능욕' 범죄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양태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11.19 취재파일용] 이덕영 디지털 장의사
Q. 최근 들어 특히 심각성이 화두가 됐지만 '지인 능욕'형 범죄도 등장한 지 꽤 오래됐다, 삭제 요청받는 범죄 피해 유포물은 주로 어떤 것인지?

= 사진에 나체를 합성하거나 다른 음란성 이미지를 합성해 유포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피해자의 사진만 도용해 이상한 글을 써서 유포하는 경우도 많다. 이름, 사는 지역, 미성년자거나 대학생일 경우에는 다니는 학교까지 써서 유포한다. 보통 요즘 SNS 계정을 다들 가지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도 공개한다. 웹 공간에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소위 좌표를 찍어주는 거다. 이런 종류의 범행은 사실 과거 2000년대 '디시인사이드' 여친 갤러리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불특정 다수에게 여자친구 사진을 보여주고 평가해달라고 하는 방식으로.

Q. 피해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 주로 주변 사람들이 볼까 봐, 주변 사람들이 알까 봐 걱정을 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무조건 내 일을 주변 사람이 아느냐, 모르냐가 가장 걱정거리다. 이걸 혹시 주변 사람이 봤으면 어떡하나, 그 걱정을 많이 한다. 내 경우는 연령대가 대학생 정도인 피해자들의 요청을 많이 받았다. 전화 문의는 미성년자들도 많이 한다. 나는 지금은 비용을 받고 하는 삭제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미성년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 오거나 하면 직접 삭제 방법을 가르쳐주곤 했다.

Q. 삭제 방법을 들어보니, 유포 경로를 일일이 추적해 게시물이 올라간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해야 하는 구조다. 사설업체에선 비용을 얼마나 받나?

= 공공기관에서 성범죄 피해 삭제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언제라도 삭제를 서둘러야 하는 피해자들은 돈을 내서라도 사설업체를 구하는 일이 많다. 통상 한 달 기간을 잡고 계속 모니터 하는데 15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도 받는다. 그러나 대개 미성년자는 물론이고 대학생들도 보통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해자들은 대체로 여성인데 전화 문의는 남성들한테 더 많이 온다.



Q. 상담을 해오는 남성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주로 피해를 본 여성의 친구라고 이야기를 한다. 여성분들은 백이면 백 어떻게 지우냐고 물어보는데 남성들은 보통 어떻게 잡는지 물어본다. '이거 잡을 수 있어요? 아니면 못 잡아요?' 이렇게. 그런데 최근엔 이런 문의가 너무 많다 보니까 본인이 (범죄물을) 올리고 제 발이 저려 물어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이 추적 가능한지, 잡힐 수 있는지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친구 또는 여자친구, 여동생이 당했다고 전화를 하면 피해자를 바꿔달라고 해서 어떻게 삭제하면 되는지 직접 설명해 준다. 그래도 몸캠, 성관계 불법 촬영물보다는 피해자들이 지인 능욕 범죄 본인 피해 게시물을 지울 때 좀 덜 힘들어한다. 다른 것들은 보기조차 힘들어해서 그런 걸 대신 삭제해달라고 한다.

Q. 주로 어떤 방식으로 모니터하고 삭제를 하는가?

= 말하자면 일명 '노가다'다. 온라인에서 뭔가를 완전히 삭제한다는 건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가짜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서 유포하고 폭파하고 하는 방식으로 흩어지기 쉽기 때문에. 그래서 의뢰를 받으면 해당 게시물에 반응하거나 '리트윗'한 사용자들을 모두 감시 대상에 올린다. 수시로 모니터하고 게시물이 올라갈 때마다 지우고 계정을 신고한다.

Q. 애초에 유포되지 않는 게 핵심인 것 같다. 최초 유포자 검거와 처벌이 매우 중요해 보이는데, 수사도 간단하진 않다고 들었다.

= 피해자들과 경찰서에 함께 찾아가 신고를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경찰들이 바빠서 그렇다. 사실 수사 역량은 충분하다. 텔레그램 사건(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사건) 다 잡히는 거 보니까 마음만 먹으면 다 잡겠더라. 하도 답답해서 내가 직접 유포한 사람들 추적을 해보기도 했다. DM이나 쪽지를 보내서 지인 능욕 합성물 의뢰한 사람들을 유인해 접속 로그 기록과 IP를 추적했는데 이걸 정작 경찰에 제출하니까 불법 증거물이라 채택할 수 없다고 하더라.

Q. 어떤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는 건가?

= 트위터면 트위터, 텀블러면 텀블러에 공식 수사 협조 공문을 보내서 취득한 자료여야 한다고 들었다. 물론 경찰 입장에서도 수시로 그렇게 본사에 공문 보내기가 쉽지 않을 거다. 하나하나 요건에 해당하는 걸 선별해야 할 거고, 한꺼번에 보내면 회사에서 특정해 주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Q. 수사기관 공조엔 시간 걸린다고 해도 소셜 미디어 기업이 삭제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 맞다. 예전엔 게시판에서 글을 쓰면 그걸 다운로드 받아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이런 과정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텀블러나 트위터 같은 것도 공유가 쉽다. '좋아요' 기능으로 친구들도 볼 수 있고 '리블로그', '리트윗' 개념이 생기니까. 기업은 메타 링크만 지워버리면 같이 다 지울 수 있다. 공유가 빨라진 대신 삭제도 쉬워졌다고 할까. 사실 '카카오톡'이 지금 영향이 가장 큰데 신고 기능 없다. 음란물은 메신저를 통해서 다 퍼지는데. 그런 점은 아쉽다.

Q. 피해 복구엔 어느 정도 걸릴까?

= 사실 낙관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대중들이 얼굴을 알고 있는 연예인들은 완전 삭제가 힘들고 피해자가 젊거나, 사진 영상 등 게시물이 고화질이거나, 사람들이 봤을 때 '평범하지 않다' 싶은 유포물은 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범죄 피해물이 유포되는 공간에서도 일종의 '트렌드'가 있다. 3~5년 지나 서서히 잊히는 것들은 대부분 음란물, 범죄 피해 유포물들이 계속 생산되면서 그쪽 '트렌드'가 바뀌면서다. 아예 떠돌지 않게 초기에 삭제하거나, 유포를 못하게 막는 게 필요하다.

Q.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까지 '범죄 근절'까진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 맞다. 다만 범죄를 목전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선 특히 미성년자들이 디지털 성범죄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의뢰를 받고 상담을 하다 보면 초등학생들이 피해를 많이 당한다. 성인들에게 협박도 당하고, 돈도 뜯긴다. 그런데 정작 부모들도 '남 보기 부끄럽다'면서 경찰에 신고를 못한다. 명백히 피해자인데. 교육도 필요하다. 비수도권 지역 소도시에선 사이버 수사하는 담당자들이 '텀블러'가 뭔지도 모르는 걸 보면 답답하다. 학교에서 성교육하는 담당자들도 이런 날 것의 디지털 성범죄를 피하지 말고 더 맞닥뜨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작가 김유미 이지율
영상편집 김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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