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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靑 대신 '전투식량 하자 개입' 입장 낸 방사청…개입일까, 아닐까

[취재파일] 靑 대신 '전투식량 하자 개입' 입장 낸 방사청…개입일까, 아닐까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11.17 13: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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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하자 판정 받은 B사의 전투식량 Ⅱ형
어제(16일) SBS 취재파일은 전투식량 업체 B사와 관련된 부조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 소재지 출신의 청와대의 방위산업 담당 C 선임행정관이 이 사안에 개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B사는 참기름 등의 유통기한이 짧은 전투식량 Ⅱ형 195만 개를 납품했고, 작년과 재작년 하자 처리 과정에서 이해 못할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장병들은 참기름 등의 유통기한이 지난 전투식량 Ⅱ형을 무수히 먹었습니다. B사는 경쟁사의 입찰 정보가 오롯이 담긴 방사청 서류의 유출 사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C 선임행정관의 개입이란 지난 5월 군수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직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B사의 전투식량 Ⅱ형에 대한 하자 처리의 적절성을 캐물은 것입니다. C 선임행정관의 고향도 나주, B사의 소재지도 나주입니다. C 선임행정관이 고향에 있는 B사 전투식량의 하자 판정이 타당한지를 기품원에 따진 행위는 부적절해 보인다고 SBS 취재파일은 지적했습니다.

청와대 또는 기품원이 보도에 대한 입장을 낼 줄 알았는데 잠잠했습니다. 엉뚱하게도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어제 입장자료를 대신 내고 "전투식량 Ⅱ형 계약은 관련 법령에 따라 수행됐고, 청와대를 포함한 외부기관이 부당하게 관여한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계약의 문제점은 누구도 문제 삼은 바 없습니다. SBS 취재파일은 전투식량의 하자 처리 과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청와대의 관여 여부는 청와대나 기품원이 답하면 모를까, 방사청이 끼어들 계제가 아닙니다.

● 전투식량 Ⅱ형의 문제점

나주의 B사는 2017년 상반기부터 91억 원 상당의 전투식량 Ⅱ형 195만 개를 군에 납품했습니다. 전투식량의 유통기한은 3년인데, 안에 든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의 유통기한은 2년이라는 사실이 납품 후에 드러났습니다. 2018년 6월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10조 위반으로 전량 폐기하라고 방사청과 기품원에 통보했습니다. 이에 전투식량 Ⅱ형은 2018년 8월부터 급식이 중단됐습니다.

쌀이 딱딱하다는 불만이 제기된 B사의 전투식량 S형 시식 장면
그런데 나주시가 2018년 11월 식약처 결정을 뒤집고 행정 불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름의 유통기한이 짧은 것은 괜찮다는 판단입니다. 방사청과 기품원은 즉각 전투식량 Ⅱ형의 급식을 재개했습니다. 식약처는 장병들에게 먹이지 말라는데도 나주시가 먹여도 된다니까 당국은 단호하게 나주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식약처가 검토 끝에 B사의 식품위생법 위반의 건을 2019년 4월 광주지검으로 송치했고, 2019년 6월 검찰은 "피의 사실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품원은 이때 급식 중단과 하자 처리를 해야 한다고 방사청에 알렸습니다.

방사청은 꿈쩍도 안 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호통을 치니까 방사청은 2019년 8월 급식을 중단했습니다. 하자 판정은 2019년 9월에야 내려졌습니다.

정리하면 방사청과 기품원은 식약처의 판단은 가볍게, 나주시의 판단은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검찰이 위법이라고 하고 야당 의원이 윽박지르니까 그제서야 방사청은 식약처의 결정을 따랐습니다. 급식 재개 결정은 신속했지만, 급식 중단 결정은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장병들은 전투식량 Ⅱ형 195만 개 중 125만 개를 먹었습니다. 오래된 전투식량을 먼저 먹이는 관행에 따라 장병들은 유통기한 지난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을 숱하게 먹었습니다. 나머지 70만 개는 경북 영천의 육군 5보급대에서 기약 없이 상하고 있습니다.

● 청와대 방위산업담당관은 무엇을 했나

B사는 순순히 하자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말 청와대 안보실의 방위산업 담당 C 선임행정관이 기품원 직원들을 청와대로 호출한 것입니다. 기품원 핵심 관계자는 "기품원이 나주시 판단대로 (계속 급식)했으면 C 행정관은 아무런 얘기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와 검찰의 결정에 따라 급식은 중단됐고, 하자 처리가 진행 중입니다. C 선임행정관은 기품원 직원들에게 "왜 그렇게 하자 처리를 했나", "처음에는 문제없다고 했다가 왜 다시 하자 처리했나"라고 물었다고 기품원 측은 밝혔습니다. 이에 기품원 직원들은 "나주시가 문제없다고 해서 문제없는 것으로 처리했다가 나중에 검찰이 문제 있다고 하니까 하자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사청
청와대 방위산업담당관이 고향 업체의 부조리한 일로 관련 기관의 직원들을 불러 위와 같은 말을 했으니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적절한 행동이었으면 칭찬의 말이 돌았겠지요.

● 방사청도 '청와대 행정관의 기품원 직원 호출' 인정

청와대 방위산업담당관의 처신에 문제가 없다면 청와대가 입장자료를 내면 될 일입니다. 방사청이 왜 어제저녁 7시가 다 돼서 부랴부랴 C 선임행정관을 옹호하는 입장자료를 냈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국방부 정례브리핑 때 물어봤습니다.

-기자 : 청와대 행정관이 자기 고향 (업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기품원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묻고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청와대가 개입했느냐, 안 했느냐에 대한 입장 자료를 (방사청이) 냈으니까 이것에 대해서도 방사청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사청 대변인 : 청와대 행정관이 한 어떤 질문이나 이런 부분은 제가 확인한 바 없습니다만, 기품원에서 설명하는 과정은 정상적인 설명의 과정이었다고 어제 (기품원이 문자 메시지로) 공지해 드린 바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청와대 안보실의 방위산업담당 C 선임행정관이 지난 5월말 기품원 직원들을 불러 B사의 전투식량 하자 처리 과정을 확인한 것은 방사청, 기품원 모두 인정하는 팩트입니다. 주고 받은 대화도 대충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방사청과 기품원은 "기품원 직원들의 대응은 정상적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청와대가 불러서 물어보니까 대답한 기품원의 행동은 문제가 없습니다.

관건은 그것이 아닙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은 청와대 안보실의 방위산업담당 C 행정관의 행동이 적절했는지 입니다. 어제도 그제도 진상을 듣기 위해 C 선임행정관에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 [2020.11.17 취재파일] 전투식량 195만 개 불량 사건…"靑 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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