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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투식량 195만 개 불량 사건…"靑 개입했다"

[취재파일] 전투식량 195만 개 불량 사건…"靑 개입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11.16 09:30 수정 2020.11.16 10: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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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취재파일은 지난 12, 13일 전투식량 업체 B사의 관계인에게서 경쟁업체 A사의 입찰 정보 일체가 기재된 방사청 서류가 나오고, 현행 법 위반인 줄 알면서도 참기름 등의 유통기한이 짧은 전투식량 Ⅱ형을 제때 조치 안 해 장병들에게 125만 개나 먹이고, 쌀 안 익는 전투식량 S형은 오래 기다렸다가 먹으라고 지시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등을 비판하는 연속 보도를 했습니다.

방사청이 지난 13일 SBS 취재파일 보도에 대한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내용은 "입찰 서류 유출 건의 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유통기한 지난 참기름 등을 사용한 전투식량은 보급 중단했고, 제조업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쌀 안 익는) 전투식량 S형에 대해선 품질 개선된 제품을 보급하고 있다"입니다. 방사청은 전투식량 Ⅱ형의 도입과 관리 과정의 부조리, 전투식량 S형의 안 익는 쌀의 문제, 그리고 방사청의 잘못을 전면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B사의 전투식량 사건에 대한 방사청의 입장자료
Ⅱ과 S형 모두 전남 나주 소재의 B사가 만든 전투식량입니다. 방사청 입찰 자료 유출도 B사의 마케팅 담당 업체 관계자에게서 나왔습니다. 방사청 내외부에서 B사를 챙기는 방사청 고위직 인사의 실명이 나돌았습니다.

이에 더해 청와대 안보실에서 방위산업을 담당하는 2급 선임행정관 C 씨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진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C 행정관이 군수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직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B사의 문제를 잘 해결하라"며 혼을 냈다는 증언들입니다. C 행정관은 B사 소재지인 나주 출신입니다. 진상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B사와 전투식량, 어떤 일 있었나

SBS 취재파일로 자세히 보도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B사의 전투식량 사건을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2016년 B사의 경쟁업체인 A사가 전투식량 Ⅱ형 사업에 참여했을 때 제시한 입찰가격, 납품실적, 기술과 품질관리능력, 신용등급 등과 방사청이 매긴 점수가 표기된 방사청의 서류가 2017년 유출됐습니다. 전투식량 Ⅱ형은 2개 업체만 생산하고 있어서 A사의 입찰 서류가 경쟁사인 B사의 손에 들어가면 이후 입찰은 하나 마나입니다.

유출된 방사청의 전투식량 관련 서류
아니나 다를까 입찰 정보가 담긴 방사청의 서류는 B사의 마케팅 담당업체 관계자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는 "B사 대표에게 받았다"라고 주장하는데, B사 대표는 "모르는 서류"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B사는 2017년 상반기부터 전투식량 Ⅱ형 195만 개를 군에 납품했습니다. 전투식량의 유통기한은 3년인데, 안에 든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의 유통기한은 2년으로 드러났습니다.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했지만 나주시청은 "문제없다"고 판단하자 방사청은 장병들에게 그냥 먹였습니다. 식약처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이 업체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야당 국회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니까 그제서야 방사청은 급식 중단과 하자 판정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해가 바뀌었고 작년까지 195만 개 중 125만 개는 장병들이 먹었습니다. 전투식량은 유통기한이 오래된 것부터 먹이는 터라, 유통기한 지난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이 든 전투식량 상당수를 장병들이 먹었습니다. 나머지 70만 개는 경북 영천의 육군 5보급대에서 1년 넘도록 먼지 뒤집어쓴 채 업체의 회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B사는 급식 중단과 하자 판정이 부당하다는 단호한 입장입니다.

B사의 전투식량 S형은 규격대로 뜨거운 물 넣고 15분 기다려도 쌀이 딱딱하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장병들에게 "물을 더 넣거나, 더 오래 기다렸다가 먹어라"라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습니다. 전투식량의 생명은 신속함과 간편함인데 당국은 어찌 됐든 그리했습니다.

쌀이 딱딱하다는 불만이 제기된 B사의 전투식량 S형 시식 장면
● 지난 5월 말 청와대에서는…

방산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청와대 안보실의 C 선임행정관이 청와대로 기품원 직원들을 불러 혼을 낸 적이 있다", "B사의 전투식량 문제를 잘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기품원 직원들이 B사 문제로 청와대에 불려간 것이 '한 번이다', '여러 번이다' 말이 많은데, 몇 번인지는 몰라도 불려간 것은 맞다"고 전했습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불려간 기품원 직원들뿐 아니라 기품원 간부들도 그때의 상황을 몹시 불쾌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국방 획득 분야의 한 전문가로부터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기품원 직원들이 B사 일로 청와대에 가서 C 행정관을 만난 것은 지난 5월 말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어 "나주시청은 'B사의 전투식량 Ⅱ형이 괜찮다'고 판단했고, 방사청은 많이 늦었지만 식약처와 검찰의 판단에 따라 Ⅱ형의 급식 중지와 하자 결정을 했다", "C 행정관이 차기 나주 시장을 노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기품원 직원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무더기 하자 판정 받은 B사의 전투식량 Ⅱ형
● B사를 비호했나

C 행정관은 광주전남 지역 언론들이 청와대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나주 출신이라고 보도하는 인물입니다. 청와대 안보실에서 방위산업을 담당하는 C 행정관이 부조리한 일에 엮인 고향 나주의 군납업체 일로 기품원 직원들을 청와대로 불렀다면 그 자체로 부적절한 처신입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듣기 위해 전화도 몇 번 해보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B사의 전투식량은 방사청이 사과문이나 다름없는 입장자료를 낼 정도로 뭔가 대단히 잘못됐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불의(不義)한 일 뒤에는 외부의 압력 뿐 아니라 내부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방사청이 이토록 대담하게 B사를 편들었으니 그 내부자는 방사청 고위직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방사청의 특정 고위직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입니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국방과학연구소 기밀유출 사건도 몰랐고, 현대중공업의 차기구축함 KDDX 기밀설계도 절도 사건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B사 전투식량 사건도 몰랐다는 것 같습니다. 몰라도 너무 모르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눈과 귀를 가려 왕 청장을 허수아비로 만든 이가 누구인지, 방사청과 왕 청장은 이참에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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