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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⑥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⑥

포정의 조건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0.10.28 14:02 수정 2020.10.28 15: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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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정은 소 잡는 백정인데 쌍도끼를 잘 써서 피 한 방울 안 떨어트리고 뼈와 살을 분리했습니다. 이와 대비해 수호지에 나오는 흑선풍 이규라는 인물도 똑같이 쌍도끼를 쓰는데, 자기 온몸을 피로 칠갑해,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악귀·야차를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 검찰이 쌍도끼를 쓰더라도 장자의 포정처럼 써달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2020년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윤호중 법사위원장 발언 中

조국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7번째 재판 전 날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석한 대검찰청 국정감사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윤 총장을 집중 공격한 여당 의원들은 장자의 '포정해우' 고사를 꺼내며 정치적 사건에 대한 검찰권의 행사가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원들의 발언을 정리하던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거들었습니다. 윤 위원장은 포정과 함께 수호지에 등장하는 '흑선풍 이규'를 언급하며, 검찰권의 행사를 포정이 칼 쓰듯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대검찰청 국감 이틀 뒤이자 본인의 7번째 재판 다음날,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칼'은 잘 들어야 하지만, '칼잡이'의 권한과 행태는 감시받고 통제되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열린 7회 공판에서는 조 전 장관을 보좌해 민정수석실의 비서관을 맡았던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유재수 당시 금융위 금정국장의 비위 감찰 과정에서 조 전 장관과 함께 중요한 결정을 내린 인물들이자, 이 사건 피고인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법정에서 '감찰 무마 의혹' 수사와 기소가 포정의 도끼질에 가까운지, 아니면 흑선풍 이규의 도끼질에 가까운지 가늠할 여러 단서들을 쏟아냈습니다.

왼쪽부터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조국 전 민정수석
● 현 정부 청와대가 인정한 '면도날', 조국 해명을 겨누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직제 개편에 따라 신설된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임명했습니다. 박형철 전 부장검사는 '면도날 수사'로 불리며 검찰 최고의 수사 검사로 정평이 나 있으며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며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와 함께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이후 좌천성 인사로 수사직에 배제되었고, 결국 2016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일해 왔습니다.
-2017년 5월 12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브리핑 中

이 사건 피고인이자 지난 재판 증인석에 선 박형철은 문재인 정부의 첫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입니다. 청와대는 그를 임명할 당시, '면도날'의 비유를 쓰며, 수사력과 함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는 강단도 갖춘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유재수 당시 금융위 금정국장 감찰이 본격화되자, 김경수 도지사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의 무마 시도가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자신은 유재수 비위 의혹을 끝까지 감찰하고자 했으며, 감찰 의지도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사 : 처음에 백원우 비서관이 유재수에 대해 말했을 때는 '유재수 본인이 억울하다고 하는데 선처하는 거 어떠냐'고 한 것 맞나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백원우 비서관이) 말씀하셔서 '억울하다고 하면 지금 (유재수가) 항공권 자료 제출 안 하고 있으니 형님께서 자료 제출하라고 해서 클리어하면 될 거 아닙니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검사 : (검찰 진술 조서 화면에 띄우며) 백원우 비서관이 최초로 말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형님 그런 식의 부탁 들어오면 반부패비서관 성격 더러워서 말 안 듣는다고 해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네. 워낙 백원우 비서관이랑은 형님 동생 사이라 편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이 검찰 조사, 국회 운영위 답변 등에서 내놓은 여러 해명들도 사실과 다르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로서는 유재수 비위에 대해 사표 수리 외에 추가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고 진술한 조 전 장관 설명도,

▶검사 : 조국은 검찰 조사에서 유재수 감찰 건 관련 입장을 설명하며 '유재수 건은 당시 추가적으로 심하게 처리할 방법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사실관계에 부합하나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부합하지 않습니다.


유재수 사표 수리와 추가 조치는 조 전 장관 자신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조국·백원우·박형철이 참석한 3인 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했다는 해명도,

▶검사 : 조국은 '백원우, 박형철 셋이 논의됐다, 3인 회의가 있었고 거기서 사표 받고 플러스 알파 조치로 금융위에 알리는 걸로 협의 있었다' 주장하는데, 증인이 기억하기에 당시 상황과 맞습니까?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제 기억으론 사실과 다릅니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왼쪽), 조국 전 민정수석
2018년의 마지막 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그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보았다"다고 한 조 전 장관 답변도 모두 거짓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검사 : 조국 2018년 12월 31일 운영위 답변 중 '첩보를 조사한 결과 비위 첩보 자체는 근거가 약하다고 보았습니다.' 라는 부분입니다. 최초 첩보는 기사 딸린 차량 무상제공, 항공권 대납 두 개였죠. 기사 차량 제공은 휴대폰 포렌식으로 명확했고, 유재수도 문답 조사에서 제공받은 사실 인정했죠?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네
▶검사 : 항공권 대납 관련, 유재수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출 안 했어요. 특감반은 '뭔가 있구나' 하는 의심하고 있었다고 하고요. 감찰 대상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요청받은 항공권 결제 내역을 제출 안 하는데, 비위 첩보 근거가 약한 건가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그런 거 아닙니다.
▶검사 : 증인이나 특감반장이 조국에게 유재수 건 관련 혐의 인정 어렵다고 보고 단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나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한 적 없습니다.
▶검사 : 조국 답변은 사실과 달라 보이는데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사실과 다른 답변인데, 초안은 제가 작성했습니다.


조 전 장관과 함께 기소돼 한 배를 타게 된 박 전 반부패비서관이 불리한 이야기를 쏟아내자,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법리적으로 죄가 안 된다'는 부분을 파고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청와대 특감반이 감찰한 비위 사실을 꼭 기관에 이첩하거나 수사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 않느냐며, 기관에 통보하는 방식도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조국 전 장관 변호인 : 기관에 통보할 때 '구체적 비위 사실을 첨부해야 한다'는 원칙, 관행, 절차가 있는 건 아니죠?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규정은 없지만 보내줘야 그걸 가지고 감찰하지 않습니까. 감찰한 자료를 보내주는 건 그쪽에 감찰하라고 요청할 때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조국 전 장관 변호인 : 증인이 말한 건 일반적인 이첩 절차에 관해서는 통상 그렇게 해왔다는 건데, 이 케이스는 통상과 다르지 않나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네 다릅니다.
(중략)
▶조국 전 장관 변호인 : 이첩하는 것과 수사 의뢰하는 것 외에 다른 형태는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인가요, 아니면 종래 해왔던 게 그 정도였단 건가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관련 규정이 없고 종래에 그렇게 해왔다는 것입니다.
▶조국 전 장관 변호인 : 어떤 형태의 적절한 처분 할 수도 있는 거죠? 증인이 판단할 내용은 아니긴 합니다만…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 그동안은 다른 건은 안 했기 때문에 생각 안 해봤고요. 이 부분은 뭐 적절하다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연합뉴스)
● 박형철과도, 금융위 사람들과도 기억이 다른 백원우

박 전 반부패비서관에 이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그는 스스로 '정치인 출신'임을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검사 출신의 박 전 반부패비서관이 대개 건조한 어투로 짧은 답변을 내놨다면, 정치인 출신 백 전 민정비서관은 검사의 질문에 길고 유창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증인신문 초반에는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검사 : 많은 말씀 하셨는데. 제가 조서를 잘 만들어줬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말한 것과 저 내용이 다른 게 뭐가 있습니까?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네, 네, 네
▶검사 : 검찰이 조서를 만들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근데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제가 이런 류의 수사를 받아본 적은 처음입니다. 학생운동도 하고 선거법 위반 수사도 받아봤지만 이런 류의 검찰 수사를 처음 받았고요. 삶을 듬성듬성 살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듬성듬성 이야기하는데, 검찰이 그런 걸 잘 정리해서 법률적 용어로 써준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검사 : 사실과 다른 게 있다는 건 아니잖아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뉘앙스의 차이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다른 사람과 통화한 횟수를 1~2차례 기억한다 했더니 검은 2~3차례 아니냐고 계속 물었고. 1~2차례와 2~3차례 차이가 뭐냐. 제 마음에는 '그게 같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그렇게 조서에 기재된 거로 알고 있고. 나중에 변호사들이 뭐라 하더라고요. '한두 차례냐 두세 차례냐의 차이가 재판에서는 큰 뉘앙스 차이가 있다. 그런 걸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단어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검찰 조사받으면서 배웠습니다.
▶검사 : 변호인 동석하셨죠? 검찰 조사 때?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네!


박 전 반부패비서관과 민정수석실 재직 시절 호형호제했다는 백 전 민정비서관은 법정에서는 정반대의 진술을 내놨습니다. 박 전 비서관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백원우와 상의하라'는 지시를 받아 감찰 보고서를 공유했으나, 백원우로부터 '내가 해결할 테니 기다려봐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백 전 비서관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검사 : 박형철 피고인에 '내가 해결할 테니 기다려봐라' 말한 적 있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한 적 없습니다.
▶검사 : 기억 없다는 건가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제가 어떤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해결한다고 하는 단어 쉬이 꺼낼 리 없습니다. 저도 9년 정치생활 한 사람으로 대략 어떤 민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아는데, 해결이란 단어 쉽게 쓰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아는 사안이라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방법을 찾아야지, 이걸 수석님과 합의되지 않은, 수석님께 보고되고 그런 방침 받지 않은 상황에서, 제 업무도 아닌데 제가 반드시 해결 안 하면 큰 데미지가 오는 일도 아닌데, 이걸 나서서 해결한다든지 그렇게 쉽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유재수 감찰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결론이 나온 이른바 '3인 회의'에 대해서도 백 전 민정비서관은 박 전 반부패비서관과 다른 대답을 내놨습니다.

▶검사 : 박형철 피고인의 증언을 들었겠지만, 박형철은 '세 명이서 모여서 논의하고 그 논의 결과로 감찰 중단 지시가 내려졌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백원우·조국 두 분이 이야기해서 사표 받기로 정한 후 저를 불러서 조국 수석이 그 내용 말씀해주셨을 뿐 제가 함께 의사 결정한 사실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피고인 박형철은 그 3인 회의에서 논의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데 어떤가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우리 박 비서관 입장이 있어서… 그 기억과 경험 입장 차이가 존재합니다. 굉장히 오래전 일이었고 유재수 사건은 정말 지나가는, 기억도 안 나는 사건이란 말씀 한 번 더 드립니다. 조국 수석님은 합리적이십니다. 주무를 담당해왔고 그 업무 주관하는 비서관(박형철)을 배제한 채, 정치권에만 오래 있었고 행정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은 민정비서관(백원우)을 불러서 결정하고 박 비서관에게 통보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백 전 비서관의 기억은 5번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금융위원회 사람들과도 달랐습니다. '사표'라는 표현을 전달받은 적 없다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김용범 전 부위원장 증언과 달리 백 전 비서관은 '사표'라는 표현을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사 : 최종구나 다른 금융권 관계자 그런 사실 없다고 말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그 분과 대화한 적은 없고 김용범과 대화했고, 김용범에게 사표 수리 말을 안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검사 : 김용범 입장에서 청와대에서 사표 얘기 들었으면 최종구나 인사과장과 상의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분들도 못 들었다고 하고, 유재수도 사표 내겠다고 한 적 없고 사표 내야 한다고 연락도 안 했다고 하고, 사표 얘기 들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그분들 진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법정에선 제가 한 행위와 기억을 사실대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안에 대한 평가가 아닌, 어떤 사실의 유무에 대한 증언이 정 반대로 엇갈리는 상황.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국정 운영에는 정무적 영역 있어…청와대는 사정기구 아냐"

백 전 민정비서관은 유재수 감찰과 관련한 당시 결정이 청와대 고유의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윤도한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내놓은 입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당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며, 청와대가 이러한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
-2019년 12월 13일, 윤도한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검찰은 유재수 비위 감찰에 '정무적 판단'이 들어갈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습니다. 또 사실 그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은 여권 유력인사들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면피성 명분이 아니었냐며 백 전 민정비서관을 몰아세웠습니다.

▶검사 : 유재수 감찰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가 뭔가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중략) '이 사건 빨리 정리해서 도려내야 된다. 국정 운영에 부담 주면 안 된다. 이런 사건 질질 끌면 운영에 부담된다' 이렇게 수석께 건의를 드렸고 그런 방식(유재수 사표 수리)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검사 : 결국 주요 인사들의 민원이 있어서 증인이 나서게 됐다는 취지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민원은 억울함을 들어주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걸 제가 유재수 전 국장과 통화 몇 차례 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들어주는 걸로 끝났습니다. 정리된 거고, 그다음엔 '유재수라는 사건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면 안 된다' 이런 판단 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인지 본 것이고 유재수는 저희에게 중요 사건이 아니고 민원 사건이어서 뒤로 많이 밀린 것입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하지만 백 전 민정비서관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의 국정운영은 법의 논리만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때로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길게 역설했습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 박형철 비서관은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수사 기관 출신이라 작은 것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는 정치인 출신으로 정무적, 정치적으로 타협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입장이 비법률적 비합법적일 수도 있습니다만, 수석에게 보고할 때는 법률적인 조언과 함께 저같이 정무적, 비법률적인 조언들이 동시에 올라가서 수석이 균형 잡힌 판단을 하도록 하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중략)
청와대 내부에서 '감찰해서 어떻게 할 건가' 논의하거나, 검찰·경찰에서 나오는 여러 논의들을 할 때 그런 정무적 판단을 다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 다 고발하고 그러면 청와대는 맨날 수사의뢰, 고발하게 됩니다. 청와대는 사정기구가 아닙니다. 공직자 마음 보듬으며 같이 가자고 얘기해야 하는 기구입니다. 그래서 그런 판단했다고 포괄적인 말씀드립니다.


● 포정의 조건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실 결정에는 '정무적 판단' 요소가 많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이는 또 있었습니다. 이전 정부 민정수석으로, 최순실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기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입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기소한 검찰 수사가 '저인망식'이었다고 비판한 조 전 장관처럼, 우 전 수석 역시 자신에 대해 3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사건 아닌 사람 중심 수사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사는 예컨대 살인이 발생하면 이를 수사해 범인을 찾는 방식, 즉 사건을 보고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강남역 땅으로 의혹이 제기됐다가 결국 국정농단과 관련 없는 민정수석 업무와 관련해 직권남용으로 기소됐습니다. 결국, 사건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수사가 진행된 것입니다"
-2017년 6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첫 공판

이전 정부 민정수석과 현 정부의 첫 민정수석은 모두 재직 시절 자신들의 '정무적 판단'에 대해 검찰이 '흑선풍 이규'의 쌍도끼를 들이대고 있다고 인식하는 듯합니다. 피칠갑을 한 악귀의 모습에 비유되는 검찰의 정치적 사건 수사 관행엔 분명 돌아봐야 할 점이 있을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듯 정치적 사안 수사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했고, 한명숙 1차 사건이 그랬듯 특정 정치인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무죄로 판명되기도 했습니다. 174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과 정부도 '검찰 개혁'이라는 깃발 아래 검찰의 칼을 통제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과 조사 방식에 제한을 두는 방안부터 법무장관의 입에서 쏟아지는 검찰 비판에 이르기까지. 검찰에게 '포정으로 거듭나라'고 요구하는 정부 여당의 조치는 '검찰 조직 통제'에 맞춰져 있습니다.

법원 재판-법정, 판사
하지만 이것만으로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임하는 검찰이 '포정해우' 하길 바라는 건 온당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정권이 여론을 완벽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원칙'보다는 '정무'에 과도한 무게를 실은 결과가 후일 문제가 됐을 때 수많은 의혹과 주장이 난무하게 되는 건 피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대가로 난장판이 벌어진 상황 속, 수사 대상을 넘겨받은 검찰의 칼은 고요한 '포정'의 쌍도끼보단 방향을 가늠키 어려운 '흑선풍 이규'의 쌍도끼를 닮아갈 공산이 큽니다. 검찰 조직에 대한 통제 못지않게, 정권의 핵심에 있는 권력자들의 판단과 행동 또한 검찰을 포정으로 거듭나게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을 최근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증언이 나오면서 이번 재판에서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시간상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요일을 바꿔 다음 주 화요일 열리는 8회 공판에서는 백 전 비서관에 대한 반대신문과 함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 [2020.05.20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①
▶ [2020.09.13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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