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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①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①

<1회 공판>, 민정수석 권한의 무게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0.05.20 16:16 수정 2020.05.21 11: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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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를 시작하며

절제의 형법학. 올해 1학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 복직을 꿈꿨던 조국 전 장관이 전반부 강의 주제로 선택했던 테마입니다. 자신의 2014년 출간 저서이기도 한 이 책에서 '형법학자 조국'은 "형법은 칼과 같아서,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간통죄, 군인 간 합의동성애, 사실적시명예훼손… 그는 개인의 자유와 관련된 영역에 칼을 들이밀어 온 대한민국 형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책이 나온 이듬해, 헌재는 간통죄는 위헌이라 판결했고, 다음해 형법에서 간통죄는 삭제됐습니다. 책이 나온 지 4년 뒤, 군인 간 합의동성애에 대해서도 법원은 첫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조국 '감찰무마 의혹' 기소'법학자 조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개입의 형법학>을 구상했습니다. 2014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조국 교수는 차기작 <개입의 형법학>을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의 자유를 옥죄는 데엔 한국 형법이 더 절제할 것을, 동시에 기업범죄, 성범죄 등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에는 한국 형법이 더 개입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절제와 개입' 사이 적절함을 찾는 것이야말로 한국 형법의 2대 문제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학자 조국'이 마주했던 형법의 '절제와 개입'이란 주제는 그에게 다시 던져져 있습니다.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을 역임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이자, 직권남용의 피고인이 된 그는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의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검찰이 휘두르지 말았어야 할 검찰권의 칼을 '절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반면 그를 기소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혐의야말로 형법이 '개입'해야 할 '사회적 해악'이라고 주장합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촛불정권의 초대 민정수석, 대통령 보좌의 핵심 기관인 민정수석이 고위 관료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을 중단해버린, 국가적으로 해악이 큰 직권남용 범죄라고 정의합니다. '절제와 개입 사이, 그 권한 행사는 적절했는가?'. 조 전 장관이 '검찰권'에 던진 질문을, 검찰은 '민정수석 조국'이 행사했던 권한을 향해 던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 8일, 이 절제와 개입 사이에 놓인 '민정수석 조국'에 대한 법적 심판이 시작됐습니다. 서로에 대한 양 측의 질문이 이어지고, 많은 증언과 증거가 나올 예정입니다.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할 재판부에게도 중요한 것들이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사실들은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겪었던 시민들에게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특히,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의 구호 사이에서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SBS는 짧은 방송기사로는 모두 담기 어려운 재판을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연재를 통해 조금 긴 호흡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속보성은 다소 부족하겠지만, '민정수석 조국' 재판을 깊이 있게 보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재할 것을 첫머리에 다짐합니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 (사진=연합뉴스) 이인걸 前 특감반장 증언 :
"구체적 비위 파악했음에도 조국 지시로 감찰 중단…여권 인사들 압력도"


조국 전 장관의 첫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으로 시작됐습니다.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으로부터 유재수 당시 금융위 국장에 대한 비위를 보고 받고도, 여권 핵심 인사들의 청탁에 못 이겨 민정수석의 직권을 남용해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했다.'

'그 뒤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통해 금융위에 연락했고, 비위 감찰을 받던 유재수가 별다른 징계나 수사 의뢰 없이 사직하도록 개입했다'

검찰 주장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민정수석 조국이 여권 인사들의 청탁에 영향을 받아, 고위공직자 비리 감찰이 중단되게끔 부당하게 직권을 사용했다 (직권남용). ▲감찰을 계속 진행하려던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 (권리행사방해). 지난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위 두 가지가 모두 입증돼야 유죄가 됩니다.

감찰 무마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던 지난 2018년 12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이렇게 답변합니다.
조국 민정수석 -조국/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그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봤습니다.


당시 자신이 보고받은 비위 첩보는 근거가 약했기 때문에, 감찰을 중단시킨 건 부당한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검찰이 첫 재판에서 신청한 증인은 이인걸 당시 특별감찰반장이었습니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을 이끌며 당시 유재수에 대한 감찰 업무를 담당한 인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먼저 감찰이 중단되기 전, 조국 전 장관이 보고받은 유재수 비위 첩보가 매우 구체적인 수준이었음을 캐물었습니다.
 
○검사/ (유재수 휴대폰) 포렌식 결과 기억나는 것 있나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 차량 기사 딸린 차량 무상 제공은 다 나왔고, 골프채. 지인 골프채 같은데 무상으로 10여 회 이상 이용한 것 나왔고, 골프채도 관련 업체에 사달라 해서 골프채 받은 것 나왔습니다.

○검사/증인 포렌식 보고 두 차례 이뤄졌잖아요. 로 데이터 (raw data) 포렌식 보고가 있는데. 로데이터 특이사항은 기억나나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검찰에서 진술했는데, '유재수가 연락 주고받는 사람들이 상당히 정부 실세인 사람이 있다'는 것. 언론에도 보도됐듯 당시 윤건영하고 김경수하고 여러 가지 안부뿐 아니라 인사 관련 문자 주고받은 것 나왔던 것에 대해 보고 드렸습니다.

○검사/증인 방금 진술했는데, 당시 유재수가 김경수 윤건영과 함께 금융위 상임위원 누구 할지 상의하고, 여당 정치권 인사와 안부 주고받아서 '이 사람 생각보다 실세구나' 생각했고, 펀드운용사 10회 자산운용사 골프채 받은 것, 기사 딸린 차량 지원 기억난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 맞나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네 맞습니다.

당시 특감반은 유재수가 업자들에게 제공 받은 구체적인 내역과 함께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감찰을 진행하면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입김을 느꼈다고 이 전 특감반장은 증언했습니다. 법정에서 이 전 특감반이 언급한 청와대 인사는 천경득 행정관과 백원우 비서관입니다.
 
○검사/증인, 청와대 다른 행정관이 유재수 좋은 사람이라고 말 건넸다고 했는데 누구입니까.
●이인걸 전 특감반장/ 언론에도 나왔듯 천경득 행정관입니다.

○검사/구체적 경위는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천경득 행정관하고 식사하기로 했었는데 계속 바쁘다고 거절하다가 유재수 국장 감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천경득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저녁을 먹었고, 먹는 와중에 '유재수 국장 사건 어떠냐, 괜찮은 사람이다 유재수는 정부 도움 되는 사람이니' 그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검사/검찰 조사 당시 (유재수) 구명 운동 설명하면서, '박형철 비서관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유재수 감찰 건 구명 운동에 백원우 비서관이 관련 있다는 정황을 들은 기억이 있다'고 진술한 것 맞습니까.
●이인걸 전 특감반장/네 그렇습니다. 네.

○검사/구체적으로 박형철 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관련 어떤 것 들은 건가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저기 화상기 나오는대로 여기저기 구명운동 세게 들어오는 거 같다고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검사/증인, 박형철 비서관이 중간보고서 쓸 때 '제게 백원우 통해 여기저기 구명운동 세게 들어오는 거 같다. 확 이 혐의 의혹 모두 담아 세게 써라'한 것 같고, 어느 시점부터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직접 뛰며 핸들링하는 느낌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 맞나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백원우가 관여 많이 한 것으로 기억하고 핸들링까지는 과장된 표현 같습니다.

○검사/전체 취지는 그 당시 백원우가 유재수 감찰 건 많이 관여했다는 느낌 받은 거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네

이 전 특감반장은 4차례에 걸쳐 유재수 비위 의혹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감찰이 '중단'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감찰을 마무리하면서 최종보고서를 올리는데, 그런 것 없이 감찰이 도중에 중단됐다는 겁니다. 이 전 특감반장은 감찰 중단 지시를 내린 '윗선'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사/그럼 증인으로부터 보고받은 박형철은 유재수가 병가 간 사실 조국에게도 보고했나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 보고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검사/보고한 후에 증인에게 (박형철이) 한 말 있나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네

○검사/(감찰을) 홀딩하고 있어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보고하고 (박형철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검사/ (유재수가) 병가간 사실 보고하니 박형철이 '홀딩하고 있어라' 말했다가 날짜 기억나지 않지만 '17년 1월 유재수 사표 낸다는 정도로 정리한 걸로 위에서 얘기됐다니 우리도 감찰 진행 필요 없다'고 (박형철이 말한 것) 맞나?
●이인걸 전 특감반장/네

○검사/위에서 이야기됐다 이 말의 의미는 뭔가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저는 (조국) 수석님이 결정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전 특감반장은 이어지는 검찰의 질문에, 이러한 윗선의 결정이 없었다면 감찰을 계속 진행했을 것이고, 기관 통보나 수사 의뢰 등의 조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이런 식의 감찰 중단은 자신의 경험상 통상적이지 않은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 '민정수석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규정 논쟁' 속 소환된 김기춘 판결

검찰 측의 증인 신문이 끝난 뒤 한차례 쉬는 시간을 갖고 변호인의 차례가 됐습니다. 조 전 장관 변호인 측은 당시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보다는, 특별감찰반의 '권한'에 대해 파고들었습니다. 특감반은 민정수석실의 하부 기관에 불과하고, 민정수석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기관일 뿐 별다른 '권한'이 없다는 게 조 전 장관 측 논리입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특감반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 고 하지만, 특감반에는 방해받을 법적 '권리'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시작부터 이런 '법리'의 영역을 파고들었습니다.
 
○변호인/ 특감반은 반부패비서관실 휘하 기관이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변호인/ 반부패비서관은 민정수석 휘하이고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변호인/ 청와대 직제상 특감반장은 선임행정관이고, 특감반원도 가장 하위 행정요원에 해당하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이어서 감찰을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수사를 의뢰할 것인지 말지 등은 모두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변호인/ 채택한 정보에 대해 청와대 감찰반에서 직접 (감찰)할 건지 어떻게 할 건지는 민정수석 권한이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변호인/ 감찰이 종결될 경우 민정수석이 어떤 조치 할 수 있는지 어떤 조치 해야 하는지 법률에 정해진 규정이 있나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 없습니다.

○변호인/ 민정수석이 최종 처분할 경우 처분 내용이 공식적으로 증인에게 전달되는 건 아니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저는 비서관님 통해서 구두로 전달받는 것입니다.

변호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규정'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특감반원들이 비위 첩보를 타 기관에 이첩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는 것에 대해 법령에 정해진 '규정'이 없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법적으로 특감반이 민정수석에게 방해받을 '권한' 자체가 없다는 걸 논증하기 위해섭니다.
 
○변호인/ 대통령 비서실 직제 규정 7조2항입니다. 특감반원은 수사권과 징계권이 없죠. 오로지 비리 첩보 수집하고 사실관계 확인하는 것이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변호인/추상적으로 감찰을 한다 말씀하시는데 감찰이라는 부분은 굉장히 포괄적 개념이고 감찰 업무 중에 특감반원이 하는 건 첩보 수집하고 사실관계 확인하는 여기에 국한된 거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사실관계 확인도 넓게 볼 수 있는데, 네 그렇습니다.

(중략)

○변호인/ 비서실 감찰관의 직무 집행 관련 규정 없다는 것이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변호인/ 이첩, 수사 의뢰, 첩보 등 규정도 없고요?
●이인걸 전 특감반장/ 네.

○변호인/ 김태우 사건 이후에 절차 및 방법에 관한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없다는 거 알고 있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퇴직하기 전에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기억 안 납니다.

이 '규정' 문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조윤선 등의 일부 범죄 사실을 다시 따져보라고 판결한 지난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됐습니다. 현재 각급 법원에 기소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직권남용의) 상대방이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그가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 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기준에 따르면, 민정수석이 직권을 남용했다 치더라도, 이로 인해 특감반원이 '법령이나 관련 규정에 따라 지켜야 할 원칙, 기준,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죄가 되기 어렵습니다. 변호인이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던진 질문의 행간에선, '조국 수석 때문에 특감반이 위반하게 된 규정 자체가 없으니 죄가 되기 어렵다'는 논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향후 유무죄를 판가름할 중요한 쟁점이기에, 검찰은 변호인 순서가 끝난 뒤 곧바로 응수했습니다. 변호인이 근거로 든 규정,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 2항'을 동일하게 제시하며, '이 규정에 의하더라도 특감반이 수사 의뢰 등을 할 권한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사/ 증인, 이런 부분까지 봤는지 모르겠는데 당시에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 2항에 의하면 특감반으로 항목 달려있고, 내용을 말하자면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사 의뢰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보기엔 이 수사 의뢰 및 이첩마저도 특감반의 권한인데 이것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상사의 결재 받는 형태로 보인다는 거죠. 그 부분에 대해 피고인 측에선 질문을 이것이 모두 민정수석의 권한인 것처럼 질문하셨거든요. 이에 대해 판단은 어떻습니까?

검사는 검찰 출신인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판사와 검사의 관계를 비유로 들며 질문을 이어나갔습니다. 요지는 분명히 특감반에도 민정수석에게 침해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다는 겁니다.
 
○검사/검사도 영장 청구할 때 자기 이름으로 권한 행사하지만 판사 결정받잖아요. 이것도 법령상 보면 수사 의뢰하거나 이첩하는 건 특감반의 권한인데 반부패비서관과 민정수석의 승인이 있다는 거죠.
●이인걸 전 특감반장/ 판사 부분은 모르겠는데, 저도 비서관님이랑 수석에게 보고 드렸던 거고 윗분들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민정수석과 특감반을 판사와 검찰의 관계에 비유한 검찰의 설명에 대해 김미리 재판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검찰과 재판장 사이에 긴장감 있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김미리 재판장/업무가 이렇게 이뤄져 왔던 것 같아요. 검사님. 그에 대한 규정도 미비하고 증인신문 과정에서 증인이 얘기하는 건 이런 거 같아요.
●검사/아니요. 아니요. 그렇게 이뤄진다는 검사도 결재를 받습니다.
○김미리 재판장/그거완 다르죠. 특수 경우잖아요.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서 그렇게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진술은 검찰에서의 신문을 사후적으로 맞추는 건 아닌 거 같고. 그전에 한 내용대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그렇죠 증인?
●이인걸 전 특감반장/뭐가요?

(방청석 웃음)

○김미리 재판장/ 증인이 이럴 거 같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검사/재판장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통령 비서실 7조 2항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재판장이 하시면 됩니다. 그게 무효인가에 대한 판단도 재판장이 하시면 됩니다.
○김미리 재판장/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판단이 필요하면 공부를 하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국 전 장관 첫 재판 출석 공방의 소용돌이 속으로 가라앉아선 안 되는 것

언론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검찰의 공소사실만을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오늘부터 전개되는 법정에서도 변호인의 반대 심문 내용도 충실히 보도해주시길 바라 마다 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국 前 장관/8일 법정 출석 전

첫 재판에 출석하며 조 전 장관은 언론을 향해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자신의 혐의를 둘러싼 언론 보도가 '검찰 편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걸로 보입니다. 이런 시각은 기성 언론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조 전 장관 지지자들에게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편향되지 말아달라'는 피고인과 시민들의 요구는 분명 정당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요구로 인해 조 전 장관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양측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귀결되어선 곤란합니다. 사건의 다양한 측면이 드러나는 재판 과정이 단순히 '법정 공방'으로만 전달되고, 여기서 드러나는 사회적 의미, 도덕적 평가의 영역이 법적 공방의 소용돌이 아래로 침몰할 때 남는 건 힘 싸움 뒤의 공허뿐일지도 모릅니다. 학자 시절 조 전 장관 또한 '법학은 가치중립적인 학문이 아닌, 가치지향적인 학문'이라며 이런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중용'(中庸, golden mean)은 가치판단을 배제한 채 대립하는 양측으로부터 기계적·산술적 중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중용'의 '중'은 '가운데'가 아니라 '정확함'을 뜻한다. 물론 저자가 '정확함'을 독점할 수 없다. 신영복 선생의 비유를 빌자면, 저자는 "방향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지남철"일 뿐이다. -조국, <절제의 형법학> 서문 中

다음 달 5일 열리는 2회 공판에선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직접 담당했던 당시 청와대 특감반원 두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첫 민정수석 조국. 그의 직무 수행은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향한 촛불 시민들의 염원에 부합하는 것이었는지, 그의 직무 수행은 형법의 잣대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할 더 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SBS 취재파일도 재판의 현장과 함께, 그 의미와 맥락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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