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0월 1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선포된 세계 동물권리 선언의 제1조다. 세계 인권선언 이후 30년 만에 동물권 선언이 나온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1991년, 한국에서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보호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단지 동물 보호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보편화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그 비율은 꾸준히 증가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버려지는 동물의 수는 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3년 전 '유기동물을 부탁해' 시리즈에서 버려지는 동물의 실태를 데이터에 기반해 종합 분석, 보도한 바 있다. 2020년 지금은, 당시의 문제의식을 좀 더 확장해 최근 10년을 진단하고,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모색해보려 한다.
● "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전체 가구의 26.4%
역시 개였다.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이라는 개가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 소유자의 83.9%는 개를 키웠다. 다음은 32.8%인 고양이였고 어류/열대어 2.2%, 햄스터 1.2%, 거북이 0.8% 순이었다. 그 외엔 앵무새, 달팽이, 토끼, 기니피그, 고슴도치 등을 키운다는 답변이 나왔다. 추산해보면 개는 약 598만 마리, 고양이는 약 258만 마리 정도, 이 둘만 합쳐도 약 860만 마리다.
● 우리는 지난 10년 간 95만 마리를 버렸다
많이 키우는 만큼 많이 버리는 걸까. [마부작침]은 농림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실·유기동물 자료 10년 치를 확보해 분석했다. 등록 기준 2010년 1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자료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실·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으면 원래 소유자 등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7일 동안 공고해야 한다. 또 공고 뒤 10일이 지나도 소유자 등을 알 수 없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동물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 지난 10년 간 우리가 버린 것으로 공식 등록된 동물은 94만 7,098마리였다.
"강아지 7마리를 낳은 유기견이 밭을 배회 중이다."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가 혼자 울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동물보호센터에 최근 접수된 유기동물 신고 내역이다. 이 보호센터는 이런 신고를 받고 하루에 10여 차례 유기동물 구조를 위해 출동한다고 했다. 실제 구조에 성공하는 건 6마리 정도, 1년이면 2천 마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유기동물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개가 가장 많았다. 67만 6,391마리, 전체의 71.4%였다. 다음은 고양이로 25만 9,203마리(27.4%)다. 이 둘을 합하면 98.8%에 이른다. 한국의 반려동물 그리고 유기동물은 거의 개와 고양이다. 나머지 기타 축종은 1만 1,504마리, 1.2%였다.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 이후 처리에는 돈이 든다. 강진우 화성시청 축산과장은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서 시 예산도 상당히 많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보호 예산을 증액하고 있지만 유기동물이 줄지 않으면 한없이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 유기동물 마리 수는 경기·평택, 인구 대비는 제주·밀양
사람이 많이 살면 그만큼 반려동물도 많고 유기동물도 늘어날 것이다. 인구 10만 명 당 유기동물 수를 따져보니 조금 차이가 났다. 2019년을 보면 광역시도 중에서는 제주가 인구 10만 명에 1,089마리로 가장 많아 유일하게 네 자릿수를 기록했고 기초시군구 중엔 경남 밀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야외 활동이 많은 봄부터 가을 사이에 유기동물 수가 늘어났다. 계절은 여름, 달은 7월에 버려진 동물이 많았다.
● 어떤 종류를 많이 버렸나... 개는 '믹스견', 고양이는 '알 수 없음'
이는 전체 반려동물 현황과는 다른 양상이다. 2018년 실시된 '반려동물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의 종류는 몰티즈가 19.6%, 푸들 12.0%, 시츄 10.3%, 믹스견 8.6%, 요크셔테리어 6.0% 순이었다. 고양이는 한국고양이 20.6%, 믹스묘 18.5%, 러시안블루 13.8%, 페르시안 9.0%, 샴 7.0% 순이었다.
동물권과 동물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월 발간한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입법화 보고서>에서 "유기동물 발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키울 수 있는 책임감과 역량에 상관없이 누구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며 "입양 전 교육이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과정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의 종류 중 '몰티즈'를 '말티즈'로 잘못 표기한 걸 확인해 바로 잡았습니다.(2020년 11월 5일 오전 10시 15분)
취재: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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