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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1978년 10월 1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선포된 세계 동물권리 선언의 제1조다. 세계 인권선언 이후 30년 만에 동물권 선언이 나온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1991년, 한국에서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보호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단지 동물 보호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보편화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그 비율은 꾸준히 증가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버려지는 동물의 수는 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3년 전 '유기동물을 부탁해' 시리즈에서 버려지는 동물의 실태를 데이터에 기반해 종합 분석, 보도한 바 있다. 2020년 지금은, 당시의 문제의식을 좀 더 확장해 최근 10년을 진단하고,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모색해보려 한다.

"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전체 가구의 26.4%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17.4%였다. 그러다 2019년 조사에선 9% 포인트가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의 26.4%에 이르렀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반려동물 가구 수는 약 591만에 이른다. 2017년 28.1%보다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관련 산업과 함께 반려동물과 양육 가구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개였다.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이라는 개가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 소유자의 83.9%는 개를 키웠다. 다음은 32.8%인 고양이였고 어류/열대어 2.2%, 햄스터 1.2%, 거북이 0.8% 순이었다. 그 외엔 앵무새, 달팽이, 토끼, 기니피그, 고슴도치 등을 키운다는 답변이 나왔다. 추산해보면 개는 약 598만 마리, 고양이는 약 258만 마리 정도, 이 둘만 합쳐도 약 860만 마리다.

● 우리는 지난 10년 간 95만 마리를 버렸다

많이 키우는 만큼 많이 버리는 걸까. [마부작침]은 농림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실·유기동물 자료 10년 치를 확보해 분석했다. 등록 기준 2010년 1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자료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실·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으면 원래 소유자 등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7일 동안 공고해야 한다. 또 공고 뒤 10일이 지나도 소유자 등을 알 수 없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동물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 지난 10년 간 우리가 버린 것으로 공식 등록된 동물은 94만 7,098마리였다.

"강아지 7마리를 낳은 유기견이 밭을 배회 중이다."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가 혼자 울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동물보호센터에 최근 접수된 유기동물 신고 내역이다. 이 보호센터는 이런 신고를 받고 하루에 10여 차례 유기동물 구조를 위해 출동한다고 했다. 실제 구조에 성공하는 건 6마리 정도, 1년이면 2천 마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유기동물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2011년에는 6만 601마리가 버려진 것으로 집계됐고 그 뒤로 오르락내리락하다 2014년부터 현재까진 줄곧 오름세다.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한 동물등록제가 2014년 첫 시행됐다는 점을 보면 역설적인 상황이다. 2019년엔 유기동물 13만 3,515마리가 등록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10만 마리를 넘어 최다 발생 기록을 갈아 치울 기세다. 10년 간 발생한 유기동물을 일수로 나누면 하루 평균 247마리 꼴이다. 2019년만 보면 일평균 365마리, 2020년은 9월까지 일평균 372마리를 버렸다.(10~12월은 유기동물 수가 줄기 때문에 2020년 전체 일평균은 이보단 낮을 것이다.)

개가 가장 많았다. 67만 6,391마리, 전체의 71.4%였다. 다음은 고양이로 25만 9,203마리(27.4%)다. 이 둘을 합하면 98.8%에 이른다. 한국의 반려동물 그리고 유기동물은 거의 개와 고양이다. 나머지 기타 축종은 1만 1,504마리, 1.2%였다.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 이후 처리에는 돈이 든다. 강진우 화성시청 축산과장은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서 시 예산도 상당히 많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보호 예산을 증액하고 있지만 유기동물이 줄지 않으면 한없이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 유기동물 마리 수는 경기·평택, 인구 대비는 제주·밀양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인구의 절반이 모인 수도권에 유기동물도 많았다. 10년 간 경기도에서 버려진 동물은 23만 7,278마리, 서울은 10만 8,991마리다.(인천은 5만 7,561마리) 수도권 세 곳을 합치면 전체 유기동물의 43%를 차지했다. 세 번째로 많은 광역시도는 경남, 7만 2,635마리였다. 기초시군구 중에서는 경기 평택이 2만 308마리로 최다, 유일한 2만 마리 대였다. 다음은 전북 전주(1만 8,405마리), 충북 청주(1만 6,784마리) 순이었다.

사람이 많이 살면 그만큼 반려동물도 많고 유기동물도 늘어날 것이다. 인구 10만 명 당 유기동물 수를 따져보니 조금 차이가 났다. 2019년을 보면 광역시도 중에서는 제주가 인구 10만 명에 1,089마리로 가장 많아 유일하게 네 자릿수를 기록했고 기초시군구 중엔 경남 밀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야외 활동이 많은 봄부터 가을 사이에 유기동물 수가 늘어났다. 계절은 여름, 달은 7월에 버려진 동물이 많았다.

● 어떤 종류를 많이 버렸나... 개는 '믹스견', 고양이는 '알 수 없음'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유기견 중 가장 많은 건 믹스견, 즉 잡종이었다. 34만 6,762마리로 전체 유기견의 51.3%, 절반이 넘었다. 다음으로 많은 건 몰티즈 7만 2,333마리(10.7%)였고 푸들 5만 1,475마리(7.6%), 시츄 3만 8,472마리(5.7%) 순이었다. 유기묘 중에선 '알 수 없음'이 19만 595마리(73.5%)로 최다였고 한국고양이(코리안숏헤어)가 6만 3,932마리(24.7%)로 다음이었다. 그 외엔 페르시안 0.6%, 터키시 앙골라 0.3% 등으로 나머지는 1%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반려동물 현황과는 다른 양상이다. 2018년 실시된 '반려동물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의 종류는 몰티즈가 19.6%, 푸들 12.0%, 시츄 10.3%, 믹스견 8.6%, 요크셔테리어 6.0% 순이었다. 고양이는 한국고양이 20.6%, 믹스묘 18.5%, 러시안블루 13.8%, 페르시안 9.0%, 샴 7.0% 순이었다.

동물권과 동물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월 발간한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입법화 보고서>에서 "유기동물 발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키울 수 있는 책임감과 역량에 상관없이 누구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며 "입양 전 교육이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과정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의 종류 중 '몰티즈'를 '말티즈'로 잘못 표기한 걸 확인해 바로 잡았습니다.(2020년 11월 5일 오전 10시 15분)

취재: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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