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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④ 유기·애완을 넘어 '반려'동물하려면

[마부작침] ④ 유기·애완을 넘어 '반려'동물하려면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20.11.01 09:27 수정 2020.11.05 11: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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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④ 유기·애완을 넘어 반려동물하려면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가 빛이라면, 유기동물 95만 마리(10년 합계)는 그늘이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020년 현재 유기동물의 실태를 여러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앞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지 모색해 보고자 했다. 그 마지막 편이다.

● '5성급 호텔' 뺨을 쳐도 힘든 이유는?

제주 유기동물보호센터
테라스까지 갖춰진 널찍하고 깨끗한 실내에, 철저한 신원 확인과 소독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고, 수의사 3명을 포함한 직원 15명이 언제든지 동물들을 보살피고 간단한 처치가 가능한 수술실까지 보유한 곳. 제주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제주 유기동물보호센터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있던 센터를 하나로 합쳐 2010년부터 제주도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마부작침]이 이번 취재 과정에서 방문했던 여러 동물보호센터 중에 시설, 인력, 예산 등 어느 면을 봐도 제주 센터가 탁월했다. "와, 다른 곳에 비하면 5성급 호텔 수준인데요." 하고 감탄할 정도였다.

그런데 담당 팀장의 반응이 의외였다. 고진아 제주 센터 동물보호팀장은 "다른 사설 센터보다는 예산이 풍족한 편이지만 그 외엔 다른 데와 마찬가지로 힘들다"면서 "시설 등이 잘 돼 있다고 소문난 데다 제주엔 센터가 한 곳뿐이라 유기동물이 많이 몰린다"라고 설명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유기동물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 10년 새 36배.. 버려진 동물의 폭발적 증가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마부작침]이 분석한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해에 205마리였던 제주의 유기동물 수는 2019년 7,307마리에 이르렀다. 10년 사이에 무려 36배나 폭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유기동물 수는 2010년 6만 2,801마리에서 2019년 13만 3,515마리로 2배 정도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증가다. 제주 센터가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동물 수는 300마리 정도다. 작년 한 해에만 감당할 수 있는 유기동물의 24배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제주 센터는 현재 적정 관리 수의 1.7배인 500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5성급 호텔' 수준의 시설과 상대적으로 풍족한 예산이 있더라도 허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10월 현재 전국 339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은 공식적으로 3만 마리 정도인데(실제론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9월까지 10만 마리 넘게 구조됐다. 보호센터를 지금의 3배 규모로 늘려야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이 이미 버려진 것이다.

● '펫숍', 악의 근원인가

동물권 보호단체들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진 않다고 말한다. 바로 반려동물을 상품처럼 사고 파는 '펫숍' 문화를 뿌리뽑는 것이다.

마부작침 이미지
'펫숍'은 이름 그대로 동물을 사고 파는 가게다. 여기서 팔리는 동물은 먼저 번식장과 경매장을 거쳐 상점에 '상품'으로 전시되고 거래를 거쳐 소비자에게 간다. 언제든 원하면 사고 또 팔 수 있고 효용이 다 하면 버리는 공산품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며 가지고 노는' 의미의 애완에 가깝다. '함께 살아가는' 뜻을 가진 반려와는 차이가 있다.

전남 나주유기동물보호센터 전남 나주유기동물보호센터 (위) 경매장 (아래) 보호센터
[마부작침]이 취재했던 전남 나주의 한 보호센터는 한 부지에 보호시설과 번식장, 동물 경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유기동물을 구조해 보호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새끼를 낳게 하고 판매하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센터 관계자는 "2012년부터 이렇게 해왔다"면서 "보호센터를 안 하고 싶지만 할 사람이 없어서 계속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기동물을 구조해온 뒤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경매하는 동물은 생산 농가에서 받아온다"며 "유기동물은 거의 믹스라서 경매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 나주시 측은 "보호센터와 경매장 운영자도 다르고 현행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마부작침]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발생한 유기동물 94만 7,098마리 중에 입양된 건 29만 164마리, 30.6%뿐이다. 올 들어 6월까지도 30.3%로 3분의 1 수준이다. 2013~2018년은 줄곧 30%대를 유지했는데 지난해 입양률은 29.5%로 다시 줄어들었다.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를 핵심활동으로 하는 비영리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의 김세현 이사는 "반려동물 매매 자체를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펫숍이 사라지면 독일의 예처럼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게 당연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면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구입하고 또 필요 없다고 버리는 게 아니라, 보호센터에서 입양해 온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김 이사는 강조했다.

● 당장은? 동물등록제 강화부터!

'펫숍' 문화 근절에 앞서 당장 실행 가능한 대책도 이미 나와 있다. 먼저 현행 동물등록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등록 방식의 하나였던 인식표를 내년부터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쉽게 잃어버리거나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의 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유기동물 목에 인식표나 외장 식별장치가 걸려 있어도 제거하고 버리면 그만"이라며 "장기적으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로 동물 등록방식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2개월령 이상의 '개'로 제한한 등록대상 동물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기동물의 27%인 고양이가 등록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 세종시 등에선 현재 고양이를 등록동물에 포함하는 사업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동물 유기나 등록대상 동물을 등록하지 않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동물보호법은 3백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의 김민경 활동가는 "등록을 하지 않거나, 동물을 유기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걸 현장에선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내년부터 동물 유기에 벌금형 처분이 가능하도록 바뀐 법이 적용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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