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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업체 반발" 환경호르몬 검출 안 알린 소비자원

<앵커>

소비자원은 이렇게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지난 2년 동안 후속 조치는커녕 그것이 검출됐다는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업체들의 반발과 소송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계속해서, 윤나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8년 9월, 승용차 좌석 커버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를 받은 소비자원은 그 뒤 10월에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환경호르몬 공개숨긴 소비자원

SBS가 입수한 당시 회의 보고서입니다.

소비자원은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발암성이 있고 내분비계 교란 우려가 있는데도 관련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업체들은 법과 기준이 없어 개선안 마련이 어렵고, 새 기준을 적용하면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양측은 추가로 실험을 진행한 뒤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그 뒤 2년간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소비자원은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으면서도 환경호르몬 검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당시 실험이 공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고, 규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검출 사실만 발표하면 자동차업체들이 반발하며 소송을 걸 것이 우려돼 비공개해왔다고 해명했습니다.

[임종성/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소비생활을 돕기 위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제한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소비자원은 회의 약 두 달 뒤인 2018년 12월, 자동차 핸들 커버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10개 핸들 커버에서 나온 환경호르몬 최고 수치는 좌석 커버에서 나온 최고 수치의 3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인 자동차 제조업체와 달리, 핸들 커버는 주로 중소기업들이 제조합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소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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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윤나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소비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관이 소비자원인데, 업체 반발 때문에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 이런 해명부터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윤나라 기자 : 자동차 업체들의 반발과 소송이 우려돼서 환경호르몬 검출 사실을 덮어뒀다는 것인데 소비자원이 소비자보다 업체들을 더 신경 썼다, 이런 의구심이 듭니다. 현재는 규제 기준이 없더라도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 검출 사실 자체는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Q. 그런데 오늘 이 내용 보신 분들은 그래서 환경호르몬 나온 업체가 어디냐, 그것이 가장 궁금하실 텐데 왜 우리 기사에서도 그 이름이 빠진 것인가요?

[윤나라 기자 : 국내 5개 자동차 제조업체 좌석 커버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4개 업체는 인조가죽, 1개 업체는 우레탄 재질의 좌석 커버를 표본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레탄 재질 표본에서는 환경호르몬이 검출이 안 됐는데요, 저희가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4개 업체의 이름을 밝힌다면, 다른 한 업체는 어떻게 보면 부당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업체의 좌석 커버에도 인조 재질 가죽이 있기 때문에 만약에 그것을 표본으로 삼았다면 환경호르몬이 검출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죠. 이번 기사에서는 그래서 이 업체를 익명 처리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추가 실험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엄정하게 추가 실험을 진행을 해서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 [단독] 인조가죽 시트서 환경호르몬…"제한 없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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