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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② 땅을 사랑한 의원님…이해충돌은 어떻게?

털어봤다! 동네의회 - 재산 편

[마부작침] ② 땅을 사랑한 의원님…이해충돌은 어떻게?
(※드라마 <비밀의숲2> 스포주의※)
한 검사가 실종됐다. 얼마 뒤, 경찰이 연관됐을지도 모른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이 사건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던 경찰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반전을 꾀하는데...

Q. 다음 중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중간 수사 결과 발표자로 적합한 사람은?
1. 신재용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 수사 총책임자)
2. 최빛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장(경무관, 경찰서장 출신)
3. 한여진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원(경감, 일선 경찰서 팀장급)


총 책임자가 직접 나서거나 적어도 서장 출신이라는 중량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 정답이 의외일 수 있겠다. 드라마 속 발표자는 바로 한여진 경감! 이유는 간단하다. 발표자의 '말의 무게'를 더 가볍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요 책임자급인 국장이나 단장이 발표했다가 혹시 틀리기라도 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봤기에 했던 선택. 누구의 말이냐에 따라 그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설정이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 지방의원.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 수백만 명을 대의하기에 그들의 말 또한 수사 총책임자 못지 않게 무겁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7개 광역의회와 226개 기초의회 의원 3,692명이 신고한 재산 내역을 분석했다. 개괄적인 분석과 농지법 문제를 중심으로 살핀 데 이어 이번 편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못지 않은 무게를 지닌 이들이 과연 자신의 이해와 직무가 부딪칠 수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들여다봤다.

● "저는 그 땅이 너무 좋았거든요.".. 땅을 사랑한 의원님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에 조성 중인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이하 복합단지). 쇼핑몰과 레저시설, K-POP 클러스터까지 포함된 곳으로, 투자 번복과 보상 문제로 애초 예정보다는 지연됐으나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복합단지에 유독 관심을 보였던 의원이 있다. 의정부시의회 이계옥 의원(초선, 의정부시 라선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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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 2년 사이 각종 회의에서 복합단지가 언급된 건 모두 52회다. 이 중 이 의원의 발언만 19회에 이른다. 즉, 시의회 회의에서 복합단지가 세 번 등장했다면 그 중 한 번은 이 의원 입을 통해 나왔다는 거다. 교통 문제,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우려, 지역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까지 다양한 내용을 거론했는데 특히 토지 보상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이계옥 의원 : 이건 시민을 우롱한 거예요. 보상을 많이 해 주겠다, 걱정 말라 해 놓고서 나중에는 뺏은 거예요. (2019년 6월 13일 제290회 제3차 도시건설위원회행정사무감사)

이계옥 의원 : 본 위원은 빼앗겼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진심입니다...(중략)... 저는 경제와 관계없이 그 땅이 너무 좋았거든요. 개인적인 말씀 드리긴 죄송하지만. (2019년 11월 1일 제292회 제3차 도시건설위원회)


그랬다. 이 의원은 해당 부지에 땅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말했듯 '개인적인 말씀을 죄송하'게도 의회에서 공개 발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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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취재 결과, 이 의원은 지난 2013년 의정부시 산곡동의 논과 밭 세 필지, 5,242제곱미터를 8억 원을 주고 산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 의원은 이 땅을 지난해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주) 의정부리듬시티에 16억 원에 팔았다. 의원 본인은 '빼앗겼다'고 표현했던 그 땅을, 구입 6년 만에 팔면서 100%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당시 아는 사람 소개로 주인이 급하다고 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땅을 샀다"면서 "애들이 놀기에 참 좋은 곳이라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구입 경위를 설명했다. 숲 생태유치원으로 활용하는 게 목적이었다면서 "투자라고 생각했으면 땅을 안 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 회의에서 자기 땅에 대해 집중 질의하고 언급한 게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발언한 건 이미 결정이 난 뒤, 보상액도 결정이 난 시점이었다"면서 "보상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의정부시 발전을 위한 생각이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복합단지를 거론한 이 의원의 발언 19회 중 10회는, 의원의 땅 매매 계약이 체결된 2019년 5월 이전에 이뤄졌다. 

● 관심 지역인데 어쩌다 부동산 보유?  

A. OOO 의원 : 작은 사업 예산이지만 이것에 관련하여 많은 구민들이 재산과 삶에 영향이 있습니다...(중략)... 이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2019년 6월 14일 2019년 행정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

B. OOO 의원 : 보훈병원역 9호선 그 역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세권 중에는 굉장히 활성화가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2019년 12월 5일 제268회 강동구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제2차정례회)


언뜻 보면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질의지만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둔촌동에 관한 발언이라는 것.(A: 이 사업-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B: 보훈병원역- 둔촌동 소재) 또 다른 공통점, 발언한 이가 강동구의회 서회원 의원이라는 것. 

서 의원은 길동과 명일1동 지역구의 초선 의원이다. 왜 자기 지역구도 아닌 둔촌동에 관심을 보였을까. [마부작침]은 서 의원의 재산 신고 내역에서 단서를 찾아봤다.
털어봤다! 동네의원 - 재산 편
서 의원이 신고한 57억 2천만 원어치의 부동산 중 강동구에 있는 건 둔촌주공아파트(본인 소유, 신고가 9억 3천만 원)와 다가구주택(배우자 소유, 신고가 4억 4천만 원) 두 채다.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서 의원 가족은 주로 송파구에 아파트 여러 채를 갖고 있는데 유독 관심을 보였던 지역에도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이 가진 강동구 부동산은 신고가만 13억 7천만 원인데 현재 가치는 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자기 이익을 위한 발언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구의회에서 발언이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면서 "오해를 산 데 대해 유감스럽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 5년 전 '김영란법'에서 빠졌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압도적인 찬성표로 가결됐다. 법안을 발의했던 김기식 당시 의원은 "이해상충과 관련해서는... 위헌 소지를 제거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 부분을 유보하고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으로 한정해서 입법안을 만들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표결에 앞서 설명했다. 애초 의원들과 정부가 발의했던 관련 법안 4개 모두에 '이해충돌 방지'가 들어 있었지만 심사 과정에서 빠졌다. 그렇게 '김영란법'은 핵심 중 하나인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가 제외된 채로 시행됐다.

이후 20대 국회에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안 3건이 나왔지만 임기 내 처리하지 못하면서 폐기됐다. 2020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발의했다. 이번엔 어떻게 될까.

● 10년 전 만들어진 '의원 행동강령' 있지만...

2010년 대통령령으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 제정됐다. 지방의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규정하는 걸 목적으로, 제4조(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제7조(직무와 관련된 위원회 활동의 제한) 등 금품수수나 부정청탁 방지 외에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를 위반하는 의원이 있더라도 소속 의회 의장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할 뿐이다. 의원 스스로 지키도록 하는 게 목적인 규범인 셈이다.

대구참여연대의 장지혁 정책팀장은 "지방의원들의 이해충돌 사례는 너무나 많아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예 노골적으로 나오면 감시라도 쉽지만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고 지방의회가 2백 곳이 넘다 보니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들이 대부분이라 감시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남은경 정책국장은 "공직자 재산을 신고할 때 부동산은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고, 직계존비속의 고지 거부 폐지,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 확대, 재산 형성 과정 상세 기재 등 재산 등록 및 공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심영구, 배여운, 배정훈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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