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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자폐 딸 향해 "안돼"…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앵커>

길게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 속에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들은 더욱 힘이 듭니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 돌봄 공백이 얼마만큼이나 힘겨운 시간들이었는지, 박병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자폐성 장애를 가진 20대 여성입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일하고 언니는 출가해 평일에는 어머니와 단둘이 지냅니다.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딸이) 그냥 이렇게 왔다 갔다 하고 누워서 자고 살이 지금 엄청 쪘어요. 2월부터 집에 있거든요.]

코로나 사태 이후 복지관이 문을 닫아 온종일 집에서 지내길 6개월째.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욕구 충족이 안 되면 막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굉장히 퇴행이 된 거죠. 퇴행이 말도 못 하게 됐고.]

인터뷰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합니다.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은주야! 안돼. 안돼. 들어와.]

갑자기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간 겁니다.

맨발로 나가 딸을 말리는 어머니.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엄마 이것 봐, 엄마 맨발이야. 그렇지? 엄마 신발 신어야 하겠지?]

되돌아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발길을 돌려 남의 집 문을 열려는 딸.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아니야, 아니야 남의 집 그러면 안 돼. 안돼. 안돼. 안돼.]

집까지 되돌아왔다가 다시 뿌리치길 서너 차례.

간신히 신발을 챙겨 신은 어머니가 딸과 산책길에 나섭니다.

딸이 향한 곳은 동네 마트.

여기저기 둘러보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빵을 집어 먹습니다.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은주야! 너 이거 아까 먹었는데 만지면 안 돼. 알았어. 알았어. 우리 계산하고 먹자. 돈 내고.]

불쑥 다른 건물로 들어가 이곳저곳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해 말리기 바쁩니다.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예전에는) 이러저러해서 이따가 나가자 그러면 말을 들었어요. 코로나 이후엔 이게 안 되는 거예요. 통제가 안 되는 거예요.]

뭘 원하는지 소통이 잘 안 되는 데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나오는 돌발적인 행동.

최근에는 위험한 행동까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현숙/중증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 : 안돼. 안돼. 여기 안돼. 안돼. 은주야! 여기 찻길이잖아. 차 온다. 안돼.]

코로나 사태 이후 발달장애인 부모 10명 중 9명은 자녀 돌봄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만성 피로와 심해진 감정 기복, 수면 장애가 많았습니다.

[이희옥/발달장애인 어머니 : 아이는 살이 찌고 저는 계속 빠지고 있더라고요. 스트레스받으니까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더라고요.]

[이은정/발달장애인 어머니 : 아플 수도 없어요. 아파서 누워 있을 수도 없어요. 저는 토요일, 일요일이 없어요.]

지난달 광주에서는 어머니가 20대 발달장애인 아들과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지난 3월 제주에서도 10대 장애 아들과 어머니가 세상을 등졌습니다.

잇따른 비극에 정부는 뒤늦게 장애인 시설의 문을 다시 열고 정서 상담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윤종술/전국 장애인 부모연대 대표 : 세부 내용에 들어가 보면 실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냥 한다고만 하고 누가 할 건지, 예산이나 이런 게 뒷받침이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전국 발달장애인 24만 명 가운데 중증 장애인은 8만 명.

하지만 복지관 같은 주간보호시설의 수용 인원은 4천 명에 불과해 장애인 시설 확충이나 활동 보조 시간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VJ : 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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