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앞서 13년 간 어린이 교통사고와 스쿨존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데 이어 이번엔 서울의 스쿨존 불법 주정차 실태를 분석했다.
● 5년 간 스쿨존 불법 주정차 30만 건... 꾸준한 위반
2015년 1월 1일부터 2020년 4월 30일까지 5년 4개월, 서울시 각 자치구의 불법 주정차 단속 데이터를 확보한 뒤 다시 단속 장소 정보에서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주변을 따로 추출했다. 서울시가 분류하지 않는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를 이렇게 추정해본 것이다. 단속 시간도 어린이 활동 시간을 감안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한정했다.

● 서초구 29억 원 VS. 금천구 1272만 원
분석 기간,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가 가장 많았던 서울시 자치구는 서초구다. 모두 3만 7,149대 차량에 범칙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스쿨존 같은 교통약자 보호구역의 주정차 위반 범칙금·과태료는 일반 도로(4만 원)의 2배인 8만 원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이를 3배인 12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단순 계산해보면 서초구는 스쿨존 불법 주정차 적발로 5년 간 29억 7천만 원을 벌었다.
반면, 가장 단속 건수가 적은 곳은 서울 금천구였다. 5년 치를 다 합쳐도 159건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해보면 금천구의 스쿨존 불법 주정차 적발 수입은 5년 간 1,272만 원이다. 서초구가 금천구보다 234배 많다.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걸까.

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은 '민원'이었다. 상권이 발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초구는 불법 주정차로 인한 민원 또한 많아 다른 자치구에 비해 월등한 단속량을 기록했다는 것, 금천구는 상대적으로 민원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처벌'과 '계도' 중에 어느 쪽에 무게를 뒀는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마포구 하늘초교 1위...스쿨존 단속 상위 학교는?
이번엔 각 스쿨존별로 불법 주정차 단속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살펴봤다. 위에서 밝혔듯 단속 장소에 따라 추정해본 수치이다. 2015년 1월~2020년 4월 주간시간대(08~18시) 단속 건수를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이들 학교 주변에 가보니 단속 건수가 많다고 해서 불법 주정차가 근절된 건 아니었다. 대로 말고 차가 많이 다니는 이면 도로일수록, 또 영세한 점포가 밀집한 곳일수록 불법으로 주차하거나 정차한 차량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전국 지자체 스쿨존, 무인단속장비 설치율 11%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의 모든 스쿨존에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을 100%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마부작침]은 현재 설치율은 어떤지 전국 230개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20년 6월 9일 현재, 208개 지자체의 설치 현황을 확인해 취합했다.

● "스쿨존 사고 원인 1위는 불법 주정차", 사고를 근절하려면...
지난 5월 7일 경기도는 스쿨존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스쿨존 사고 원인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꼽은 건 '불법 주정차로 인한 시야 방해'였다.(23%) 다음은 '제한속도 및 신호 위반'과, '어린이 포함한 보행자의 무단 횡단'(각각 18%)이었고, '주변을 생각하지 않는 어린이의 행동 특성'과 '운전자의 낮은 보호 의무 의식'(각각 15%)로 나타났다. 불법 주정차를 못 하게 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단속과 시설 설치만으로 가능할까.
서울 노원구의 스쿨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차장이 있으면 주차비를 내더라도 기꺼이 주차할 텐 데 그러지 못하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학교 앞에 주차하는 것"이라면서 "'과태료 물고 말지' 그러면서 그냥 주차하는 거다, 생업이니까."라고 말했다. 지역 상권과 유동 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도시 설계로 주차 공간 자체가 크게 부족한 곳들이 많아 불법 주정차로 이어진다는 주장이었다.
2019년 서울시 주차장 확보율은 136.1%다. 등록된 자동차가 312만 대인데 주차면수는 425만 면으로 표면상으론 충분하나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주차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공영주차장 6천 6백 면을 공급하고 특히 주차장 부족이 심각한 강북 지역에 전체 공급량의 60%를 짓기로 했다.
단속 장비 설치, 범칙금 상향 조정 등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필요한 건 도로 환경과 도시 설계 개선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는 스쿨존 자체의 문제점과 사각지대를, 그리고 이어서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또 실제 적용된 사례는 있는지, 해외 상황은 어떤 지를 살펴보겠다.
취재: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이유민,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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