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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③ 스쿨존도 극과 극…'스쿨존 사각지대'를 찾아보자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마부작침] ③ 스쿨존도 극과 극…'스쿨존 사각지대'를 찾아보자
'민식이법'의 시간이 시작됐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법의 내용은, 어린이 보호구역- 스쿨존에 교통안전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사고 낸 운전자는 가중 처벌하는 것이다. 시행 즈음에 가중 처벌 조항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왔고 35만 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약 한 달 뒤인 4월 20일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면서 사실상 '개정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민식이법 표결에서 유이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한 국회의원은 20대 국회 임기를 마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재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 ]은 앞서 13년 간 어린이 교통사고와 스쿨존 사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서울의 스쿨존 불법 주정차 실태를 보도했다. 이번 편에서는 스쿨존 지정 그 자체엔 문제가 없는지, 또 있다면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다뤘다.

● 스쿨존 지정률 82%인데 학원은 4.7%뿐

현행 도로교통법은 시설의 주변도로 중 일정 구간을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해당 시설은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외국인학교, 대안학교, 국제학교 등과 일정 규모 이상의 어린이집과 학원이다. 여기서 일정 규모는 정원 100명 이상(어린이집) 혹은 수강생 100명 이상(학원)이다. (이에 못 미쳐도 지자체장이 필요 있다고 인정하면 지정할 수 있다.) 그래서 스쿨존 지정 대상이 나온다. 2019년 12월 기준 20,683곳이다. 이 기준에 따라 스쿨존은 최대 20,683곳까지 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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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현재, 스쿨존으로 지정된 건 16,912곳이다. 지정률은 따라서 81.8%다. 시설별로 보면 초등학교는 지정 대상 중 105곳 빼고 모두 지정돼 98.3%, 지정률이 가장 높았고 유치원도 854곳 빼고 전부 지정, 89.6% 지정률이었다. 시설 수도 많고 어린이도 많기 때문에 90% 안팎의 지정률을 보인 것이다. 반면 어린이집은 대상인 5,330곳 중 3,181곳만 지정돼 59.7% 지정률이었고 학원은 대상 688곳 중 단 32곳만 지정됐다. 지정률 4.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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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한 가지 설명은 초등학교, 유치원과는 달리 어린이집이나 학원은 스쿨존 지정 여건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학교 등과 달리 어린이집이나 학원은 단독 건물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로변에 자리한 사례나 주변 상권 영향도 적지 않게 받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어린이집은 정원 100명이 약간 넘어 지정 요건을 갖췄으나 5년째 스쿨존 지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엔 예산 부족으로 안 된다던 관할 구청은 이번엔 "주민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고 어린이집 원장은 전했다.

서울에는 전국 학원의 20%가량이 몰려 있으나 스쿨존으로 지정된 학원은 양천구 둘, 강동구 하나 등 단 3곳뿐이다. 서울시의 담당 직원은 "학원은 지정 대상이 된 게 오래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유치원 등은 법이 만들어진 1995년부터 지정 가능했으나 학원은 2010년부터 포함됐다는 것.

정부는 2018년 5월 12개 부처 합동으로 '어린이 안전 대책'을 발표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대상을 모든 어린이집과 학원 주변, 어린이공원 주변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1년이 지난 2019년 7월 감사원은 '교통약자 보호구역 등 보행자 안전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8개 특별 광역시에서 3,624개 지정대상 초등학원 중 20개(0.5%)만 지정된 실정이며, 행정안전부는 지도 감독을 하지 않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 '스쿨존 사각지대'는 없을까? 마부작침이 찾아봤다

위에서 살펴봤듯 전국에 스쿨존이거나 스쿨존 지정이 가능한 건 2만 곳 정도, 모두 어린이 시설 주변이다. '민식이법'을 비롯한 각종 어린이 안전 대책은 이 스쿨존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스쿨존이 아닌 지역은, 지정 대상에서조차 빠져 있는 지역은 괜찮을까?

[마부작침]은 서울의 2019년 어린이 교통사고와 생활 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공간 지리 정보분석(GIS)' 기법을 활용해 스쿨존 사각지대를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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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 08시~18시, 주간 시간대에 14세 이하 유동인구가 평균 1백 명 이상인 집계구를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서 추출했다. 이는 해당 시간대에 14세 이하 인구가 평균 1백 명 이상 한 번이라도 활동한 구역을 뜻한다. 서울시 전체 19,154개 집계구 중에 190개 집계구가 여기에 해당했다.

※집계구: 행정동을 더 세분화한 인구 5백 명 정도의 통계용 구역 단위. 세밀한 분석이 가능해 스쿨존처럼 특정 구역 주변을 분석하는 데 용이함.

여기에 타스(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2019년 서울시 어린이 교통사고 데이터를 정리해 비교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의 어린이 교통사고 중 '차대사람' 사고로 사망자와 경상 이상의 부상자가 1명 이상 나왔던 사고는 모두 555건이었다. 사고 발생 지역이면서 위에서 분석한 14세 이하 유동인구 1백 명 이상인 집계구는 37개였다. 즉, 사고와 통행량을 고려했을 때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 지역이 작년 시점에 37개라는 의미다.

이들 집계구가 이미 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일 수 있다. 스쿨존이 없는 집계구만 다시 추려보니 37개 중 15개 집계구가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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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이하 유동인구가 많은 순서로 보면 영등포구 여의동, 송파구 잠실6동, 구로구 오류2동 등이었다. 여의동은 쇼핑몰과 여의도공원이 있었고, 잠실6동은 롯데월드가 포함된 곳이다. 이 중에서 오류2동, 남가좌1동, 신정6동, 우장산동 등 여러 곳은 주변에 놀이시설이나 체육시설 등이 없는 주거 밀집 구역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시설 주변만 지정 가능한 현행 법에서는 이들 구역을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없다. 분명한 건 2019년 이 구역들에 14세 이하의 주간시간대 평균 유동인구가 많았고 어린이 사고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어린이 안전 대책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14세 이하 유동인구를 주간시간대 평균 1백 명 이상이 아니라 평균 50명 이상으로 조금 낮춰 잡으면 서울의 '스쿨존 사각지대' 구역은 57개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은 <안전 취약계층의 교통안전 제고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에스케이티(SKT)의 2015~2016년 서울시 유동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비슷한 분석을 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서울 시내 11개 집계구를 스쿨존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마부작침]의 2019년 분석에서는 추가해야 하는 스쿨존이 더 늘어난 것이다.

● 어린이 교통사고의 96%는 스쿨존 밖에서

2007~2019년 13년 간 어린이 교통사고 16만 4,783건 중에서 스쿨존 사고는 6,844건, 4.2%다. 95.8%는 스쿨존 밖에서 발생했다. 이는 지정대상인데도 스쿨존으로 지정되지 않은 3700여 곳과, [마부작침]이 찾아본 '스쿨존 사각지대'를 모두 스쿨존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현재 스쿨존에 집중된 어린이 안전 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위 교통연구원 보고서는 "시설 위주가 아닌 어린이 통행특성, 통행량, 어린이 교통사고를 고려한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기준과 지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임재경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쿨존 지정에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전제하고 "모든 구역을 스쿨존으로 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보행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주거지역의 이면도로 등을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하는 생활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취재: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이유민, 이승우             

▶ [마부작침] ① 2019년 다시 증가한 사고…여전히 불안한 스쿨존
▶ [마부작침] ② 스쿨존 불법 주정차 30만 건…꾸준한 위반이 문제 
▶ [마부작침] ④ '어린이 안전'보다 앞서는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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