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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① 2019년 다시 증가한 사고…여전히 불안한 스쿨존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마부작침] ① 2019년 다시 증가한 사고…여전히 불안한 스쿨존
청원 : "민식이법 취지는 찬성하나 그중 특가법은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답변 : "현행법과 기존 판례 감안하면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

'민식이법'의 시간이 시작됐다.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 법의 내용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교통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고 사고 낸 운전자는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시행 즈음에 가중처벌 조항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왔고 35만 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약 한 달 뒤인 4월 20일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면서 사실상 '개정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민식이법' 표결에서 '유이'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한 국회의원은 20대 국회 임기를 마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재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민식이법'의 과잉처벌 우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다뤄볼 작정이다. 아직 분석할 만한 처벌 사례가 거의 없어서 그렇다. 대신, '민식이법'의 원래 취지가 어린이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인 만큼 우선 이 안전 문제에 대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각도로 짚어보겠다.

※ '민식이법'이란?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시의 한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진 9살 김민식 군의 이름을 붙인 개정 도로교통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 두 가지를 함께 이르는 말. 전자는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방지턱, 단속카메라 등 교통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한 것, 후자는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망 및 상해사고를 냈을 때 가중처벌하는 내용.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 중.

● 어린이 교통사고-스쿨존 사고 모두 2019년에 늘었다

2020년 3월 27일, 민식이법 시행 이틀 만에 첫 위반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포천의 한 유치원 근처 스쿨존에서 길 건너던 11세 어린이가 차에 치어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21일, 전북 전주에선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하던 차량에 2세 어린이가 희생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년과 달리 5월 말에 이르러 실제 등교가 시작된 만큼 올해 상반기 사고 발생은 이전보다 다소 적었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마부작침]은 타스, TAAS(Traffic Accident Analysis System=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어린이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타스에는 경찰과 보험사 등 관련 기관을 통해 수집된 사고 정보가 있다. 그중에서 사고 규모나 피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경찰 접수 사고를 기준으로 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도로교통법은 13세 미만을 어린이로 규정한다. 이 어린이 교통사고가 2007년에 1만 5천642건이었는데 2019년엔 1만 1천54건으로 4천500건 감소했다. 사망자 수도 2007년 179명에서 2019년 28명으로 크게 줄었다. 부상자 수는 1천500명 늘었다. 2018년 전체 어린이 사고 1만 9건과 비교하면 2019년에 1천 건 정도 사고가 늘긴 했으나 13년 간 흐름을 보면 전반적으로 사고 수가 줄었고 사망자도 감소했다. 긍정적인 신호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스쿨존 사고는 좀 달랐다. 2007년 345건에서 2019년 567건으로 122건 늘었다. 추이를 보면 계속 늘어나다가 2011년 751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오르락내리락하다 2015년 이후엔 감소세였다. 그런데 2018년 435건에서 2019년 567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스쿨존 지정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진 않다. 2007년 8천429개였던 스쿨존은 2009년 9천584개로 서서히 늘어나다 2010년 1만 3천207개로 급증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스쿨존 지정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사고 수 자체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스쿨존 지정이 별로 늘지 않고 있던 2019년, 다시 사고가 늘어난 건 예사롭지 않다.

● 7세 어린이, 하교 시간, 5월

어린이 교통사고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7세, 하교 시간, 5월이다.

지난 13년간 교통사고 당한 어린이 중 가장 많았던 연령은 7세다. 사망자, 부상자 모두 그러한데 주로 초등학교 1학년생의 나이다. 부모나 도우미 조력을 받아 등하교시키는 게 합리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데이터다. 등교 시간보다는 하교 시간대인 오후 4~6시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월별로 보면 사고 수로 5월이 최다였고 다음은 6월, 8월, 7월 순이었다. 요일로는 주말인 토와 일요일에 사고가 많아 전체 사고의 33.7%가 발생했다.

스쿨존 사고도 대체로 비슷한데 학교 같은 시설 주변이라는 특성이 좀 더 반영됐다. 7세 어린이의 사망이나 부상이 많다는 건 같았지만 사고 시간대는 오후 2~4시에 조금 더 집중됐다.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보다는 평일, 특히 금요일에 사고 수가 최다였고 5월이 가장 사고가 많은 달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스쿨존 사고에서 가해 운전자가 어떤 법규를 위반했는지 살펴봤다. 가장 많은 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34.0%를 차지했고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 32.3%로 그다음이었다. 이 둘을 합치면 66.3%, 3분의 2나 됐다. 특히 사망사고에서는 이들 두 법규 위반을 합쳐 69.7%로 그 비율은 더 올라갔다. 스쿨존 사고의 가해자는 안전운전이나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 발상 바꾼 '스쿨존 대책'…한 달에 39만 번 우회 선택

어린이 교통사고를 가능하면 줄여야 하고 그중에서도 스쿨존 사고는 더더욱 최소화해야 한다는 건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민식이법'은 과잉처벌 우려가 타당한지를 떠나 현재 시행 중인 법이다. 운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나의 실천 방안을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내놨다. 자사의 서비스에 '스쿨존 우회' 기능을 추가해 업데이트한 것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스쿨존이 있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회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스쿨존에 아예 안 가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에스케이티(SKT)의 티맵은 4월 23일부터 '어린이 보호 경로' 옵션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 지도는 5월부터 시작했고 카카오내비는 우선 스쿨존 진입시 안내 기능을 강화했으며 조만간 우회 기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틀란 등 내비게이션 업체들도 우회 옵션 적용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운전자들이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마부작침]이 입수한 티맵의 스쿨존 우회 요청 데이터를 보면, 서비스를 적용한 4월 23일부터 5월 20일까지 약 한 달 간, 39만 6천584건의 길 안내 요청이 기록됐다. 하루에 1만 회 이상 스쿨존 우회 경로를 안내받았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길 안내 건수인 10억 건의 0.037%다. 아직 이 기능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다는 점, 다른 내비게이션 서비스 사용자도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는 아니다.

광역시도별로는 경기, 서울, 인천, 충남, 경남 순으로 많았다. 전체 사용 건수가 많은 곳들이 우회 경로 안내 건수도 많았다. 아직 지역별 특징이나 경향을 파악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스쿨존을 피해 갈 수 있는 대안이 생긴 건 고무적인 일이다.

스쿨존은 어린이 시설 주변에서는 어린이 안전에 더욱 유의하자며 특별히 지정해 놓은 구역이다. 이 구역 안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늘 조심해서 운전하자는 취지다. 스쿨존의 주정차 금지도 여기엔 아예 차를 갖고 오거나 운전하지 말라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스쿨존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 지정과 관리, 그리고 인식이 함께 얽혀있다 보니 그 취지가 제대로 살지 않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편, 스쿨존 불법 주정차 문제에서 이어가겠다.

취재 :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유민,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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