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사랑받는 기타는 소리도 남다르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상인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개인위생과 건강관리가 중요해졌다. 나 역시 평소에 귀찮아서 잘 하지 않던 마스크를 외출할 때 무조건 착용하거나 아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타를 11대나 가지고 있지만 녹음이나 공연에서 주로 쓰는 기타는 2~3대뿐인데, 평소에 잘 만지지 않던 기타들을 오랜만에 잡아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쿠스틱 기타 한 대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걸 발견했다. 기타의 지판이 붙어있는 긴 부분을 넥(Neck)이라고 부르는데 넥이 휘어서 지판과 기타줄 사이가 꽤나 벌어져 있었다.

그 순간, 내 생애 첫 기타를 나의 무지와 관리 부족으로 버려야 했던 때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생일선물로 부모님과 낙원상가에서 구입한 국산 S사의 기타. 나에게 노래와 연주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중학교 2학년때 전체 학년 앞에서 장기자랑 시간에 노래하면서 무대의 긴장감과 희열을 함께 했던 기타였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의 진로를 바꿔준 눈물 나게 소중한 기타인데, 고등학교 때 대학 입시준비로 몇 년간 기타를 잡지 않고 방구석에 방치해 두다 대학생이 된 뒤 다시 잡아보니 넥이 휘고 뒤틀어져서 치기 힘든 지경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대학생이 되고나선 화려한 일렉트릭 기타에 관심이 쏠려 일렉 기타만 연습을 하다 보니 나중엔 울림통이 있는 바디(Body) 부분까지 나무가 갈라지고 말았다.

기타를 비롯한 대부분 현악기의 주재료는 나무이다. 현의 주재료는 금속이지만 현의 울림을 받아주면서 소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나무이다. 나무의 재질과 건조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타를 오래 치다보면 나무의 종류나 상태에 따른 미묘한 소리 차이를 알게 된다. 같은 재질의 기타라 하더라도 관리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정도이니 기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만큼 기타관리에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기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관리가 필수다’

관리만 잘하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좋은 소리가 날 수도 있다. 사람에게 식습관과 운동이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면 기타 관리의 핵심은 온도와 습도이다. 쉽게 말해 습도가 높아지면 나무가 부풀어 오르고, 습도가 낮아지면 반대로 쪼그라드는데, 그 미세한 차이들이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반복되면 결국 기타가 휘거나 비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름처럼 습할 때는 에어컨이 있어서 온도와 습도가 그나마 유지가 되지만 그렇지 않아도 건조한 겨울에 보일러를 틀면 더욱 건조해지기 때문에 겨울철이 기타 관리에 가장 어려운 시기이다. 겨울 또는 장마철처럼 습도조절이 어려울 때엔 차라기 공기가 밀폐되는 하드케이스에 넣어 두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은 현악기를 오래 보관할 때 하드케이스에 넣어둔다.

온도와 습도를 신경 쓰고, 커다란 하드케이스를 매번 꺼내는 게 귀찮다면 그 다음으로 기타를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틈날 때 마다 자주 연주하는 것이다. 어릴 때 기타를 자주 연주하는 것과 기타를 관리 하는 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 했었지만 오랜 시간 치면서 왜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하는지 알게 되었다. 기타를 자주 만지면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듯이 기타의 변화를 금방 감지해서 바로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타의 줄들이 진동하면서 나무의 유연성을 유지시켜주고 울림통 안의 공기들을 순환시켜 자연스럽게 습도가 관리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치지 않아 넥이 휜 기타는 인위적으로 휨을 조절할 수 있는 넥 안의 철심(트러스 로드: Truss rod)을 조절해 원래 상태로 복구하고, 지판의 갈라짐을 방지해주는 기타용 레몬오일도 발라주었다.

기타는 이제 나에게 오랜 친구와도 같다. 중년에 접어들며 내 건강을 더 챙겨야 하듯이 나와 함께 할 '기타 친구'들의 건강도 좀 더 챙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