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K-기타여, 세계를 향해 뛰어라!

이세형 | 퓨전 재즈밴드 '라스트폴'의 기타리스트

SBS 뉴스

작성 2020.02.12 10:01 수정 2020.02.12 17: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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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불어닥친 일본 제품 불매운동(노재팬)의 여파를 여전히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옷과 자동차 같은 소비재나 일본으로의 여행 상품의 경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이 많이 쓰지 않는 제품이나 대체 불가한 분야의 상품들은 아무래도 그 여파가 덜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악기를 들 수 있다.

 일본은 기타와 신시사이저, 피아노 등 거의 대부분 악기 제작 분야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만큼은 아닌 듯 하다. 기타를 예로 들면 대중 브랜드 기준으로 미국의 F사와 G사가 확고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그에 못지 않은 일본의 I사와 Y사가 있다.

 한국도 피아노로 유명한 S사와 기타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C사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갔으나 현재는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이 되는 수준이다. 나의 경우에도 총 11대의 기타 중에 미국제품 5대, 일본제품 4대, 그리고 한국제품 2대를 가지고 있다. 한국 제품은 대중 브랜드가 아닌 수제로 제작한 기타이다.

 악기로서 기타의 큰 장점중 하나인 '접근성', 즉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기타회사들이 세계적으로 괜찮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차와 IT제품과 같이 세계 톱 클래스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한류 인기 등의 문화 수준을 감안할 때 높은 인정을 받는 브랜드가 없는 점도 뼈아픈 현실이다.

 대부분의 기타 연주자들은 어느 나라의 제품이여서가 아니라 소리와 멋,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그런데 좋은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는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과 일본의 회사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하여 비싼 모델들은 본국에서 만들고 중저가형 모델은 멕시코와 인도네시아에 현지 공장을 두고 제작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기타 제작사들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한때 미국과 일본회사들의 OEM 제작국으로서 수준 높은 제작능력을 갖추기도 했었지만, 자체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고 인건비는 상승하면서 현재는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에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그곳에서 생산하는 중저가형 모델의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C사의 경우 무리하게 국내공장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바람에 한국 연주자들에게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좋은 브랜드 이미지는 절대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국 회사들이야 기타제작의 원조격이니 시작부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채 지금에 이르렀고, 일본 회사들도 70년대부터 수십년 동안 마케팅 노력을 벌인 끝에 지금 위치에 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타회사들이 앞으로도 줄곧 중저가 브랜드만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8~90년대 삼성의 전자제품이나 현대자동차를 일본의 소니나 토요타에 비교한다면 전세계 사람들이 웃었겠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대등해지거나 역전한 분야도 있다. 유망한 글로벌 뮤지션들에게 스폰서쉽을 제공하고 긴 호흡으로 성장하는 스토리를 써 간다면 2~30년 후에는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알만한 한국의 유명 기타 브랜드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더군다나 기생충 또는 BTS와 같이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가는 현재의 분위기를 탄다면 우리나라의 기타 회사들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타 연주자들이 좋은 소리와 디자인, 훌륭한 가격을 가진 '한국산 기타'를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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