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프로 14년차 신인(?)' 김광현의 스프링캠프 첫날

[취재파일] '프로 14년차 신인(?)' 김광현의 스프링캠프 첫날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입단으로 빅리거 꿈을 이룬 김광현이 한국 시간으로 11일 플로리다 주피터에 위치한 팀 스프링캠프에 처음 출근했습니다. 프로 14년차 베테랑이지만, '빅리그 새내기'인 김광현의 첫 출근은 한마디로 '웃음 가득'이었습니다.

김광현은 오전 8시 25분 붉은 색 카디널스 운동복을 입고 캠프장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나 혼자 하려니 어색하네." 지난 13년 동안 SK 소속으로 스프링캠프를 보낸 것과 달리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은 각자 출근해서 훈련하기 때문에 어색한 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어색하다는 말과 달리 그의 얼굴에는 설레는 표정과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너무 이른 아침에 출근한 것 같죠. 사실 잠이 좀 일찍 깼어요. 모든 선수들을 다 보고 싶었는데, 일찍 와서 만나서 인사했어요. 내일부터는 두 번째 보는 거니까 조금 더 친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광현은 홀로 보조구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풀더니 러닝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외야 끝에서 끝을 천천히 왕복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는데, 김광현은 취재진 앞을 지날 때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캐치볼 파트너가 아직 없네요. 9시 정도에 올 거 같아요. 아 이거 기술 훈련 하는 걸 찍으셔야 하는데, 캐치볼 하는 걸. 날씨 좋죠? 오늘 날씨 좋은 거 에요. 춥지도 않고."

마치 놀이동산에 온 어린 아이처럼 신나서 이야기 하는 김광현의 모습을 보며 '정말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인트루인스 김광현 선수 (사진=연합뉴스)
러닝을 마친 김광현은 태극모양이 새겨진 글러브를 들고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의 옆에는 지난 시즌 세인트루이스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한 존 갠트가 서 있었습니다. 파트너를 어떻게 정했냐고 묻자 김광현은 "트레이닝 룸에서 스트레칭 하는 선수들 중에 캐치볼 같이 할 사람 물어봐서 랜덤으로 하게 됐어요. 같이 하자고 하니 갠트가 흔쾌히 오케이 해줬어요. 앞으로도 여러 선수와 캐치볼을 하고. 포수도 여러 포수와 피칭을 해야 할 거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필승조로 활약한 투수답게 갠트의 공은 묵직하고, 휘어지는 각도가 예리했습니다. 김광현은 갠트의 빠르게 떨어지는 공을 몇 차례 놓쳤는데, 그러면서 국내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다른 문화를 바로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캐치볼이라고 하면 가볍게 생각을 해요. 말 그대로 그냥 공을 주고 받는 느낌? 그런데 여기서는 피칭하는 느낌으로 세게 던져서 당황했어요. 하지만 워낙 외국인 선수가 많기 때문에 잘 넘어간 거 같아요."

캐치볼을 마친 김광현은 갠트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를 칭찬했고, 앞으로 잘해보자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김광현은 라커룸으로 이동하던 중 내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동료 투수들을 발견했습니다.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 수비 코치가 "펑고 훈련할래?"라고 물었고, 김광현은 밝은 표정으로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김광현은 "코치님이 '평고 할래?'라고 물으시는데 '아니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라며 농담을 한 뒤 "개인 훈련을 하면서 펑고 받을 기회가 없었어요. 펑고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받게 됐어요. 아무래도 땅볼 타구를 많이 잡아야 하니까 연습이 필요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러닝과 캐치볼, 수비 훈련까지 마친 김광현은 국내 취재진에게 첫 훈련을 마친 소감을 밝혔습니다. 먼저 자신을 반겨준 코칭스태프에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코칭스태프가 '월컴 투 카디널스'라고 얘기해줬어요. 이제는 제가 할 몫인 거 같아요. 제가 하는 거에 따라서 친절해질지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재밌는 뒷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투수 코치(마이크 매덕스)가 추신수 선배님께 한국말을 배웠다고 하는데 '방구 뀌었냐'고 얘기해서 놀랐어요. 그리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더라고요. 반가웠고, 저도 영어 앞으로 많이 배워서 영어로 인사할 수 있게 해야겠죠?"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김광현을 선발 투수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김광현은 지난해 12월 입단식을 하자마자 구단으로부터 운동 프로그램을 받았는데, 선발 투수의 루틴이었다고 밝혔습니다.

"22일에 시범경기 첫 게임을 들어가는 데 거기에 맞춰서 피칭을 순차적으로 하고 있고 개수도 늘린 상태에요. 앞으로 3번 정도 불펜 피칭 계획이 있어요. 시범경기 계획에 맞춰서 1이닝, 2이닝, 3이닝씩 늘려갈 생각이에요."

김광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부족한 걸 보완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걸 극대화 시킬 계획입니다.

"일단은 제가 가지고 있는 부분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보여 주는 게 맞다 생각해요. 지금은 안 되는 거, 안 해왔던 걸 하는 거보다 잘 해왔던 걸 보다 좀 더 완벽하게 보여줘야 할 시기인 거 같아요. 지금은 시즌 들어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잘 했던 걸 완벽하게 보여줘야 할 거 같습니다."

새 출발선에 선 '프로 14년차 신인' 김광현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팬들게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잘해서 좋은 멋진 모습 보여 드릴게요. 응원해주시고, 너무 멀어서 미국에 와달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TV로 많이 시청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