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③ 음주운전 초범이나 재범이나 별 차이 없는 형량

대한민국 음주살인 보고서Ⅱ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0.01.03 09:00 수정 2020.01.03 14: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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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친구들의 법 개정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 '윤창호법' 통과 및 시행... 2018년 9월 벌어진 '음주 살인' 이후의 전개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법 개정 이후 1년, '윤창호법'의 취지는, 정신은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음주살인' 보고서> 보도에 이어 이번엔 시행 1년을 맞은 윤창호법의 효과는 어떠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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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윤창호법 1년...선고 형량 오히려 줄었다
② 술 마시고 사망사고 내도 '윤창호법' 적용 안 받는 이유는


● 음주운전 꼼짝 마!...매년 줄어드는 음주운전 적발

연말이면 경찰은 음주운전 특별 단속에 돌입한다. 송년회 등 술자리가 많을 때 음주운전도 늘어날 것이니 단속을 통해 미리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 지난해 12월도 16일부터 31일까지 특별 단속 기간이었다.

이런 노력에 힘 입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음주운전 초범이나 재범이나 별 차이 없는 형량2014년 25만 1,675건이었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계속 줄어들어 2018년 처음으로 20만 건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2019년엔 11월까지 잠정치 11만 5,191건을 기록했다. 12월 적발 건수가 11월과 비슷하다면 5년 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의미 있는 수치이자 성과다.

그런데 월별로 살펴보면 조금 특이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특별 단속 끝나면 다시 늘어나는 음주운전
마부작침
2014년 이후 가장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많았던 달은 2014년 5월이다. 경찰은 이달에만 전국에서 2만 3,844건의 음주운전을 적발했다. 반면 가장 적발 건수가 적었던 건 2019년 2월로 8,202건이 적발됐다. 2014년 5월과 비교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월별로 살펴보면 2015년 연말-2016년 연초 외에는 대체로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적발 건수가 적은 달에 속한다. 이후 3월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4월에 정점을 찍는 흐름이 나타났다.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연중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가장 많았던 석 달은 3월부터 5월까지다.

2019년은 또 달랐다. 1월과 2월에 적발 건수가 가장 낮았던 건 비슷했으나 이번엔 5월에 치솟았다가 7월에 또 다시 저점을 찍는 흐름이었다. 2018년 12월 18일부터 제1윤창호법이, 2019년 6월 25일부터는 제2윤창호법이 시행됐다. 법 시행을 전후해 경찰은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8월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여 2019년 11월 올해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 음주운전 처벌 전력 있어도 형량 차이는 미미

음주운전 적발, 그리고 음주운전 사고는 분명 줄고 있다. 문제는 반복해서 음주운전하는 이들, 이른바 '상습 음주운전자'들이다. 경찰백서를 보면 전체 음주운전 적발자에서 '3회 이상 적발'의 비중은 매년 증가해 20%에 육박하고 있다. 상습 음주운전자 수는 훨씬 더디게 줄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보도 당시 왜 음주운전했냐는 질문에 대한 적발자들의 답변은 주로 "술 마셔도 운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속하더라도 안 걸릴 것 같았다"였다. 술 마시면 운전해선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단속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음주운전 초범이나 재범이나 별 차이 없는 형량[마부작침]의 판결문 분석 결과도 이런 인식을 뒷받침한다. '제1윤창호법' 시행 전 1년 간 발생한 음주 사망사고(2017.12.18~2018.12.17)의 판결문 137건 가운데 피고인에게 음주운전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경우가 40.1%(55건), 없는 경우는 59.9%(82건)였다. 처벌 전력이 있는 피고인이 다시 음주운전을 해 사망사고를 냈을 때, 즉 음주운전 누범의 실형 평균 형량은 34.4개월(36건)이었고,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의 평균 형량은 30.7개월(44건)이었다. 두 집단의 선고 형량 차이는 고작 넉 달 정도였을 뿐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누범 0.141%, 초범 0.123%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집행유예 선고에서도 누범은 15.9개월, 초범은 15.5개월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제1윤창호법' 시행 후 1년 간 발생한 음주 사망사고(2018.12.18~2019.12.17) 판결문 39건에서는 피고인에게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 경우가 30.8%(12건), 없는 경우는 69.2%(27건)였다. 음주운전 누범의 실형 평균 형량은 34.9개월(7건), 초범의 평균 형량은 29.6개월(11건). 역시 고작 넉 달 정도 차이가 났다. 누범과 초범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30%와 0.180%였다. 집행유예 선고에서도 누범 17.2개월, 초범 22개월로 큰 차이는 없었다.

※ 윤창호법 시행 후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판결문 수가 훨씬 적다. 음주운전자 본인 사망사고가 적지 않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고도 있기 때문이라는 점 알려드린다.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와 무죄, 선고형의 종류, 그리고 형량을 결정하는 데는 숱한 요소가 반영된다. 그래서 개별 판결문 하나 혹은 두 개만 놓고 전반적인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건 조심스럽다. 1년 혹은 그 이상의 판결문을 두루 살펴봤다고 해도 조심스러운 건 역시 마찬가지이나 그럼에도 윤창호법 시행 전후 2년 간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판결문에서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선고에 반영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3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③ 음주운전 초범이나 재범이나 별 차이 없는 형량
● '윤창호법'의 이름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위법이 음주 사고라 하여 가볍게 처벌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고하고 다가오는 사고가 아닌 만큼, 여러분들께서 힘을 보태 주셔서 더 이상은 이렇게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고 윤창호 씨 친구들의 국민청원 중에서
 
 2018년 10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간 이 청원. 4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대통령의 언급과 법무부 장관의 답변, 국회의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윤창호법'이 별다른 의미나 효과가 없다고 폄하하기 위한 게 이번 분석과 기사의 목적은 결코 아니다.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때 모였던 국민의 마음과 고인의 이름을 붙인 법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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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운 기자·분석가 (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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