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쓰레기 투기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최근 경북 일대에서는 남의 공장에 쓰레기 수 천 톤을 몰래 버리고 달아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날벼락을 맞은 공장 주인들은 어마어마한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떠안게 될 처지입니다.
박병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경산시에 있는 한 공장, 앞마당에 각종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건축 폐기물들… 타이어도 있고…]
안쪽 건물과 창고 안에도 온갖 폐기물들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이 안에도 그냥 다 쟁여놨네요.) 창고에도 넣고… 벽도 다 무너졌다니까요.]
쓰레기 양이 무려 3천여 톤. 5톤 트럭 6백 대 분량입니다.
[문수용/피해공장 주인 : (처음 보니까 어떠셨어요?) 죽을 뻔했지. 뒤로 자빠졌죠. 잠도 못 자고 지금도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 못 죽고 삽니다.]
더 황당한 건 공장 주인이 불법 투기 사실을 알기 훨씬 전에 동네 주민이 여러 번 경산시청에 신고했다는 겁니다.
[권칠란/신고 주민 : 계속 신고해도 공무원은 나오는데 폐기물은 한없이 갖다 붓는 거예요. 밤에는 막 차가 수없이 오는 거예요.]
신고를 받은 공무원이 3차례나 나와 불법 투기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번번이 그냥 돌아갔다는 겁니다.
[경산시청 감사담당자 : (투기자들이) '여기 곧 허가 내서 할 거고, 다 돼가니까 그쪽으로 옮겨갈 거다'(그랬대요.) 저희가 판단해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요.]
그렇게 차일피일 처리를 미룬 사이 불법 투기꾼은 종적을 감췄고 공장 주인 노부부는 7달째 쓰레기 산 앞에서 한숨만 토하고 있습니다.
[김순년/피해공장주인 : 우리가 그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고 하고 공무원은 아무 잘못한 게 없다고 나오는데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경북 영천에서도 빈 공장을 임대했더니 쓰레기 7천 톤을 버리고 도망갔고, 인근의 또 다른 공장 역시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가 1만 톤이나 쌓여 있습니다.
[서봉태/피해공장 대리인 : 처리비용만 26억 원 정도 나오고요. 그리고 이제 운송비, 상차비까지 하면 전체적으로 28억 원 정도 (나옵니다.)]
임대하지도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쓰레기 날벼락을 맞은 공장도 있습니다.
경북 칠곡에서는 매매하려고 내놓은 공장 문을 누군가 뜯고 들어가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았습니다.
국회는 최근 관련법을 개정해 불법 투기범들에게는 폐기물 처리 수익금의 3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투기범이 잡혀도 끝까지 버티면 쓰레기 처리 비용을 모두 공장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드론촬영 : 최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