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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한 살배기 길로 모는 강제퇴거…관련 법 감감

<앵커>

재건축·재개발 지역마다 나가라, 못 나간다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 이어지죠. 그런데 쫓겨날 땐 나더라도 인정상 한겨울은 피해달라는 법이 국회에서 매번 퇴짜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도 영하 날씨에 거리에 나앉는 사람들이 또 나오고 있습니다.

윤나라 기자입니다.

<기자>

고양시 능곡동 빌라 입구를 20대 남성들이 막아선 채 사다리차로 짐 옮기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주 거부 세대에 대한 재개발 조합의 강제퇴거 조치입니다.

[거주민 : 문을 따고 아침에 일찍 쳐들어온 거예요. 창문 뜯어놓고 상자에 다 싸 가지고 밖으로 내리고.]

이주 보상금으로는 근처에 전세 구하기도 어렵다는 게 버티던 주민들 항변입니다.

[거주민 : 방 하나조차도 지금 구할 수가 없는 상황에, 이 한겨울에 14개월 된 아기 데리고 어디를 나가겠어요.]

특히 강제퇴거 시기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강제집행이 이뤄진 1월 10일 이곳 고양시의 아침 기온은 영하 8도였습니다.

한겨울에 강제집행이 이뤄진 겁니다.

10년 전 용산참사 이후 동절기 강제퇴거를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실은 잘 바뀌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12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 강제퇴거를 막는 행정지침이 있지만 서울 아현동 지구처럼 11월 30일에 강제퇴거가 이뤄지는 식입니다.

이때 쫓겨난 37살 박준경 씨가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사흘을 길에서 보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이원호/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 동절기 강제철거라는 것은 조례, 행정지침 이런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게 지금 계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 거든요. 법제화를 해야죠.]

퇴거 시 거주자 안전을 보장하고 이주 공간 확보 같은 재정착 권리를 명시한 강제퇴거금지법은 지난 18대,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1년째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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