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출처 확인부터 해보겠습니다.
처음 이 영상이 퍼진 건 수토포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대변인의 트위터(https://twitter.com/Sutopo_PN/status/1048284995150737408/video/1)를 통해서입니다.
Proses likuifaksi tanah di Kota Palu hasil rekaman citra Satelit WorldView resolusi pixel 0.5 meter.
"팔루 토양의 액화 과정을 월드뷰 인공위성이 0.5m 해상도로 기록한 이미지입니다."
영상이 아닌 이미지를 뜻하는 'citra'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분명 업로드한 건 영상인데, 사진이나 그림을 의미하는 '이미지'라는 단어를 쓴 겁니다.
그럼 이번엔, 원작자를 찾아보겠습니다.
같은 영상을 올린 또 다른 유튜버 가운데, 원작 제작자로 추정되거나 전문가로 보이는 인도네시아인(https://www.youtube.com/watch?v=RYahUgxi39A&feature=youtu.be)에게 '실제 영상이 맞는지' 직접 질문을 해봤습니다.
기자의 짧은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답변을 해줬는데요,
첫 문장에서,
"이 영상은 지반 액상화로 인한 거대한 움직임을 모델링한 비디오이다, 위성으로 직접 찍은 비디오나 저속촬영 비디오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영상이 실제 촬영 영상인 것처럼 퍼졌나봅니다.
지난 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전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https://www.facebook.com/riskydigital/posts/10213086693786388)
한국외대 인도네시아어학과 고영훈 교수팀에게 번역을 부탁해 주요 내용만 간추려봤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는 직접 녹화한 영상이 아니다. 위성으로 찍은 저속 촬영 비디오도 아니다. 우리에겐 video imaging이 가능한 위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우리에게 그러한 위성이 있더라도, 그것은 (sun synchronous 위성인 아닌) 인도네시아 하늘 위에서 바로 작동하는 geostationer 위성일 것이다."
"이 영상을 공유한 이는 지구과학과 디지털 위성 그림의 관리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춘 사람으로 간주되며, 본 공간 모델링의 제작 목적과 법에 어긋난 선동 및 선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그래픽 제작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세히 보면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옆으로 늘어나는 점, 컴퓨터 그래픽에서 많이 쓰이는 몇몇 기법이 보이는 점 등을 통해 90%가 넘는 확률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영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진 전 후 사진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동영상으로 이어붙이기 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이라 실제 촬영 영상으로 '오인'하기 쉬웠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일부 매체에서는 잘못된 뉴스가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SBS는 이 영상을 이용한 방송 뉴스는 내보내지 않았지만 인터넷용 기사로는 10일 오후 2시간 가량 서비스 됐다가 실제가 아닌 게 확인돼 내렸습니다.
인터넷, 유튜브 시대를 맞아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팔루 지역은 아직까지도 사망자 숫자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피해자 구조는커녕 피해 복구마저 요원한 상황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뉴스, 부정확한 뉴스는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희화화하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