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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대법원 '특수활동비' 최초 공개·분석

양승태 전 대법원장 2억 2천만 원 받았다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작성 2018.07.27 18:00 수정 2018.09.03 14: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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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대법원 특수활동비 최초 공개·분석
'특수활동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상납받아 사적인 용도로 썼다던 그 돈,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이 모여 밥을 먹으면서 선후배 검사들끼리 주고받았다는 그 돈, 최근에는 국회에서 해외 출장이나 상금 등에 쌈짓돈처럼 쓰였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던 바로 그 돈, 그 특수활동비. 국민이 낸 세금에서 비롯되지만 영수증도 필요 없고 감사도 안 받아도 된다는 '깜깜이 돈' 특수활동비.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법무부와 검찰의 '돈봉투 만찬' 파문 이후인 지난해 5월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특히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를 집중 취재해 2편에 걸쳐 보도했다.

☞ [마부작침] 특수활동비(1): 10년간 8.4조 쓴 특수활동비...알고보면 식사비·회식비?
☞ [마부작침] 특수활동비(2): "검찰, 법무부에 매년 억대 반환"...특활비의 실상


[마부작침]은 이번에는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정부기관 26곳(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통폐합된 과거 기관 포함) 전체에 특활비 사용 내역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그 결과 대법원의 특활비 지급 내역 3년 치 전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대법원에 특활비가 처음 신설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대법원의 특수활동비 지급결의서 전체이다. A4용지 795장 분량인데 대법원 특활비의 지급일자, 금액, 수령인 등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건 처음이다. 
[마부작침]특수활동비
대법원 특수활동비 지급결의서(2015~2017) 795장 ☞ http://bit.ly/2Ao3xDZ
 

●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중 2015년 신설된 ‘대법원 특수활동비’
 
특수활동비는 말 그대로 ‘특수활동’을 하는 기관을 위해 따로 편성하는 예산이다. 올해 기준으로 특활비 예산을 받는 기관은 대법원을 포함해 국정원, 법무부, 국방부, 경찰청 등 20곳으로 3,216억 원 규모다. 

특수활동비 사용 범위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나와 있다. 2018년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 적용범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다. 원칙적으로 특활비는 은밀한 정보 수집과 수사 활동에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마부작침]특수활동비

세금으로 편성된 특활비가 사실은 ‘눈먼 돈’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운용이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을 보면 영수증과 집행내용확인서를 증거서류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수사 및 정보 수집 활동 등 그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생략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즉,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증빙을 생략할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특활비를 사용하는 기관 거의 전부가 이를 '특활비는 영수증이 없어도 된다'라고 해석하고 그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재판 업무는 공개가 원칙인 만큼 대법원에는 애초에 '특수활동비'라는 예산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양승태 대법원장 때인 2015년도 대법원 예산안에 특활비 항목이 처음으로 생겼다.
 
2015년 10월 대법원의 예산안을 논의한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대법원에 특활비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자체적으로 직무 감찰도 하고, 사법행정에 관한 정보 수집 활동 등을 하는 데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 체제에서도 대법원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 18일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에 출석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대법원도 감사라든지 기밀성을 요구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특수활동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법원이 챙긴 특활비 8억 5천만 원…수시로 받아갔다 
[마부작침]특수활동비
대법원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전수 데이터 ☞ http://bit.ly/2LoMrux
 
대법원 특수활동비는 예산 편성 첫 해인 2015년 3억 원, 2016년 2억 7,000만 원, 2017년 3억 2,000만 원이 책정됐다. 그리고 올해, 2018년에도 약간 줄긴 했지만 어김없이 2억 5,600만 원이 특활비로 배정됐다. [마부작침]이 3년 치 특활비 지급결의서를 분석해보니 대법원이 실제로 쓴 특활비는 8억 5,647만 원, 795차례에 걸쳐 지급됐다.
 
특활비 지급결의서의 ‘수령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만(2013.2 ~ 2015.2), 설범식(2015.2 ~ 2018.2) 부장판사 등 2명을 포함해 2015~2017년 3년 동안 대법관을 지낸 18명 전원,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2015.8 ~ 2017.3) 등 법원행정처 간부 6명, 모두 26명이었다.
 
[마부작침] 특활비 썸네일& 그래픽 수정
가장 많은 금액을 수령한 사람은 설범식 대법원장 비서실장으로 3년 동안 192차례에 걸쳐 2억 4,033만 원을 지급받았다. 특활비 지급을 시작하고 한 달 여 뒤 교체된 김정만 비서실장은 10회, 1,355만 원을 지급받았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비서실장 2명이 수령한 돈은 대법원장 특활비"라고 확인했다. 결국, 대법원장의 특활비가 가장 많았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 2017년 9월까지 6년 임기를 채웠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수령한 특활비만 추리면 2억 2,368만 원이다.   
 
3년 사이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대법관 3명이 양승태 대법원장 뒤를 이었다.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고영한 대법관(대법관 임기는 2012.8 ~ 2018.8)이 98차례에 걸쳐 9,440만 원을 지급받았고,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 전 대법관(대법관 임기 2011.6 ~ 2017.6)이 55차례, 특활비 6,454만 원을 수령했다. 그다음은 역시 2017년 7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김소영 대법관(대법관 임기 2012.11 ~ 2018.11)으로 57차례, 6,040만 원이었다. 

[마부작침] 그래픽 수정23년 동안 딱 한 번만 특활비를 받은 사람도 4명 있다. 김현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300만 원, 심준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200만 원, 김연학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100만 원, 유영학 법원행정처 인사운영심의관은 100만 원을 받았다. 네 사람 모두 2017년 9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특활비를 수령했는데, 공교롭게도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2017년 9월 22일) 직전이다.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은 8차례, 1,006만 원,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은 4차례, 688만 원을 받았다. 대법관이 아닌데 대법원 특활비를 받은 건 이들 6명뿐이다.
 
● 양승태 대법원장 184차례 2억 2,300만 원…김명수 대법원장도 특활비 수령 
[마부작침]특수활동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2015~2017년 비서실장 2명을 통해 받은 특수활동비 총액은 2억 5,388만 원이다. 대법원 특수활동비의 29.6%에 해당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2011.9~2017.9)은 184차례에 걸쳐 2억 2,368만 원을 수령했다. 2년 9개월 동안 받은 건데 한 달 평균 5~6회, 한 번에 적게는 45만 원, 많게는 400만 원까지 받았다. 
 
[마부작침]특수활동비 김명수 대법원장(2017.9 ~ 현재) 역시 지난해 9월 26일 취임식 날부터 특활비를 지급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석 달 동안 18차례에 걸쳐 비서실장을 통해 특활비 3,020만 원을 수령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 안팎의 현실이 참으로 엄중하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통합과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이 2018년에도 특활비를 수령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대법원은 이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 검토해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 대법원에 특수활동비가 왜 필요할까

대법원 특수활동비 예산의 세부항목은 '기관운영 기본경비'로 잡힐 뿐 지급결의서에는 구체적인 사용처가 나와 있지 않다. 대법원에서 3년간 특활비를 지급한 795건 가운데 '증빙 구분' 항목에 '영수증'이라고 기재한 지급결의서는 단 20건뿐이다. 이마저도 대법원이 특활비를 사용하기 시작한 2015년 1월에만 몰려 있다. 나머지 775건은 모두 증빙 구분에 '기타'라고 기재돼 있다.

대법원은, "왜 2015년 1월에 증빙 구분을 '영수증'으로 입력했다가 이후에는 '기타'로 했냐?"는 [마부작침]의 질문에 "특수활동비에는 증빙서류가 없다, 다만 입력 시스템상 증빙 구분에서 반드시 선택해야 다음 단계 입력으로 넘어갈 수 있어 실무자가 특별한 의미 없이 영수증이나 기타를 임의 선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위에 언급한 감사원 계산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증빙서류를 생략할 수 있지 증빙이 필요 없는 게 아니다.

[마부작침]은 대법원의 특수활동비 용도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법원은 “사법부에도 법관 및 법원 직원에 대한 윤리감사, 각급 법원에 대한 직무감찰이나 사무감사 등과 같이 밀행성이 요구되는 활동이 있으므로 이러한 영역에서 특수활동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2015년, 2018년 국회 법사위 회의에 출석한 전현직 법원행정처장이 설명한 내용과 같은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의 감사업무를 공식 담당하고 있는 김현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2016.2 ~ 2018.2)이 수령한 특활비는 2017년 9월 1차례, 300만 원에 불과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윤리감사관이 지급받은 특활비가 ‘0원’이었다. 3년간 대법원 특활비의 97.2%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받아갔다.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특활비 대부분을 써온 만큼 대법원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법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비슷하게 재판 업무를 보는 헌법재판소 예산에는 특활비가 없다.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의 특활비 예산 편성을 정부 기관의 대표적인 부적정 예산 편성으로 평가한 바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재판에 나오는 자료들은 공개적으로 대화와 토의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직접 감찰을 하거나 조사를 하는 사람도 아닌데 특수활동비가 필요했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특수활동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줄이거나 폐지할 계획이 있냐는 [마부작침]의 질문에 대법원은 "검토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 그나마 특활비 내역 공개한 건 대법원뿐…다른 정부기관은?
마부작침_특활비
[마부작침]이 최근 10년, 2008~2017년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전력이 있는 정부기관 26곳(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통폐합된 과거 기관 포함)의 특활비 사용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7월 27일 현재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답변한 기관이 18곳, 아직 답변하지 않은 기관이 8곳이다.

답변이 온 18개 기관 중 특활비 사용내역 자료 일체를 공개한 곳은 대법원이 유일하다. ‘비공개’ 결정을 한 기관이 외교부, 통일부, 대통령비서실 등 7곳, 부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기관은 경찰청, 국민권익위, 방위사업청 등 5곳,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변한 기관이 5곳이다. 부분공개를 한 기관들은 연도별 예산총액과 부문별 금액만을 제공했는데 누가,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세부적인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서 ‘비공개’와 다름 없었다. 결국 답변한 기관 중에 특활비 내역을 공개한 건 대법원뿐이다.
 
‘비공개’ 결정을 한 기관들은 “기밀유지가 이뤄져야 하는 등 특성상 상세 집행 내역은 공개가 어렵다”,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앞서 지난 5월 대법원은 참여연대가 국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국회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참여연대 손을 들어준 바 있다.

▶ [단독] 베일 싸인 대법원 특활비 공개…누가 얼마나 받았나 봤더니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