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특수활동비② : "검찰, 법무부에 매년 억대 반환"…특활비의 실상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7.05.30 11:06 수정 2017.05.30 11: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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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특수활동비② : "검찰, 법무부에 매년 억대 반환"…특활비의 실상

[마부작침] '돈봉투 만찬' 핵심…'특수활동비' 대해부

▶ [마부작침] 특수활동비① : 10년간 8.4조 쓴 특수활동비…알고보면 식사비·회식비?
▶ [마부작침] 특수활동비② : "검찰, 법무부에 매년 억대 반환"…특활비의 실상


특수활동비의 사용 범위와 집행방식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나와있다. 적용 범위는 '기밀유지를 위한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이다. 집행 원칙은 '당초 편성 목적에 맞게 집행, 부적절한 집행은 막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집행 관련 증빙 원칙은 '현금 사용 자제', '제한적 영수증 생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특활비 지급 대상, 방법 등은 중앙관서의 장이 개별 업무 특성을 감안하여 집행하여야 한다"는 세부지침 상 조항이 남용되면서 특활비는 권력자의 '쌈짓돈'이라는 오명을 들어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돈봉투 만찬 사건'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특수활동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검증할 뇌관이다.   

과거에도 특수활동비 문제는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불거졌다. 지난 2009년과 2011년,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검사장들 사건이 있었고, 올해도 차관급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발단이 됐다. <특수활동비①10년간 8.4조 쓴 특수활동비…알고보면 식사비·회식비?>에서 보도한 것처럼, 특활비는 밀행을 요하는 정보수집과 수사 활동에 주로 쓰인다. 그런데 왜 현장에서 뛰는 이들도 아닌 고위 간부들이 특활비 논란을 반복해서 일으키는 걸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검찰 내부에서도 소수만 안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 집행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 '검찰 특수활동비' 챙겨가는 법무부

올해 법무부와 검찰에 책정된 특수활동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285억 원이다. 이 가운데 106억 원이 법무부 몫이고, 179억 원이 검찰 몫이다. 법무부가 외청인 검찰을 대신해 기획재정부로부터 특활비 예산을 수령한 뒤, 법무부와 검찰로 나눠쓰는 구조인 것이다.
[마부작침] 특수활동비법무부는 수사기관이 아니지만, “출입국관리소, 교정본부, 감찰실 등이 수사와 정보수집에 준하는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활동비가 필요하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이번에 문제을 일으킨 법무부 검찰국은 특활비배정 대상도 아니다. 그렇다면 법무부 검찰국장이 어떻게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이란 이름으로 검사들에게 돌릴 수 있었을까? SBS <마부작침> 취재 결과, 검찰의 특활비 179억 원 가운데 일부는 다시 법무부로 '반환'되고 있었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검찰총장의 활동자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검찰 특활비는) 실제로는 법무부 장관과 나눠가지는 돈"이라고 복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이 증언했다. '기획재정부가 법무부에 특활비 285억 원을 주면,106억 원은 법무부가 갖고, 179억 원은 검찰에 내려보낸다. 그런데 검찰 몫 179억 원 중 일부를 법무부가 다시 가져간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법무부 특수활동비 106억 원은 애당초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장관이나 법무부 간부들의 몫은 없다"면서도 "그들이 특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 특활비 179억 원 가운데 일부를 관행적으로 되가져 가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법무부가 검찰에서 돌려받는 특활비는 매년 억대가 넘는 금액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대해 한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검찰에서 특활비를 가져가는 건 집행 절차의 문제”라며 “법무부 검찰국도 수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액수도 몰라, 사용처도 몰라'…특수활동비

법무부에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고 남은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이 다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 내부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특수활동비 집행 구조는 이렇다.

검찰총장 허가 아래 특수활동비는 주기적으로 일선 지검과 고검에 내려간다. 검찰청의 규모에 따라 금액은 사전에 정해져 있다. 검찰총장은 매달 5개 고등검찰청 18개 지방검찰청에 특활비를 보내주는데, 기본적으로 수사 기능이 많은 지검이 고검보다 더 많은 특활비를 받는다. 또, 같은 지검이라도, 검사 수가 많고 사건을 많이 처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

검사장 출신 A변호사는 “매달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는 지검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차장검사나 부장검사에게 나눠주는 구조”라며 “다른 지검에선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고, 매달 지급되는 특활비라도 총장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검찰총장은 주기적으로 특활비를 지급한다. 대검 반부패부, 공안부, 강력부, 형사부 등 검사장들이 부서장인 대검 부서에도 주기적으로 특활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역시 부서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가 있을 땐 중수부장이 가장 많이 받았고, 다음이 공안부장 순이었다. 중수부 폐지 이후엔 공안부가 가장 많이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검사장은 “이렇게 지급된 특수활동비는 대검 검사장들의 재량 하에 사용되는데, 일선 지검 공안부에서 큰 사건을 하는데 수사비가 부족하면, 대검 공안부장이 자신이 관리하던 특활비를 내려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국에 있는 모든 검사장들이 특수활동비를 주기적으로 받는 건 아니라고 한다. C검사장은 “내가 고검 차장(검사장급) 당시에 대검(총장)에게서 직접 받은 특활비는 없었다”며 “가끔 고검장이 준 격려금이 있었지만, 이 역시 정기적으로 지급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현금 금고

이렇게 정기적으로 지급된 금액을 뺀 나머지가 검찰총장이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다. 그 규모와 사용처는 검찰 고위관계자라고 하더라도 자세히 알 수 없다고 한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쓸 때는 특활비를 관리하는 대검 운영지원과 서기관이 계좌에서 필요 금액만큼 뽑아와 특활비 잔액이 적힌 쪽지와 함께 비서에게 건네고 비서는 출납 확인을 한 뒤, 특활비와 쪽지를 총장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또, 급하게 특활비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대검 운영지원과 금고에 현금을 넣어두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정확한 검찰 특활비 규모와 잔액을 아는 사람은 총장, 비서, 담당 서기관 이렇게 세 사람 뿐이고, 특활비가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 아는 사람은 총장 한 명 뿐”이라고 말했다.
[마부작침] 특수활동비 집행구조법무부 장관 특수활동비도 비슷한 절차를 거친다. 또,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에도 금고가 있는데, 여기에 현금을 저장해두고, 급할 때 꺼내 쓴다고 한다.

고위 간부라고 하더라도, 장관과 총장이 얼마만큼의 특활비를 언제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다. 장관과 총장도 간부들의 특활비 내역을 세세히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정기적으로 지검장에게 특활비를 지급했더라도, 총장이 세세한 사용 내역을 묻지도 않고 보고 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수활동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공식적인 검증 절차가 없는 것이다.

● 현장에서 발로 뛰는 수사관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특수활동비

그런데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없이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후 검증이 어렵다. 검찰 내부에선 “대부분의 특활비가 회식비나 검찰 간부들의 사적 모임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수활동비①10년간 8.4조 쓴 특수활동비…알고보면 식사비·회식비?>기사에서 보도했듯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의 보조적 형태로 특활비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D지검장은 "검찰청 회식비나 직원들 격려비도 큰 틀에서 보면 수사가 잘 되게 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의 한 지청장은 "유관기관과 저녁 자리라도 한번 하면 50만 원은 기본으로 든다"며 "업무 수행을 위한 자리인데 판공비도 사라졌고, 공무원 월급이 지나치게 적다는 현실도 알아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마부작침] 감사원 특수활동비 계산증명지침그러나 정부 지침은 특수활동비를 이렇게 쓰지 말라고 제한하고 있다. 기재부 지침엔 ‘유관기관 간담회, 축조의, 단순한 계도 단속, 비밀을 요하지 않은 수사 조사활동 등 경비를 특수활동비로 집행하는 것은 지양하라’고 명시돼 있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에서 당연시 되고 있는 ‘영수증 미처리’ 역시 지침에 어긋난다. ‘감사원 특활비 계산증명지침’에 따르면 원칙상 지급사유 등을 기재하고, 예외적으로 생략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실에선 그 반대인 것이다.
[마부작침] 기획재정부 2017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법무부와 검찰 주장대로, 현실적으로 특수활동비가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닥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현장에 나가는 수사관들이 특수활동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나마 특활비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활동을 하는 대검찰청 범죄정보수집팀 수사관들이 한 달에 120만 원 수준의 활동비를 받는다. 이 돈도 특정업무경비까지 포함된 금액이라 턱없이 부족하다고 수사관들은 말한다.

● '돈봉투 만찬' 입건도 하지 않은 감찰 

최근 문제가 '돈봉투 만찬'의 경우,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은 “검사 선후배 사이의 격려 차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사건의 피조사자였던 검찰국장과 수사주체였던 지검장, 인사권을 가진 검찰국장과 인사 대상자인 검사들이 돈봉투를 주고받은 건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 가능한 김영란법을 넘어서 뇌물죄 적용 여부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다른 검사는 “현장에선 수사비 10만 원이 모자라 전전긍긍하는데, 부적절한 만찬 자리에서 600만 원이 넘는 특활비가 오갔다는 걸 듣고 분노를 넘어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찰을 진행 중인 법무부와 대검 감찰반은 이번 사건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입건해 수사를 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모두 확인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법무부와 검찰 조직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돈봉투 만찬’ 외의 특활비의 남용 사례를 확인하다 보면, 또다른 사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신속히 수사로 전환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활비 담당 직원들이 최종 사용처는 몰라도, ‘누가 언제 얼마나’ 특활비를 가져 갔는지를 적은 '출납 내역'은 작성했을 것”이라며 “이를 확보하면 사용처까지 조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