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LG유플러스가 몰래 과금한 '공공기관 전화'…무제한 요금도 무용지물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작성 2018.07.21 10:16 수정 2018.07.21 14:36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LG유플러스가 몰래 과금한 공공기관 전화…무제한 요금도 무용지물
● 무제한 요금도 '무제한'이 아니다

1577, 1588로 시작하는 번호 아시죠. 보험사나 카드사 등에서 상담 전화로 많이 사용하는 번호입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번호로 전화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전국 대표번호'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번호가 일반 전화와는 다르게 '무제한 음성 요금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아시나요. 지난주 말 저희 팀이 지적한 바와 같이 '무제한 음성 요금제' 시대에 이 번호들만큼은 무제한이 아닙니다.

▶ [8뉴스 리포트] [대표번호①] 공짜인 줄 알았는데…감쪽같이 돈 나가는 '대표번호' (2018.07.15)
▶ [8뉴스 리포트] [대표번호②] 무료 번호 있어도 꼭꼭 숨겼다…5900억 '소비자 부담' (2018.07.15)

통신사들은 이 대표번호를 '부가 전화'로 별도 구분하고 영상통화까지 합쳐서 보통 50분에서 300분 사이로 사용을 제한합니다. 그 후엔 초당 1.98원을 내야 합니다. 10분 통화에 1,200원꼴이죠. 그런데 저희 취재 과정에서 다른 이야기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120 다산콜센터, 126 국세청 대표번호 등 공공기관에서 쓰는 이른바 '특수 번호'도 '부가 통화'로 구분하고 별도 과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LG유플러스가 몰래 과금한 '공공기관 전화'

LG유플러스는 소비자도 몰래 '공공기관 특수번호'를 부가 전화로 구분해 소비자 주머니를 털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다산콜센터로 불리는 120 생활민원서비스, 전기고장신고 123, 소비자 상담 1372, 노인학대신고 1389, 아동학대신고 1391 번호 등과 같이 생활밀착형 특수번호도 포함돼 있습니다. 부가 전화로 구분된다는 말은 말 그대로 '무제한 음성 요금제'를 써도 돈이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소비자 상담을 오래 받거나 아동 학대신고를 오래 하면 무제한 요금제라도 통화 요금이 나오는 겁니다. 취재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생활민원서비스도 별도 과금 대상이라니"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상익 씨는 택시 운전을 하면서 120 생활민원서비스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손님들이 불편해하는 사항을 전하거나 운전하다가 불편한 내용을 전하는 정도였습니다. 시에서 긴급전화처럼 만들어놓은 창구라고 생각해서 자주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LG유플러스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부가 전화로 구분돼 과금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120이 일반 전화처럼만 걸 수 있는 번호였다면 '무제한 요금제'에선 요금이 부과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이제는 신고할 일이 있거나 상담받을 일이 있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기관 특수번호 별도 과금한 LG유플러스● 이미 3년 전 권고받은 LG유플러스, 바뀐 건 없었다

경기도 의왕에 사는 최상덕 씨는 부가세 확인을 위해 국세청 상담 전화 126에 전화를 했습니다. 상담원이 적어서 그런지 상담원에 연결하기까지 30분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상담받은 시간은 10분 정도였는데, 곧바로 LG유플러스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제한된 통화시간을 초과해서 과금한다는 문자였습니다(앞서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상담 대기시간까지 모두 통화시간에 포함됩니다). 최 씨는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었는데, 과금이 된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공공기관 특수번호 별도 과금한 LG유플러스최 씨는 당시 과금 문제를 국민신문고에 올렸습니다. 당시 정부 관계자 답변은 이랬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공익적 목적의 특수 번호에 대해서는 유무선 무제한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사업자에게 권고하였습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이야기입니다. 최 씨 사례에서 보건대, LG유플러스는 이미 3년 전에 공공기관 특수번호를 유무선 무제한의 범위에 포함되도록 권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 특수번호 별도 과금한 LG유플러스● 생활밀착형 특수번호 대부분 '별도 과금'…112, 119 등 14개는 제외

LG유플러스가 공공기관 특수 번호 중 '부가 전화'로 별도 구분한 건 모두 41개입니다. 선박 무선접수 105, 국민고충처리위 위원회 110, 다산콜센터 120, 수도 121, 전기 123, 방재시험 124, 국세청 민원 126, 환경 128, 환경오염신고 129, 우체국 민원 1300, 검찰 민원 1301, 법률상담 132, 우체국 민원 1330, 인권침해, 차별행위 1331, 금융감독원 1332, 교통정보안내서비스 1333, 정보통신 민원 1335, 개인정보침해 상담 1336, 군사보안 상담 1337, 외국인 종합 안내 1345, 노동부 민원처리 1350, 연금상담 1355, 중소기업청 1357, 자원봉사 1365, 여성보호 1366, 금융결재원 1369, 공정거래위원회 1372, 사랑의 음식 나누기 1377, 경찰청 생계침해형 부조리신고 1379, KT 콜센터 1381, 주민등록 진위확인 1382, 감사원신고 1385, 노인학대 신고 1389,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390, 아동학대신고 1391, 교육 민원 상담 전화 1396, 서민금융 안내 상담 1397, 부패방지위원회 1398, 부정식품신고 1399, 경찰 민원상담 182, 감사원 민원 188 등입니다.

LG유플러스는 이와는 별도로 범죄신고 112와 화재신고 119 등 14개 번호에 대해서는 과금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LG유플러스 "특수번호를 기본제공 통화대상에 적용하는 방안 검토"

1577, 1588과 같은 전국 대표번호도 그렇고 120, 162와 같은 공공기관 특수번호도 그렇고 결국 지능망 접속료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걸 수 있는 이런 번호에 전화하면 중간 연결을 하는 또 다른 통신사가 일종의 교환수 역할을 하며 추가로 돈을 받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무제한 음성 요금제를 쓰는 사람에게도 비용을 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번 취재에서 SKT와 KT에도 확인을 해봤는데, 현재 공공기관 특수번호에 대해서 과금을 별도로 하고 있진 않았습니다. LG유플러스에서만 특수번호를 '기본제공 통화대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특정 통신사의 약관만 다른 이유는 뭘까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선 "LG유플러스와 이 문제 개선을 위한 논의를 했다"면서 "올해 4월, LG유플러스에서도 공공기관 특수번호를 '기본제공 통화대상'으로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합의 후 석 달 넘게 LG유플러스는 이를 뭉개고 있었고 정부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겁니다. 그 사이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통신 3사 모두가 1577, 1588과 같은 전국 대표번호를 별도 과금하는 것 역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카드를 쓰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업에 전화를 거는데, 피해를 본 소비자가 통화료를 내야 하는 데다가 '무제한 음성 요금'에 포함도 되지 않아 별도로 돈을 내야 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국민을 대변해야 할 정부가 사실상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은 더 이상합니다([대표번호③] '통신사 손해볼라' 통화료 떠넘기기 방치하는 정부).
공공기관 특수번호 별도 과금한 LG유플러스LG유플러스는 S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특수번호를 '기본제공 통화대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켜볼 일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대표번호와 특수번호 요금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지켜볼 일입니다. 최소한 기업의 문제로 상담을 하거나 공익을 위해 신고를 할 때, 통신비까지 시민에게 전가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