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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김민섭 작가가 전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균열은?"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이라는 SDF2018의 화두아래 전하는 두 번째 영상입니다.

갑질이 사회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SDF팀은 <대리사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아무튼 망원동>의 저자, 거리의 인문학자 김민섭 작가를 만났습니다.

갑과 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 가운데 하나인 대리운전의 운전석에서 김민섭 작가가 직접 경험한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균열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소위 "월드컵 세대"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은 '연결된 개인들이 바꿔 가는 지금 우리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등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획,구성: 이정애 촬영, 편집: 임세종 CG, 디자인: 신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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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민섭입니다. <대리사회>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그리고 <아무튼 망원동>이라는 책을 쓴 저자입니다. 맥도널드에서 알바하는 젊은 교수님 이렇게 기사가 몇 번 나가기도 했어요. 지금은 대학에서 나와서 서울 망원동에서 지내면서 대리운전이나 뭐 이런저런 노동을 하고 그리고 글을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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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

-대리운전한 지는 지금 1년 반 정도 된 것 같네요. 아니다. 2년 거의 됐네요.
-사실 대리운전 한다라는 이 운전석은 갑이라기보다는 을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제일 갑과 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 같아요.
-콜을 받은 이후부터는 제 몸이 제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그 사람에게 가야 하잖아요. 그렇게 가는 동안 지금 나의 몸은 저 사람에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가장 빨리 가야만 하는 저 사람에게 귀속된 몸이 되었지 나의 것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정말 자연스럽게 드는 거예요.

-또 차에 타게 되면 인사를 드리죠. 저는 이 사람이 저를 뭐라고 불러달라고 한 적이 없지만 사장님 안녕하세요? 라고 하고 이쪽에서는 대개 저를 아, 아저씨 왔어요? 라고 합니다. 사장님하고 아저씨. 누가 정해준 적은 없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대학에서 교수님이었거든요.
-어떤 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그 사람을 얼마나 갉아먹을 수 있나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어요. 제가 운전하면서 진상손님이 누가 있었냐하고 저에게 좀 기대를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이 계신 데 사실 제가 생각나는 건 그런 분들이 아니라 뭔가 존경스러운 분들이예요.

-갑의 자리인데 거기에서 내가 갑이라는 걸 확인하고자 하는 분들보다는 제가 지금 을의 자리에 있다라는 것을 알고 저를 갑의 자리로 끌어 올려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대단히 많아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있잖아요. 그것뿐만 아니라 기사님이라고도 하고 무언가 저에게 ‘님’자를 붙여주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대단히 어떤 처음 관계를 맺어나가고 처음 관계를 맺어나감에 있어서 그게 대단히 큰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너는 나와 동등한 사람이야 라고 그 사람이 저를 갑의 자리를 일단 호칭으로부터 끌어올리는 것이고요.
-어떤 사람의 품격이라는 건 차의 가격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라는 거는 확실히 배웠죠.

<낭독- "대리사회" 중에서>

-핸드폰에서 간단한 클릭 몇 번을 하는 것으로 자신이 해야 할 그 무엇을 타인에게 대리시키면서 그 기계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고로움을 상상하지 못한다. 쉽게 호출을 취소하기도 하고 아니면 기계를 대하듯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발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편함에 이끌려 사람을 상상하는 법을 잊게 되면 그 역시 기계가 되어버린다.타인의 처지에서 사유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여기에 사람이 있어요, 라는 누군가의 절망에도 무뎌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기계들의 밤이 열린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계가 아니다. 나는 지문이 있는 한 인간으로서 그 밤을 걷는다. 이 거리에 사람이 있다.

<차 안>

-그런데 지금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대리국민으로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일을 누군가에게 대리시키지 않고 또한 누군가의 욕망을 대리하지 않고 나 주체로서 나로서 살아가겠다라고 선언하는 하나의 주체적인 국민들이 되어가는 것 같고. 세월호 이후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라고 생각하는데 세월호는 모든 국민들에게 아니, 아주 많은 국민들에게 대단히 큰 물음표를 줬어요. 지금 이 사회에서 지금 이 시대에서 나는 괜찮은가라는 물음표. 항상 너는 괜찮은지 묻다가 나는 괜찮은가 하는 물음표를 던지게 만들어준 계기가 세월호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 이후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광장에서 촛불을 든 많은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저는 그 촛불을 든 그 행위를 자신의 몸으로 그 광장에 존재를 했고 자신의 언어로써 그 광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했고 또 자신이 가진 물음표로써 사유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광장에 있었다라고 생각을 하거든요.그래서 그 광장은 사람들이 더 이상 대리국민으로 살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그러한 자리였다라고 생각하고 그 계기가 된 건 정말 세월호였다고 생각해요.

<낭독- "아무튼, 망원동" 중에서>

-2002년 6월. 거리 응원의 경험은 그만큼 강렬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고 놀아도 그만큼 즐겁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그런 이벤트를 즐길 수 있었다는 데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해 여름 광장의 경험은 그 뒤로도 나를 또 다른 많은 광장으로 이끌었다. 특히 2016년 겨울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갈 용기를 주었다. 거리에서 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모여도 된다는 것을 모이면 즐겁다는 것을 그러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마 월드컵 세대로 명명된 내 또래 대개가 비슷할 것이다.

<지혜의 숲>

-예전에 저는 연대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함께 어깨동무를 한 개인들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공간에 있는 개인들, 뭐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각자의 기숙사나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그런데 그런 개인들도 다 이전보다 훨씬 더 끈끈하게 저는 연결되어있다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에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주기 프로젝트라는 것을 했습니다. 뭐 거창하게 말씀드렸지만 별거는 아니고요. 제가 아직 해외여행을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해외가 어디 있을까. 한 번 다녀오고 싶다 해서 검색해봤더니 후쿠오카 땡처리 티켓이 7만 3,000원에 나와 있더라고요.무려 왕복티켓이 7만 3,000원이었어요. 이거는 말도 안 돼. 생각하면서 예매를 했죠. 그런데 못 가게 됐어요. 여행사에 이걸 어떻게 좀 환불받을 수 있습니까? 물어보니까 1만 8,000원을 환불받을 수 있다라는 거예요.

-차라리 누구에게 주는 게 낫겠다 생각해서 양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하고 물어봤더니 이름이 같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양도 가능한데 여권에 영어 스펠링이 똑같아야 한다는 거예요.

-페이스북에다가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여행을 보내드립니다. 하고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음날이 됐는데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를 하고 댓글을 달고 김민섭을 찾고 있더라고요. 3일 만에 김민섭 씨가 나타났습니다. 93년생이었고 대학생이었는데 졸업전시를 준비한다고 휴학 중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김민섭 씨가 나타났을 때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더라고요. 저도 기뻤지만.

그러면서 어떤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메시지를 주셨는데제가 김민섭 씨에게 숙박비를 좀 대신 지불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 이후에 어떤 분은 제가 후쿠오카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어요. 그런데 그린패스권이 남았는데 이걸 보내드릴게요. 하고 보내주셨더라고요. 카카오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이것을 한 번 펀딩으로 만들어보자고. 사실 저는 잘 안 될 줄 알았는데 잘 될까요? 하면서 시작을 했고 3일 동안 한 270명 정도가 260만 원의 여행경비를 모아졌습니다.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요. 그때 93년생 김민섭 씨가 저에게 물어봤던 게 있어요. 왜 저를 도와주시나요? 라는 거였어요. 제가 그때 할 수 있는 말이 뭐였냐면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것뿐이에요라고 이야기를 했고. 김민섭 씨가 떠나기 전에 한마디를 했는데 저는 그 말을 좀 아직도 붙잡고 살아가고 있어요. 뭐였냐면 여행을 잘 다녀와서 저도 언젠가 2003년에 태어난 김민섭 씨를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고 후쿠오카로 떠났거든요.

아마 93년생 김민섭 씨는 또 언젠가 누군가를 도와주고, 조건 없이 도와주고 당신이 잘 되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이제 연결된 개인이 되었을 거예요. 갑자기 연결된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이제 확실히 알게 된 거죠. 느슨해서 뭐지? 있는지 몰랐던 어떤 끈인데 누군가 당김으로 인해서 팽팽해지고 아, 이것이 내가 저 사람과 연결되어있던 끈이고 이 끈은 모두와 연결되어있구나. 하는 그런 감각인 거죠.

-제가 만약에 1인시위를 한다. 혹은 이게 잘못됐다라고 알리고 사람들을 모은다 라고 했을 때 그것도 어떤 강력한 힘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좀 더 이것을 즐겁게 그리고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요즘은 배우는 것은 즐겁게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많은 사람들과 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라는 거예요. 그게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주기 프로젝트라는 것도 연결된 개인들의 힘을 믿는 것이에요.

-저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많은 개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질 수 있고 타인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의심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게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 사회를 가장 크게 바꿀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왜냐하면 나에게서 시작된 물음표는 비로소 주변으로 확장될 수 있고 이 사회와 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믿거든요.

<낭독-"대리사회" 중에서>

-세상이 그 자체로 거대한 강의실과 연구실임을 알았다. 대학은 세상의 전부가 아닌 조금 특별한 일부일 뿐이다. 나는 대학 바깥에서 얼마든지 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학에서 나온 몇 개월 동안 몸의 언어로 배웠다. 그래서 나는 계속 거리의 언어를 계속 몸에 새겨나가려고 한다. 제도권과 거리의 경계에서 언제까지고 경계인으로만 존재하며 그 균열을 탐색하고 싶다. 그 세상의 틈을 통해 계속 괴물과 마주할 것이다. 다시 거리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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