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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차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⑥ - 마치며

[취재파일] 4차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⑥ - 마치며
2011년 한국, 중국, 일본의 평화와 안정화, 그리고 번영을 목적으로 서울에 본부가 세워진 국제기구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의 모습
SDF(서울디지털포럼)을 하면서 우리는 항상 한국을 ICT의 강국이라 자랑해 왔었다. SDF가 2004년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당시 우리는 초고속인터넷 등 인터넷 기반시설 분야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었다. 한국은 ICT 분야의 테스트 베드로 인식되고 있었고, 2005년 SDF에 참석했던 어윈 M. 제이콥스 퀄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은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시장에서 통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한국을 찾는 이유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인터넷을 둘러싼 연결성에 예의주시했고, 특히 그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관심을 가진 ‘온라인 게임’ 등 연결성에 기반한 서비스와 관련한 한국의 선견지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 당시에는 ICT의 세계적 리더들을 한국으로 부르는 것도 상대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았다.
 
● 한국은 여전히 네트워크분야 등 연결성이 강점
한국이 IT관련 1위인 분야를 설명해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자료
한국은 2015년 현재에도 가구당 고정 브로드밴드 연결이 104%로 OECD 평균인 66%를 월등히 넘어서고 있고, 인터넷의 속도나 4G LTE 커버리지도 세계 1위일 정도로 “네트워크” 분야, “연결성” 분야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표준화 이슈가 복병이긴 하지만 2~3년내로 상용화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5G 서비스나 5G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가장 관심을 갖게 될 분야 가운데 하나인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등 ‘연결성’이 기반이 되는 서비스는 여전히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높은 분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해 기기들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매개체인 ‘스마트 게이트 웨이’를 개발해 인텔 등과 파트너를 맺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토이스미스’
2018년 평창올림픽에 5G시범서비스를 선보이고 2019년 5G 상용화 계획을 가지고 있는 KT
하지만 이번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에서 주최한 “4차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한중일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국 선전과 일본 도쿄 등의 IT기업들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과연 우리가 브로드밴드 이후의 IT세상인,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지금의 모바일 시대나 AI, 로보틱스 등이 중심이 된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과연 IT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리고 IT전문기자도, 또 한국의 IT정책을 쫓아온 산업부 기자도 아니지만 10여년 IT트렌드와 IT의 변화에 따른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미래부의 기자로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하나는 디지털 시대가 진화하면서 그 이전보다는 확실히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개념이 확연히 드러나는 시장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환경에서는 더 이상 후발주자인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로는 승산이 크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선도자,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 그러한 사고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 경제특구의 장점·중국의 보호주의를 잘 활용하고 있는 선전의 기업들
"선전은 인재를 사랑한다 선전으로 오라"고 씌어있는 선전 공항 내 광고판
중국 혁신의 엔진이라 불리는 ‘선전’에서는 개혁과 개방의 실험도시라 규제가 적고,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경제특구라는 장점에, 실패를 용인하는 역사문화적인 배경, 그리고 서구의 서비스들에 배타적인 중국의 보호주의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공서열이 역시 중시되는 아시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선전의 혁신 기업들은 하나같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또 기존에 그 회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는가에 상관없이 예산과 팀이 제공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했다. 그러다 보니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중국 젊은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보기 위해 선전으로 몰려들고 있었고, 중국 내에서의 경쟁은 치열했지만 오히려 중국에서 이기면 글로벌 하게 메가 벤처로 성공할 수 있는 토양까지 만들어 지고 있었다.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의 열기는 한중일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실제 스타트업을 둘러싼 “희망” 등 긍정적인 기운은 단연 선전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다.

● 일본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서 IT 미래성장전략의 방향성을 잡은 일본
 
그런가 하면 일본은 지리적인 특징보다는 일본의 사회문제, 특히 초고령 사회의 이슈를 풀어보려는 해법의 일환으로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공학, 드론 같은 서비스가 실험 되고 있었다. 어짜피 고령사회의 이슈는 일본 외에 많은 나라들에도 곧 닥칠 문제이면서 일본이 가장 먼저 닥칠 문제라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IT분야에서도 개개의 기술이나 분야가 아닌, “초고령 사회” 같은 앞으로 일본 사회가 닥칠 사회 이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방향성을 집중한 정부의 미래성장전략이 한 몫 했다.
4차산업혁명을 로봇혁명이라 규정하며 초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과 연계해 제시한 일본 정부 (라퓨타 로보틱스 이사 히로야 PR부장의 설명)
규제와 관련해서는 드론 분야만 봐도 하드웨어 분야, 취미분야에서는 규제가 심해 중국의 DJI 같은 접근은 불가능하지만, 상업용 분야, 서비스/소프트웨어 분야는 한번 허가를 받으면 다시 허락 받지 않고 어디서든 서비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기도 해,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엄격해도 선이 명확한 규제가 오히려 사업가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게 테라 드론이나 라퓨타 로보틱스 등 일본의 스타트업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리고 실제 일본내 스타트업들은 그러한 명확한 규제의 틀 안에서 일본의 강점, 또 일본 규제의 바운더리 내에서 가능한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 이번 교류 프로그램에서 만난 라퓨타 로보틱스나 테라 드론들의 경우 민간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의 지원도 받고 있었지만 대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도 선정돼 지원을 받는 등 뛰어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 대기업이 파트너로서 지원해주고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으로 느껴졌다.

● 한국, 4차산업혁명 관련 우리나라만의 강점/IT 관련 미래비전 잘 읽히지 않아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IT 기업들과 서비스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우리도 여러 가지 하고 있기는 한데, 과연 우리가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또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다 해도 ICT기술을 둘러싼 우리의 미래방향과 관련해 우리나라만의 강점이나 비전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잘 읽히지 않는다.
 
또 SDF에서도 초기부터 방한한 외국 ICT리더들이 항상 하는 얘기였지만, 한국은 기술력에서는 어디 내어놓아도 뒤지지 않지만 "기술부분에 너무 집착하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수 있다. 첨단 기술은 기반으로만 삼고, 궁극적으로는 혁신적인 발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의 개척, 그리고 올바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고 해왔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여전히 그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종국적으로는 창의적인 시대에 걸 맞는 다른 생각,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게 하는 교육, 그리고 그러한 바탕 아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적극적으로 실험해 보게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주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한·중·일 협력과 관련해 3국 협력사무국이 제시한 주요 수치
마지막으로 이번 한중일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것은 한중일 3국이 외교적으로나 또 역사적으로는 많은 갈등에 직면해 있지만 IT분야에 한정해서만 보면, 이제는 기존의 수입-수출 등 서로에게 의존하던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즉 현재로서는 중국, 일본, 한국이 ‘4차산업혁명’을 둘러싸고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두각을 보이는 서비스가 조금씩 달라, 서로간의 노하우의 공유 등이 가능하다면 같은 실수를 똑같이 또 반복하지 않는 귀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한중일 3국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총생산은 전세계의 21%로, 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묶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EU 다음의 3번째로 큰 경제공동체라, 서로간의 경제적인 협력만 가능하다면 세계 경제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는게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의 설명이다. 그래서 2011년 한국, 중국, 일본의 평화와 안정화, 그리고 번영을 목적으로 서울에 본부를 차린 국제기구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은 한중일 간의 협력이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 한 것도 아니니 희망을 놓치 말자고 당부했다.
지난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주최의 "4차산업혁명" 관련 한중일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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