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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차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⑤ - 라퓨타 로보틱스, 테라 드론

[취재파일] 4차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⑤ - 라퓨타 로보틱스, 테라 드론
지난 10여 년 SDF(서울디지털포럼)을 해오면서 미국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보도 많고,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연락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랑 가장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기업들은 내가 그 언어를 몰라서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어나 영어로 된 자료가 많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이 메일을 보내도 답신을 잘 보내주는데 비해 중국이나 일본은 답이 없거나 답을 보내와도 정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실제 초청으로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한국언론재단과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의 한중일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이 개인적으로는 일본과 중국 기업들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특히나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들은 더더욱 만나기 쉽지 않은 대상들이었다.
 
● "일본 강점에 특화"…로보틱스 기술 기반의 글로벌 스타트업, 일본에 정착
클라우드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각종 로봇을 설명하는 라퓨타 로보틱스 홈페이지 화면
< 클라우드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각종 로봇을 설명하는 라퓨타 로보틱스 홈페이지 화면 1)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6년 애니메이션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이름을 따온 "라퓨타 로보틱스"는 아인슈타인이 졸업했다는 취리히 공과대의 '로봇을 위한 인터넷' 프로젝트 "로보어스(Robo Earth)"에서 스핀오프해 2014년 일본에 창업한 테크놀로지 스타트업이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한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칩과 센서를 결합해 드론과 연계한 '움직이는 로봇 제어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 드론과 연계해 움직이는 로봇 제어 기술을 선보이는 라퓨타 로보틱스 >
 
일본 NEDO(신 에너지·산업 기술 개발기구)의 분석결과, 2015년 현재, 일본 내 로봇시장은 16억 엔 규모인데, 60%가 '산업용 로봇'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 그러니까 2035년까지는 시장이 98억 엔 규모로 커질 가능성이 높고, 그 시장은 '서비스 로봇'이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장 같은 대형 공간에서 사람 없이 작동되는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공공장소나 가정에서 인간과 공간을 같이 쓰게 될 서비스 로봇은 자연스러운 대화 못지않게, 환경 변화 감지, 안전을 고려한 섬세한 움직임, 센서를 통한 사람이나 물체의 인지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라퓨타 로보틱스 이사 히로야 PR부장의 설명이다.
 
● "플랫폼이 길이다"

그래서 라퓨타 로보틱스는 로봇이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하는 로봇 제어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로봇들을 연결해, 로봇이 정보를 스스로 배워 다른 로봇에게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로보틱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모바일에서 안드로이드나 ios가 각종 모바일 서비스의 플랫폼이 되고 있는 것처럼, 로봇 분야의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를 연결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로보틱스 플랫폼’을 구축해, 연결된 로봇들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이다.
클라우드 기반 로보틱스 플랫폼 '라퓨타'에 대해 설명하는 이사 히로야부장
"라퓨타 로보틱스"는 CEO, COO, CTO 등 직원의 반 이상이 외국인인 글로벌 스타트업이지만 지난해 SBI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리즈 A 수준의 천만 달러를 지원받았고, 지난 4월에는 상업적 시장에 유망한 신기술에 지원하는 소프트뱅크의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도 선정되는 등 일본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라퓨타 로보틱스의 공동창업자 겸 COO 아루드첼반 크리쉬나무티는 로봇공학의 기술은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에 창업했으며, 실제 일본 정부의 지원이나 VC(벤처캐피털리스트)의 투자 등 스타트업을 둘러싼 생태계가 좋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학력 높은 외국인의 고용이나 비자 문제도 굉장히 간소화돼 스위스에서 창업하는 것보다도 일본이 오히려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 라퓨타 로보틱스의 연구실 풍경 >

●  '현장' 중시, '서비스' 마인드, '정확성', '건설분야' 등 일본의 강점 강화
 
드론의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 그리고 상업용 분야에 최강자가 되겠다고 나선 일본의 스타트업 테라드론은 일본 도쿄 시부야의 야요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센터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테라드론이 장악하고 싶어하는 드론의 소프트웨어/서비스-상업용 분야
토쿠시게 토루 테라드론 창업자 겸 CEO는 중국의 DJI가 하드웨어 분야, 그리고 취미분야에서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 그리고 상업용 분야에서는 아직 강자가 없다면서 특히 일본이 강한 건설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장점인 '정확성'을 살리고, 하드웨어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도 제공하고 분석도 해주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드론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일본이 드론 관련 규제에 있어 취미 관련, 하드웨어 분야에 대해서는 엄격해서 도시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기도 쉽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면 2주씩 걸리는 현장 측정이 드론으로 하면 하루면 된다 했다. 정확성도 사람이 하는 것과 5cm 이내의 오차밖에 나지 않아, 안전성 면에서도, 생산성 면에서도 이득이라 했다. 또 식물이 뒤덮힌 지형 등의 경우는 카메라만으로는 측정이 어려워, 레이다 기술도 사용하고 있다 했다. 레이다 기술은 또 땅속 등 GPS가 안 되는 곳에서도 유용해 특히 위험한 지역에서 구조나 지형 매핑에도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 취합·분석도 이뤄져 토지측량, 노후 점검, 구조, 운송 분야에 더 강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토쿠시게 토르 테라드론 CEO
토쿠시게 토루 CEO는 또 일본사회는 사람들만 고령화되는 게 아니라 댐, 발전소, 교량,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노후화되어 가고 있어 특히 데이터 취합과 분석 시스템을 적용하는 테라 드론의 시스템은 이러한 기반시설의 점검이나 측정 같은 유지 관리에도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테라 드론도 궁극적인 지향점은 개개의 서비스가 아닌, 저고도 무인항공기 교통관리 시스템 (UTM: Unnamed aerial system Traffic Management) 이라는 플랫폼의 구성이다. 드론이 비행기보다 한층 낮은 선로를 사용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로의 비행을 제어해, 여러 드론이 같이 운행해도 문제 없는 중앙 드론 제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테라 드론의 꿈이다. 테라 드론과 일본의 통신회사 KDDI는 지난 4월, 통신타워를 기반으로 드론을 제어하는 "'4G LTE 제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 밝혔고, 이 역시 소프트뱅크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정돼 소프트뱅크의 지원도 받고 있다 했다.
 
< KDDI와 테라드론이 함께 구축하고 있는 스마트 드론 플랫폼 가상도 >

일본의 대기업들은 리스크 테이킹을 잘하지 않고 변화에 대처하는 속도도 굉장히 늦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스타트업 환경만큼은 달라지고 있으며, 스타트업 쪽에는 자신같이 높은 이상을 가지고 어려운 도전에 뛰어드는 '미친 창업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토쿠시게 토루 CEO는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미래는 미친 사람들이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4차산업혁명'을 주제로 한·중·일 언론인들이 라퓨타 로보틱스를 답사했던 사진
1)  라퓨타 로보틱스 홈페이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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