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경매에 나온 나치 2인자 '황금 권총'…그 어마어마한 가격은?

[월드리포트] 경매에 나온 나치 2인자 '황금 권총'…그 어마어마한 가격은?
지금까지 23편이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 007 시리즈 가운데 제 7탄은 로저 무어가 주연한 ‘황금 권총을 가진 사나이’ (1975년)입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황금 권총이 미국 경매 시장에 나왔습니다. 바로 위 사진에 나오는 권총인데,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락 아일랜드 경매 회사가 경매에 내놓은 겁니다. 물론 본체는 강철이지만 그 위에 화려한 문양을 금으로 도금한 반자동 권총입니다. 1939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이 권총은 히틀러의 오른 팔이었던 ‘괴링’이 소유했던 것으로 총신은 오크 나뭇잎으로 장식돼 있고 손잡이에는 괴링의 이니셜과 괴링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히틀러와 괴링
괴링은 1차 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에이스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히틀러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그는 2차 대전 때 독일 공군(Luftwaffe)의 총사령관이자 나치 독일의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런던 대공습과 유태인 학살 등을 진두 지휘해 엄청난 인명을 앗아간 악명 높은 인물이자 홀로코스트 기간에 유태인들이 가지고 있던 금과 보석들을 모두 약탈해 호화로운 삶을 누린 전범자입니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그는 전범 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는데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황금 권총도 그의 호화스런 재물 가운데 하나로 이 경매에 나온 물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총기이기도 합니다. 예상 경매 가격은 25만달러에서 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억 8천만원에서 4억 5천만원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총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격용 소총 (assault rifle)를 만든 장본인도 바로 나치입니다. STG-44란 모델로 일명 ‘Sturmgewehr’이라 불립니다. ‘Strum’은 영어로 storm (폭풍우)이고 ‘gewehr’은 영어로 rifle(소총)입니다. 그러니까 이름 자체가 '폭풍우 소총'으로 그야말로 폭풍처럼 총탄을 쏟아낸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이 STG-44은 반자동과 자동 모두 가능한데 자동으로 놓고 쏘면 1분에 5백발까지 발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무시무시한 소총은 이후 소련의 AK-47이나 미국의 M-16과 같은 세계 각국이 개발한 다른 공격용 소총의 원조가 됐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NRA (전미 총기협회) 박물관’에 가면 이 소총의 여러 모델들이 전시돼 있는데 최초 모델은 수십만 달러, 우리 돈 수 억 원대에 달합니다.
 
이런 인기를 의식해서일까요? 미국 조지아 주에 있는 ‘Hill & Mac Gunworks’라는 총기 회사가 이 모델을 똑같이 복제 재현한 반자동 소총을 지난 1월부터 주문 제작하고 있습니다. 총기 한정의 가격이 1,799달러, 우리 돈 2백 만원이나 되는데 2천 정이나 주문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총은 무엇일까요? AR-15이라는 반자동 공격용 소총입니다. 미국에서만 1년에 1백만정 넘게 팔린다고 하는데 이 AR-15의 증조 할아버지 격이 바로 앞서 말한 독일 나치의 STG-44 Sturmgewehr입니다.
 
자동소총은 2차 대전 이후 40년간 군사용으로만 사용됐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미국의 총기 회사가 민간용으로 반자동 소총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 바로 AR-15이고 이 밖에도 Sig Sauer M400과 Colt M4, Ruger 10-22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특히 반자동 소총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 1994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반자동 소총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당시 18종에 달하는 민간용 반자동 소총의 개발과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NRA (전미 총기협회) 등의 엄청난 로비로 2004년 이 법은 폐기됐습니다. 2004년 이후 반자동 소총의 판매가 미국에서 허용되면서 총기 회사들은 너도나도 반자동 소총 판매에 열을 올렸고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반자동 소총이 바로 AR-15(fifteen)이 된 겁니다.
AR-15은 그 조상인 나치의 STG-44 Sturmgewehr 못지 않은 대량 살상 능력을 가진 무시무시한 소총입니다. 49명의 인명을 앗아간 올랜도 나이트 클럽 총기 난사를 비롯해 이른바 묻지마 총기 난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총이 바로 이 AR-15입니다.
나치 2인자가 소유했던 권총 한 자루가 수 억 원에 경매되고 나치 반자동 소총 STG-44 Sturmgewehr을 복제한 소총이 2백만원에 불티나게 팔리는 현실은 그렇다 쳐도, STG-44 Sturmgewehr 의 후손 격인 AR-15이 수십 명씩 무고한 시민을 아무 이유 없이 살상하는데 쓰이는 미국의 실상.....

억지 해석일지는 몰라도 7천 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의 망령이 반자동 소총을 통해 미국에 부활한 것은 아닐까요? 나치가 그랬듯이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고 했건만, 총기 협회의 로비에 휘둘려 미국의 총기 규제는 오늘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사진출처=CNN)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