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엽기적인 노숙자 연쇄 살인마…조롱당한 경찰

[월드리포트] 엽기적인 노숙자 연쇄 살인마…조롱당한 경찰
지난 3일 아침,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911로 갑자기 신고 전화가 쇄도했습니다. 한 남성이 고속도로 아래 철로 변에서 불에 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911 구조대와 경찰이 긴급 출동했지만 이미 이 남성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완전히 불에 탄 채 숨진 상태였습니다. 검시 결과 이 50대 남성은 불에 타기 전에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살인 사건 같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또 다른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처음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60대 남성이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온 몸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채 발견된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처음 불에 탄 채 발견된 시신은 53세 안젤로 드 나도였고, 다음날 심한 부상을 입고 발견된 남성은 61세 미뉴엘 매이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낮 세 번째 희생자가 발견됐습니다. 오션 비치 부근의 한 공원에서 불에 탄 시신 한 구가 발견됐는데 41살 숀 롱리였습니다. 이때부터 경찰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노숙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고, 첫 번째 희생자였던 안젤로의 시신이 발견된 곳 부근에서 한 남성이 인화물질이 든 통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일, 네 번째 희생자가 발견됐습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에서 23살 디오니시오 데렉 바히디가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이 남성 역시 노숙자였습니다. 디오니시오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나흘 만에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대담하게도 노숙자만을 노려 살해하는 연쇄 살인마는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범행을 계속 저질렀던 겁니다.
 
경찰이 공개 수사로 전환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경찰은 인근 주유소 편의점에서 인화물질을 사는 30대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언론을 통해 얼굴과 신원을 공개했습니다. 36살의 앤서니 알렉산더 패드겟이었습니다. 경찰은 앤서니의 체포를 위해 시민의 제보를 요청했습니다. 용의자 신원까지 확보된 이상 이제 잡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네 번째 희생자가 발견된 지 하루 만인 지난 7일, 경찰은 용의자 앤서니를 붙잡았습니다. 노숙자 연쇄 살해 사건으로 매일 밤 불안에 떨어야 했던 노숙자들에게는 최고의 희소식이었습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은 자신들이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차에 용의자가 잡혔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용의자 앤서니는 체포된 지 닷새 만인 11일에 석방됐습니다.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던 겁니다. “그를 더 이상 구금할 어떤 증거도 없습니다.” 경찰 발표입니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처음에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했던 것일까요?

“체포 당시 우리는 앤서니를 용의자로 볼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주유소 편의점 CCTV에 찍힌 인상착의가 그와 매우 유사했고, 게다가 앤서니는 2010년에 노숙자에게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됐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앤서니는 범행이 일어났던 시간에 현장에 없었다는 것을 입증할 알리바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경찰은 다시 앤서니의 석방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또 다시 시민에게 제보를 부탁하는 모양 사나운 상황을 연출해야 했습니다. 진짜 범인은 지난 목요일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경찰의 자신감 넘치는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비웃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경찰의 모양 구기기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노숙자 연쇄 살인범이 샌디에이고의 으슥한 골목길을 배회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끔찍하게도 무섭습니다. 잠은 물론이고 혼자 있는 게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언제 누가 와서 저를 죽일지 모르니까요.”

미국 샌디에이고의 노숙자들은 또 다시 언제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불을 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 불안함 밤을 보내게 됐습니다.  

사진 = CNN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