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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소년은 왜 그토록 입양되길 원하는가?…9살 소년의 기구한 사연

[월드리포트] 소년은 왜 그토록 입양되길 원하는가?…9살 소년의 기구한 사연
미국에서 어린 청소년들이 집 앞이나 상가 주차장 등지에서 레모네이드나 쿠키를 만들어 파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새 자전거나 전자 오락기를 사고 싶어서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미국 미주리 주에서는 매우 특별한 이유로 9살 소년이 레모네이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자기를 입양해 줄 양부모에게 입양 비용을 보태주기 위해서 좌판을 벌린 겁니다.
스프링필드에 사는 데이비스 부부는 트리스탄을 입양하려면 5천 달러에서 1만 달러 (6백만원~1천2백만원)의 법정 비용이 필요합니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데이비스 부부에게 그 돈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9살 트리스탄은 그 비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며 레모네이드 좌판을 열었습니다.
이런 사연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무려 6백 명이 넘은 사람들이 레모네이드를 사러 몰려들었고 적지 않은 돈을 기부했습니다. “정신 없을 정도로 레모네이드가 팔렸어요. 얼음을 얼릴 틈도 없어 그냥 찬물을 넣어 만들어야 했는데도 쉴새 없이 팔려나갔으니까요.”

데이비스 부부와 트리스탄은 크라우드 펀딩까지 포함해 무려 1만8천 달러, 우리 돈 2천만 원을 모금하게 됐습니다. “입양에 드는 비용을 대고 남은 돈은 트리스탄의 교육비로 쓰려고 해요.” 데이비스 부부는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 입양에 얽힌 기구한 사연
 
트리스탄의 입양이 추진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도니 데이비스(트리스탄을 입양하려는 엄마)의 전 남편은 15살 된 흑인 소녀를 임신시키게 됩니다. 이 소녀가 낳은 아들이 바로 트리스탄인데, 트리스탄이 생후 3개월째 되던 날 그의 생부 그러니까 데이비스의 전 남편은 죄를 저질러 22년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당시 도니 데이비스는 남편과 이혼 수속을 밟고 있었는데, 수감되는 남편의 부탁에 따라 트리스탄과 그의 어린 생모를 잘 보살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도니 데이비스는 당장 아이를 기를 돈 조차 없는 생모를 대신해 트리스탄을 데려다가 길렀습니다.
도니 데이비스는 이혼 후 현재의 남편인 지미 데이비스와 재혼했고, 두 사람은 트리스탄을 친자식처럼 정성껏 길렀습니다. 트리스탄이 2살이 넘었을 때 생모가 재정적으로 아이를 기를 능력이 되자 트리스탄을 다시 데리고 갔습니다. 그 이후에도 데이비스 부부는 트리스탄과 지속적으로 접촉했고, 주말에는 집에 데려다가 함께 지냈습니다.
트리스탄이 4살이 되던 해에 데이비스는 트리스탄의 옷이 너무 작고 더럽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유를 알아보다가 생모가 마약에 빠져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습니다. 데이비스는 아동 보호기관에 수 차례 이를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학교와 이웃 주민들에게 부탁해서 트리스탄을 잘 보살펴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차에 어느 날 늦은 밤, 경찰관 두 명이 데이비스 부부의 집에 찾아와서는 트리스탄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알고보니 트리스탄의 생모가 트리스탄을 지역 노숙자 보호소에 버려놓고 사라져버렸던 겁니다. 트리스탄은 심한 학대도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트리스탄을 맡게 된 데이비스 부부는 트리스탄이 과거의 학대와 홀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수년간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 탓에 데이비스 부부는 맞벌이를 해야 했는데, 학대에 따른 심한 ‘외상 후 증후군’을 앓고 있던 트리스탄을 돌보기 위해 장기 병가를 내야 하기도 했습니다.
데이비스 부부의 정성스러운 양육 덕분에 트리스탄은 지금, 학교에서 친구들과도 잘 사귀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입양 절차가 마무리 되면 트리스탄은 새 부모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NBA 경기를 관람하는 게 꿈이라고 말합니다. ‘트리스탄 데이비스’가 앞으로 어두운 과거의 그늘을 벗고 밝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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