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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거대 항공사들을 물리친 23세 청년

[월드리포트] 거대 항공사들을 물리친 23세 청년
23살 된 ‘아크타레 자만’은 1년 전쯤 Skiplagged.com 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Skiplagged.com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 값싼 항공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입니다. 현재 이 사이트는 이용객들이 넘쳐 나면서 자만 혼자서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트의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자주 여객기를 이용해 여행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항공사마다 layover (도중하차) 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만약 당신이 뉴욕에서 여객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여객기 항공권을 사는 게 아니라 포틀랜드행 여객기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layover) 여객기를 예약합니다. 뉴욕에서 여객기를 탄 뒤 샌프란시스코에 잠시 들를 때 내리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여객기 항공권보다 더 값싸게 항공권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저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동부 버지니아에서 연수를 했는데 2011년도에 버지니아에서 한국에 되돌아오기 전에 서부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만일 제가 버지니아에서 LA까지 미국 국내선 여객기를 예약하고 LA에서 서울까지 가는 여객기를 또 예약할 경우에는 대략 1인당 1600 달러가량 드는데 반해 버지니아에서 LA에 한차례 layover한 뒤 (여기서 몇 일이고 머물러도 됩니다.) 서울로 가는 여객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1인당 950 달러 정도만 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런 layover를 활용해 값싼 항공권을 구하게 해주니 사이트 이용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래서 그런 layover 정보를 알려주는 이 사이트는 갈수록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던 차에,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오르비츠 등 두 항공사가 이 사이트 운영자인 자만에게 소송을 걸었습니다. 한마디로 '금지된' 여행을 촉진시켜 '공정거래에 위배'된다는 게 소송의 이유였습니다. 이 두 거대 항공사는 자만에게 그 동안 수익 감소분 7만5천달러 우리 돈 9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자만으로서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만일 이 소송에서 지게 되면 다른 항공사들도 줄줄이 소송을 걸어올 게 불 보듯 뻔했으니까요. “정말 무서웠어요. 도무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알 수 없었죠.” 자만의 말입니다.
하지만 자만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겁먹고 포기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도전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맷집도 좋아요.” 두 거대 항공사가 제기한 소송에 직면한 자만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자만의 사연이 CNN에 소개되자 그를 돕기 위한 성금이 쇄도했습니다. 자만은 성금 모금 사이트인 GoFundMe를 통해 소송 관련 비용으로 1만 달러 (1천2백만원) 를 목표로 모금에 나섰는데 무려 8만1천 달러 (9천7백만 원)가 모금됐습니다.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한 사이트를 거대 항공사들이 힘으로 내리 누르는데 대한 대중의 본노에 찬 반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gofundme 홈페이지 캡쳐
자만의 사연이 소개되자, 자만에게 소송을 걸었던 오르비츠는 중도에 물러섰지만,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계속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 주재 판사는 이 소송과 관련해 관할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했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도 결국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내심 물러서고 싶었지만 이렇다 할 명분 없이는 물러서기가 싫었던 듯 합니다.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말입니다. 
이 소송 건을 계기로 자만과 그의 사이트는 더 유명해지게 됐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 왔지만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두 명의 엔지니어를 새로 고용했고 맨하탄에 사무실도 임대했습니다. 든든한 투자자들도 생겼습니다. 1년전 이 사이트 방문자는 한 달에 25만명 가량이었는데 반해, 지금은 다달이 평균 백만 명이 이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만은 소송을 하고 남은 비용 2만 3천 달러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자만은 이 사이트를 수익 사업으로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트를 팔고 싶지도 않고 다른 거대 회사에 합병시킬 생각도 없다고 말합니다. 단지 자주 항공기를 이용해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의 커튼을 치워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저는 단지 여행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좀더 현명한 여행객이 되게 하는 일이 결코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만이 이번 소송 건을 계기로 스스로 얻게 된 교훈이자 다짐입니다. 
 
(사진 출처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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