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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美 대륙 뒤흔든 총격 사건…꼬리 무는 의문들

[월드리포트] 美 대륙 뒤흔든 총격 사건…꼬리 무는 의문들
미국 샌 버나디노 총격 사건으로 미국 전체가 테러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사건의 실체가 아직도 분명치 않은 상황이라 대응책도 똑 떨어지게 구체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닷새가 지났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 ”자생적 테러”…발표부터 엇박자

 
미국 수사당국은 일단 이번 사건이 IS를 추종하는 미국 내 급진 이슬람교도들의 자생적 테러로 보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는 아직까지 파룩과 말릭 부부가 IS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현재까지의 증거나 정황에 비춰 볼 때 미국 수사당국의 이런 잠정 결론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합니다.
이번 사건의 수사 주도권이 경찰에서 FBI로 넘어간 것은 현지시간 지난 금요일입니다. 미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지으면서 FBI가 수사를 이끌게 된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FBI의 발표 내용입니다.
 
사건 현장에서 경찰과 공조 수사를 지휘해온 데이비드 보디치 FBI LA지부 부지부장은 이날 오전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파룩과 말릭 가운데 1명이 FBI수사망에 올라 있는 테러리스트 용의자와 전화 접촉들을(복수로 표현) 가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말릭이 페이스북에 가명으로 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사실은 언론이 먼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었고 FBI가 뒤늦게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건 FBI건 숨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잘 모른다”고 하거나 “답할 수 없다”고 하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있을 후 폭풍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두 가지 사실은 FBI의 현장 책임자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분명 사실(facts)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보디치 FBI LA지부 부지부장(좌) 코미 FBI 국장(우)
그런데, 그로부터 몇 분 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한 점에서는 앞선 보디치 지부장과 같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두 범인이 FBI 수사망에 있는 인물과 접촉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IS와 연관 지을 증거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같은 기관 그것도 FBI의 두 고위 책임자가 몇 분 차이를 두고 다른 설명을 한 겁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만, 만일 이번 사건에 IS가 직접 개입했다면 오바마 정부로서는 매우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 대한 직접 도전을 단지 공습으로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코미 국장의 설명보다는 보디치 지부장의 설명이 더 진실에 가깝게 들립니다.
 
● 무기의 출처와 자금 경로
 
파룩과 말릭 부부는 소총 2정과 권총 3정, 특히 7천여발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파이프 폭탄 12개와 사제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장비 백여 개, 그리고 리모트 컨트롤로 폭발시킬 수 있는 폭탄까지도 갖고 있었습니다.
FBI 수사로는 이들이 갖고 있던 총기류는 모두 합법적으로 구입한 그러니까 등록된 총기로 밝혀졌습니다. 소총 한 정은 예전 살던 동네의 이웃인 마르케스로부터 획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참고로 마르케스는 공범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 이름을 대고 산 무기를 테러에 쓰라고 줄리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신분만 확실하면 총기와 탄약을 구매하는 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자금 출처입니다. 
두 부부는 샌 버나디노의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었고 파룩은 이 지역 보건국에서 환경 전문가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연봉은 4만 9천 달러, 우리 돈 5천 7백만원 정도입니다.

한 달 수입이 5백만원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아파트 월세가 최소 월 2천달러, 각종 전기요금 등 유틸리티 비용이 5백달러, 자동차 유지비도 만만치 않게 들 것이고, 게다가 6개월된 딸까지 있었으니 월급 가지고 생활비 대기에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그들이 이 많은 무기들을 무슨 돈으로 사 모았던 걸까요? 이 또한 FBI가 수사하고 있는 대상입니다.
 
● 범행 과정에서의 의문들
 
이번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제기된 의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을 사건 발생 3시간만에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한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제보가 어떤 내용인지 누가 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파룩이 사건 당일 송년 모임에서 다른 동료와 종교 문제로 싸우고 나갔다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경찰의 초동 수사 발표 내용을 보면, 파룩이 동료와 싸우고 나간 뒤 말릭과 함께 되돌아와 총을 난사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파룩과 말릭은 검정색 군복 차림 (기동타격대 같은 차림인 듯) 이었고 얼굴에 복면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총을 난사하고 강당에 원격 조종되는 폭탄을 남기고는 검정 SUV를 타고 달아났다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입니다. 
그렇게 빠르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날 사람이, 그리고 복면을 써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게 하려는 사람이 범행 직전에 다른 사람과 표가 날 정도 싸웠다는 것은 왠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 기자들은 “테러범이라면 굳이 왜 얼굴을 가렸을까? 그리고 테러로서는 그다지 상징성도 없는 이 시골 마을에서 공무원들에게 총을 쏴댔을까?”라는 의문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총기와 탄약 수천 발을 사 모으고 파이프 폭탄까지 만들어놓고 범행 전에 사격 연습까지 했다면 분명 어느 특정일을 테러의 날짜로 삼았을 터인데 그날의 행태는 분명 이도 저도 아니었습니다. 

‘당당히 테러를 저지르고 알라 신을 외치는 테러범의 행태’도 아니었고 ‘동료와 다툼으로 욱한 나머지 범행을 저지른 우발 범행’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초동 수사 때는 ‘직장 내 갈등’으로 발표했다가, 테러 가능성에 대한 현지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테러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 베일에 싸인 말릭의 행적
 
사건 발생 초기부터 부인 말릭의 신원과 행적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파룩의 사진은 사건 다음날부터 공개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말릭의 사진은 사건 발생 사흘만인 지난 금요일에서야 처음 공개됐습니다.

(말릭의 비자 사진이 있었을 터이니 수사 당국은 사진을 갖고 있었겠지만 언론에는 사흘 뒤에야 공개됐습니다.) 6개월된 딸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범행에 나선 여성,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일반적인 여성은 아닐 터인데도 사건 발생 초기에 말릭에 대해서는 경찰도 언론도 이렇다 할 내용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파룩의 오랜 친구들조차도 파룩이 결혼 한지 1년이 넘도록 말릭의 얼굴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슬람교의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말릭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파룩과 달리 파키스탄 태생입니다. 19살 때 사우디 아라비아로 이주해 살다가 5~6년 전 다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했습니다. 담당 교수는 그녀가 매우 조용하고 성실했다면서 테러를 저지를 인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말릭은 파룩과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만난 뒤 지난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약혼 비자’로 입국한 뒤 결혼을 통해 합법적인 미국 영주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파룩의 지인들이 파룩이 독실한 이슬람 교도였지만 폭력적이지는 않았다면서 그가 최근 1~2년새 급진화됐다고 말합니다.

말릭과 교제 기간과 우연히 일치합니다. 미국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자생적 테러로 보면서 IS와의 관련성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있지만 한마디로 ‘독한 어머니’이었던 말릭이 언제, 어떤 계기로 급진화됐는지 그리고 그녀가 IS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계속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 과연 둘 만의 범행일까?
 
사건 발생 초기 현지 언론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범인이 3명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찰도 이런 목격자 진술에 근거해 파룩과 말릭을 사살하고 두 사람 집 근처에서 도주하던 한 명을 체포해 조사했지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이번 사건의 범인은 파룩과 말릭 두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보도에 있어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만일 목격자들 진술대로 범인이 3명이라고 한다면 그 한 명이 과연 경찰의 추격이 뻔한 상황에서 두 사람 집까지 동행했을까요? 또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파룩과 말릭은 범행을 저지른 직후 검정 SUV를 타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경찰의 추격이 있을 것을 알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집에서도 차고에 있는 각종 탄약과 폭탄 등은 그대로 놔 둔 채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부쉈습니다. 그리고 새로 산 휴대전화 두 대도 부숴서 근처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자기들이 범인이라는 증거들을 없애는 대신 누군가와 교신의 수단이 될 장비들은 발 빠르게 없앤 겁니다. 그들은 과연 누구와 교신했던 것일까요? 그리고 무엇을 그리도 감추고 싶었던 것일까요? FBI가 두 장비의 복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 겁니다.
35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은 아직도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FBI와 미국 내 안보 관련 기관들이 얼마나 밝혀낼 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만 앞서 밝혔던 대로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이유 때문에 FBI의 두 책임자가 같은 날 다른 소리를 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알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진=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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