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지구촌의 이목이 프랑스 파리로 향해 있습니다. 파리 테러사건은 미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단순히 테러에 대한 대비태세 강화뿐 아니라 엉뚱하게도 유럽 난민 유입 문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26개 주는 시리아 난민의 유입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절반 이상의 주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러한 각주의 입장 표명은 이번 파리 테러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들 가운데 최소한 1명 (아흐매드 알 무하마드) 이상이 지난달 시리아 난민들 틈 속에 숨어 그리스로 들어온 뒤 파리까지 숨어 들어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뤄졌습니다.
위 지도를 보면, 황토색으로 칠해진 주가 시리아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26개 주입니다. 회색은 아직 뚜렷하게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주들이고 오렌지 색으로 표시된 주들만이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주들입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명시적으로 시리안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주는 워싱턴 주, 콜로라도 주, 펜실베니아 주, 버몬트 주, 코네티컷 주, 델라웨어 주 등 모두 6개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유럽 난민 포용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1년 이후 미국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불과 1,500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9월, 오바마 정부는 내년까지 10,000명의 시리아 난민을 더 받아들이겠다고 공표했습니다만, 이렇게 26개 주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체면 손상은 물론 약속 이행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시리아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26개 주 가운데 단 1주를 제외한 25개 주의 주지사들이 모두 공화당 출신입니다.
그나마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주들도 연방정부가 만일 미국에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을 자기 주로 보낸다면 한 명 한 명에 대해 매우 면밀한 조사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9.11 테러를 겪으면서 뼛속 깊이 테러에 대한 공포에 젖어 있는 미국인들로서는 이번 파리 테러 사건이 그 때의 악몽을 되살려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입니다.
아메리카 대학의 법학과 교수 스테판 블라데크는 “미국 헌법에 따르면 미국 영토 안에 누구를 들일 것이냐를 허용하는 문제는 연방 정부의 몫이기 때문에 주 정부가 반대할 권리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텍사스 주의 그레그 애봇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의 인도주의적 연민은 자칫 미국 국민을 (파리 시민과) 유사한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트위트에서는 “(난민 유입에 앞서) 치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앨라배마 주지사 로버트 벤틀리도 시리아 난민 유입이 잠재적 테러 위협으로 연결될 가능성 때문에 난민 유입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파리에서 일어난 공격을 보면서, 미국 난민 할당 프로그램을 통해 앨라배마 주로 시리아 난민을 재배치 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이후 25만 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천 1백만 명 이상이 자기 집을 떠나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시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 국가가 돼 버렸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막았다 다시 열었다는 반복하면서 시리아 난민들의 목숨을 건 탈출 행로는 안도와 불안이 교차했습니다.
IS의 파리 테러는 엉뚱하게도 시리아 난민의 유럽 유입은 물론 모처럼 통 크게 난민을 받겠다고 선언한 미국에서 내분을 일으키는 효과까지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효과까지도 IS의 테러 목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과연 이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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