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안경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 안 보여요"

안경사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 허용 두고 안경사협-안과의사협 갈등

윤나라 기자 invictus@sbs.co.kr

작성 2015.11.17 14:38 수정 2015.11.17 14: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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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안경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 안 보여요"
안경을 맞춘 지 얼마 안 됐는데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시력이 더 떨어졌거나 안경을 잘못 맞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럴 땐 눈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안압이 높거나 고도 난시, 백내장 같은 안 질환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시력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안경 바꾸기만을 반복할 수 있는데 자칫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 50대 남성은 안압이 높은 것을 모르고 2달간 세 번에 걸쳐 안경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안압이 높은 것을 방치하면 녹내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 남성은 녹내장 증세를 보여 결국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안경점에서 사용하는 시력 검사장치로는 이런 눈의 이상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습니다. 안경점에서 사용하는 검사 기기는 '자각적 굴절검사' 장치인데, 검사를 받는 사람에게 표를 보여주고 '잘 보이냐, 안 보이냐'는 질문을 하고 답변에 따라 눈의 상태를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시력 검사표의 1.0에 해당하는 글자가 뿌옇게 보이더라도 어떤 사람은 '아예 안보인다'고 답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잘 보이는데 약간 흐리다'고 답변할 수 있습니다. 또 뿌옇게 보이는 원인이 개인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누구는 안압이 높아서 일시적으로 안보이기도 하고, 누구는 고도 난시 때문에 글자가 안보일 수도 있는데, 검사받는 사람의 답변만으로는 이런 차이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없는 것이죠.

눈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타각적 굴절검사기'입니다. 검사받는 사람의 답변에 의존하지 않고 망막에 직접 빛을 비춰 반사되는 빛의 양이나 각도에 따라 눈의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경점에서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면 눈이 얼마나 나쁜지, 왜 나쁜지, 안질환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정확히 점검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안경점에서 '타각적 굴절검사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안경점에서 사용하는 시력검사 장치로 자각적 굴절검사장치만 허용할 뿐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은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안경사에게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을 허가하게 하는 법률이 심의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70%가 눈이 불편하면 1차로 안경점을 찾는 상황에서 정확하고 편안한 안경을 맞추려면 타각적 굴절검사기가 필요하다는 안경사들의 요구에 따른 것인데, 안과 의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망막으로부터 나오는 빛의 반사를 관찰하고 굴절 정도를 측정해 눈 상태를 파악하는 타각적 굴절검사는 의학적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이므로 안경사에게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안경사 측은 미국이나 호주, 홍콩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정확한 안경조제의 중요성을 감안 해 안경사에게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안경사들이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필요로 하는 것은 정확한 안경을 조제하고 가공하기 위해서지 진료행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해외에서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으로 인한 사고가 없었으며, 한국 안경사들의 경우 교육과정에서 연 200시간씩 교육받아 안전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통해 안경점에서 눈 검사를 받다가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안질환이 발견되면 안과에서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어 국민들의 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법안 통과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이 국회 심의 대상이 된 이후 안과의사와 안경사들의 충돌이 격화되는 모습입니다. 소상공인 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불합리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안경사들의 편에 섰고 대한의사협회는 비전문가에게 의료행위를 맡길 수 없다며 안과의사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의 키를 쥔 보건복지부는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일단 국회 논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의 주장과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선 상황이라 어떤 결론이 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한쪽의 세 과시나 이해관계에 휘둘려 법안이 논의되기 보다는,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눈 건강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