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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계' 하나에 온 나라가 '떠들썩'

[월드리포트] '시계' 하나에 온 나라가 '떠들썩'
지금 시계 하나 때문에 미국이 일주일째 떠들썩합니다. CNN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전문가까지 연결해가며 연일 이 ‘시계 사건’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단지 시계 하나가 불러일으킨, 어찌 보면 그저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게 된 데는 현재의 미국 사회에 내재돼 있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일 겁니다. 이미 보도를 보신 분도 있겠지만 사건의 발단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14일, 미국 텍사스주의 작은 도시 어빙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경찰 다섯 명이 들이닥쳤습니다. ‘폭탄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다’는 학교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겁니다. 경찰은 즉각 이 학교 9학년 학생 14살 아흐메드 모하메드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빈 교실로 데려가 취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앞서, 모하메드는 집에서 취미 삼아 집에서 만든 시계를 학교에 들고 갔습니다. 선생님에게 보여줬는데 기대했던 칭찬 대신 “다른 선생님에게는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엉뚱한 조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모하메드는 가방 안에 시계를 넣어 놨는데 하필 영어 수업 시간에 알람이 울렸습니다. 영어 선생님이 꺼내 보라고 했고 시계를 본 선생님은 “폭탄 같은데..”라면서 교장에게 보고했고 교장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워낙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잦은데다 9.11사태 이후 테러에 대한 공포가 내재해 있는 미국인 만큼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만도 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모하메드는 경찰에게 “부모님께 전화하게 해 주세요. 저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조사하고 있는 중이니까 외부 연락을 할 수는 없어.”
 
 
경찰은 당연히 문제의 시계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폭탄과는 무관한 그저 시계일 뿐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계속 “가짜 폭탄을 만든 이유가 뭐냐”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이 왜 이렇게 과잉 반응을 보였을까요? 경찰은 부인하고 있지만 모하메드가 무슬림이기 때문입니다. 모하메드는 말합니다. “제 피부색이 다르고 제가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이 명백합니다.” 모하메드의 아버지도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애의 이름이 모하메드입니다. 이슬람교도죠. 하지만 이슬람교도가 다 과격하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한 사실은 학교장이 모하메드에게 자세한 진술서를 쓰지 않으면 학교에서 쫓아내겠다고 협박까지 했던 일입니다. 게다가 사흘 동안 정학 처분까지 내렸습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모하메드를 격려하고 경찰과 학교를 비난하는 SNS 글들이 쇄도했습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모하메드를 백악관으로 초청했습니다. 트위터는 그 소년에게 인턴십을 제안했습니다. 구글은 주말에 열리는 과학 박람회에 모하메드를 위한 특별석을 마련해 주기로 했고 MIT 대학은 모하메드를 초청해 캠퍼스 관람과 더불어 우주 캠프에 참여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가는 도중 또 하나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그것도 13살 흑인 소년에 의해서 말입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13살 피어슨은 모하메드를 백악관에 초청한 오바마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피어슨은 평소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유튜브에 자기 주장을 실어 수백만의 뷰어를 확보하고 있고 3만 명 가까운 페이스 북 팔로워를 거느린 ‘유소년 정치인’입니다. 그는 영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총에 맞아 쓰러진 경찰의 가족을 백악관에 초청한 적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에 사는 분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계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이번 사건은 앞서 말한 대로 미국 내에 잠재해 있는 부정적 단면을 복합적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피부색과 종교에 대한 편견, 학교 총기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테러에 대한 공포, 여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과정을 짜맞추려는 잘못된 수사 방식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후 마치 모하메드를 천재 과학 소년인 양 추켜세우며 여기 저기서 초청하는 호들갑은 어찌 보면 모순 가득한 미국 사회의 자화상이 표출된 데 대한 부끄러움과 ‘우리는 이해심 많은 포용자이자 반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자기 포장적 배려가 중첩된 결과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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