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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거짓 납치극 꾸민" 미녀…넉 달 만에 드러난 기막힌 반전

[월드리포트] "거짓 납치극 꾸민" 미녀…넉 달 만에 드러난 기막힌 반전
지난 3월 2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아론 퀸이라는 남성이 경찰을 찾아와 다급한 목소리로 호소했습니다. 자신의 여자 친구인 데니스 허스킨스(29)가 납치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아론을 진정시키며 차분히 사건 경위를 물었습니다. 그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건장한 남성들이 두 남녀가 동거하는 집안에 침입한 뒤 자기를 결박하고 약을 먹인 뒤 데니스를 납치해갔다는 겁니다. 몸값으로 8만 5천달러, 우리 돈 1억원 가량을 준비하라는 협박을 남긴 채 말입니다.
데니스는 미모의 백인 여성으로 재력이 있는 집안의 딸이었습니다. 일단 여성의 안전을 위해 몸 값을 준비하고 경찰이 단서를 찾아 수사하는 도중, 엉뚱하게도 데니스는 집에서 650킬로미터 떨어진 남부 캘리포니아의 ‘헌팅던 비치’에서 무사히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몸 값을 준비해 건네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데니스가 멀쩡하게 해변가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찰은 황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납치 사건은 두 커플이 저지른 장난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습니다. 미모의 여성의 납치 실종 사건, 그리고 얼마 뒤 드러난 자작극 등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스토리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몸 값을 요구했던 납치범이 자기 얼굴을 알고 있는 여성을 살해하지 않고 해변가에 멀쩡하게 내려놓고 갔다는 것이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데니스가 언론의 끈질긴 취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굳게 입을 다문 채 두문불출하자 갖은 억측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두 커플의 황당한 납치자작극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경찰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매튜 뮬러라는 백인 남성을 주거 침입과 강도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주인을 협박한 채 물건을 훔쳐 나왔다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15일), 연방 검사는 매튜가 데니스를 납치한 용의자라고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매튜를 체포한 경찰은 그가 범행을 주로 저지른 장소가 데니스가 납치당했다던 집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수법도 비슷했습니다. 게다가 매튜의 차에서 발견한 랩톱 컴퓨터는 데니스가 납치되면서 함께 도난 당한 컴퓨터와 유사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차 안에서 발견된 ‘고글’에는 금발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는데 데니스의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데니스의 눈을 가리는데 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차 내비게이션에는 데니스를 내려줬던 헌팅턴 비치의 주소도 찍혀 있었습니다. 정말 기막힌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은 왜 데니스는 경찰이나 언론이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데도 접촉을 피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펴지 않았던 것일까요? 이에 대해 데니스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지만 한가지 추정할 만한 단서는 있습니다. 매튜의 혐의를 보면, 납치와 ‘성폭행’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막힌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주거 침입과 강도, 납치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호남형의 매튜는 전직 변호사였습니다. 게다가 하버드 법과대학을 졸업한 수재였습니다. 또, 뮬려는 1995년부터 4년간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야말로 ‘엄친아’격입니다.

하지만 그는 2008년부터 기분이 극에서 극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일종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해병대 복무까지 했던 전직 변호사 매튜는 2013년 1년에 한 번 내는 면허 갱신 요금조차 내지 못해 면허증이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여하튼, 뒤늦게 나마 진실이 밝혀졌지만 경찰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데니스의 납치를 커플이 꾸민 자작극이나 장난으로 언론에 공표까지 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데니스와 퀸의 변호사는 커플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경찰이 이제라도 제 할 일을 제대로 해줬으면 하는 겁니다. 또, 이제 앞으로는 경찰이 뭔가 말하기 전에 그것이 정확한 진실인지 잘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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