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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비행기를 무임승차?…美 공항 검색에 또 구멍

[월드리포트] 비행기를 무임승차?…美 공항 검색에 또 구멍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와 보신 분들은 미국 공항의 과도한 검색 절차에 한두 번쯤 짜증났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우리 공항도 그렇기는 하지만 미국 공항에서는 온갖 짐을 다 검사하고 신발 벗고 허리띠 풀고, 또 노트북 컴퓨터는 한 바구니에 하나씩만 담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알몸 투시 검색기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검색 대 앞은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게 마련이고 퉁명스런 검색 요원들의 푸대접도 감내해야 하는 게 미국 공항의 실태입니다. 이 모든 게 911테러의 여파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고, 또 미국 공항이 새로운 검색 절차를 도입할 때마다 들고나오는 명분이 테러 가능성 차단이었습니다. 그런 삼엄한 미국 공항 검색에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것도 60대 할머니한테 어처구니없이 말이죠.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일 저녁 7시 15분, 62살의 마릴린 하트만 할머니는 산 호세 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 공항(LAX)로 향하는 사우스 웨스트 항공사 소속 여객기에 올라탔습니다. 1시간 반 비행 끝에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한 하트만 할머니는 공항에서 체포되고 맙니다. 이유는 바로 무임승차, 다시 말해서 티켓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겁니다. 동네 마을버스도 아니고 어떻게 비행기를 표도 없이 탈 수 있었을까? 이 기사가 미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타려면 최소한 3~4번의 티켓 검사를 받게 되는데 어떻게 이 과정을 아무 제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느냐는 겁니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하트만 할머니는 산 호세 국제공항에서 어렵지 않게 티켓 검사하는 곳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는 짐 검사하는 곳에 다른 승객들과 함께 길게 늘어서서 짐 검사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비행기에 올라탈 때도 티켓 검사를 받지 않고 유유히 들어섰습니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행기 승무원이 티켓 판매 숫자와 승객 숫자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신고해서 할머니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항공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그저 “우리 항공사의 제 1의 원칙은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과 보안입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연방 항공청은 “이번 사건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만일 그런 승객이 나쁜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차후에 그런 사건을 조사할 경우에도 누가 그 일을 저질렀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이번 무임승차 시도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들어서 이 할머니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만 세 번이나 무임 승차를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는 비행기가 뜨기 전에 무임승차를 시도한 이 할머니를 발견했고 결국 앞으로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용할 수 없도록 블랙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그런데도 산 호세 국제공항은 어이없게도 이 할머니에게 구멍이 뚫린 겁니다.

그런데 이 공항에 구멍이 뚫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4월, 산 호세에 사는 한 흑인 소년이 하와이에 있는 엄마를 보러 가겠다며 비행장 철조망을 넘어 비행기 바퀴에 숨어 하와이까지 간 일이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클릭) 그나마 그 때는 소년이 밤에 몰래 담을 넘었으니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변명이 통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지 불과 석 달 만에 눈 뜨고도 무임 승차하는 할머니 한 명을 발견해내지 못했으니 이제는 뭐라고 변명하기도 힘들 겁니다.

공항 검색 문제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이 할머니는 왜 그토록 여러 차례 비행기 무임 승차를 시도했을까요? 그 이유에 대한 기사를 한 지역언론에서 찾아냈습니다. 할머니의 변호사는 이 할머니가 암을 앓고 있는데 어딘가 따뜻한 곳에 가고 싶다는 말을 늘 해왔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그토록 여러 번 무임 승차를 시도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는 겁니다. 지난 2월, 할머니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체포된 직후 ‘하트만 할머니를 하와이로’라는 모금 운동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다만 할머니가 암을 앓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뒤 이 돈을 가져갈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말입니다.

할머니는 이번에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최소 6개월간 감옥에서 살게 될 처지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천 달러의 벌금도 물어야 합니다. 지역 경찰은 이 할머니에 대해 정신 감정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악명 높은 밀항자’ (notorious stowaway) 인지 아니면 따뜻한 곳을 그리워한 가난하고 불쌍한 암 환자인지는 이번 조사를 거쳐 확인될 겁니다. 그것이 어떻게 결론이 나건, 911 테러 이후 갈수록 강화되는 공항 검색 시스템에 큰 허점을 노출한 산 호세 국제공항과 해당 항공사는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길이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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