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끔찍한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습니다. CNN에서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 이를 기사화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표현할까도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싶어서 아침 뉴스를 통해 보도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용을 순화해서 보도했습니다만, 저도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그 상세한 내용을 소개하려 합니다.
지난 주말, 위스콘신주의 워크쇼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2살 소녀 두 명은 학교 친구를 공원 근처의 숲으로 불러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니 별 의심 없이 숲으로 향했던 동갑내기 소녀는 잠시 뒤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두 소녀 가운데 한 명이 그 소녀를 바닥에 눕히고는 못 움직이게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소녀는 다짜고짜 흉기를 꺼내 그녀를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발표로는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 등 가리지 않고 19곳이나 찔렀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왜 그러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흉기에 찔린 소녀는 피를 흘리며 신음했습니다. 두 소녀는 그런 친구를 버려둔 채 유유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피해 소녀는 있는 힘을 다해 길가까지 기어 나왔습니다.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가던 행인이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소녀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도와주세요. 흉기에 찔렸어요”라고 도움을 청한 뒤 혼절했습니다. 행인은 곧장 911에 신고했고 경찰과 구급차가 와서 소녀를 병원을 옮겼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소녀는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 아니오 정도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외상이 심했습니다. 의사는 ‘1밀리미터만 비껴 찔렸더라면 숨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해 소녀는 경찰에게 자신을 해친 소녀들의 이름을 알렸고, 경찰은 근처 도로에서 두 소녀를 발견해 체포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그 두 소녀는 왜 친구를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하려 했던 것일까요? 너무나도 엉뚱하고도 어처구니없는 동기였습니다. 두 소녀는 평소 인터넷에서 공포와 죽음에 관한 스토리를 모아 놓은 웹 사이트를 즐겨 봤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슬렌더 맨’이라는 가공의 인물이 있는데, 각종 소설과 영화, 그리고 만화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인물을 신봉했다고 합니다. 두 소녀 가운데 한 소녀는 경찰 진술에서 “슬레더 맨’은 그 웹 사이트의 리더이며, 그의 왕국에 들어가려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해당 웹 사이트는 곧바로 해명 자료를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자신들은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한 일이 없으며 자신들의 작품에 무조건 비난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철도 들지 않은 12살 소녀들이 그들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작품 세계의 주인공에 빠져 그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데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소녀들은 그들 자신의 진술대로 ‘슬렌더 맨의 왕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지난 2월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애당초 그 소녀들은 희생자를 고른 뒤 잠자는 사이에 테이프로 입을 막고 공원 화장실로 끌고가 살해하려 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숨바꼭질을 하면서 희생자를 고르기로 했고, 공원으로 유인한 뒤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는 겁니다.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소녀는 현재 소녀들만 수용하는 청소년 보호시설에 구금돼 있습니다. 두 소녀의 부모는 소식을 전해 듣고 혼절했다고 합니다. 두 소녀는 일급 살인 기도 혐의로 지난 월요일 법정에 섰습니다. 아직 정신 상태에 대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주의 아일라 비스타에서 22살 대학생이 140쪽의 글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대량 학살을 예고한 뒤 총과 흉기로 6명을 살해해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의 파장이 채 식기도 전에 12살 소녀들이 저지른 끔찍한 살해 기도에 또다시 언론들을 비롯한 미국 사회 전체가 경악하고 술렁이고 있습니다. 두 사건은 서로 결이 다른 얘기지만, 미국 사회의 병리적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웹 툰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스토리와 영상물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혈을 짜내 만든 창작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아직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는 어린 청소년들이 봐서는 안될 작품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직 자기 결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한번 빠져든 작품으로부터 끊임없이 던져지는 유혹을 스스로 끊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어린 청소년들이 혹시라도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선을 잊거나 혼동하지 않도록 늘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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