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코앞에 일본대사관이 신축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단순히 일본 대사관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감정적 문제가 아닙니다.
문화재보호법에 어긋나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경우 문화재 100미터 안에는 높이 14미터가 넘는 건물은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문화재 경관 보호 차원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일본대사관은 경복궁에서 9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현재 건물의 2배가 넘는 32미터 높이로 새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건데, 많은 사람들은 이게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합니다.
논란이 더 커진 이유는 불과 지난해 7월에는 이 문화재보호법을 근거로 일본 대사관 신축을 막았던 문화재청이, 불과 1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꿔 허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문화재청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허가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미 경복궁 앞에 60미터가 넘는 트윈트리 빌딩이 있는데, 일본 대사관은 이 건물에 가려서 경복궁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 해명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문화재 보호법이라는 것은 100년, 200년을 내다보고 만드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하나 둘 허가를 내주다 보니 경복궁 주변에서 문화재보호법은 죽은 법이 됐다는 겁니다.
게다가 문화재청이 이유로 든 '이미 높은 빌딩이 있다'는 해명도 큰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이 '이미 있는 빌딩' 자체도 원칙적으로는 허가했으면 안 되는 건데, 그때도 이래저래 허가해 놓고 이젠 또 그걸 빌미로 日대사관을 허가한다는 거죠.
실제로 경복궁 20미터 거리에는 한 대기업이 호텔을 짓겠다고 추진 중인데, 이렇게 되면 이 호텔 역시 문화재보호법으로는 막을 수가 없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복궁도 이럴진대, 지방의 수많은 문화재의 경우 주변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건물이 들어설 때 이처럼 문화재 보호법을 이리저리 비켜간다는 것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지적이자 걱정이었습니다.
이토록 물렁물렁하고 관대한 문화재보호법, 그런데 문화재 주변에 사는 일반 개인들에겐 또 그렇게 매서울 수가 없습니다.
문화재 주변에 산다는 이유로 지붕 수리 좀 하려 해도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건물 짓는 도중에 땅 속에서 문화재가 발견이 됐는데, 이것 때문에 건물 건축이 전면 중단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사례는 공교롭게도 일반 개인인 경우가 많다보니 여기저기서 형평성 논란도 나오는 판입니다.
촌스럽지만, 외국 예를 좀 들어보자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영국 버킹엄 궁전은 근처에 높은 빌딩이 없습니다.
가깝게 일본 나고야성, 오사카성도 그렇고 심지어 중국 자금성도 근처에 고층빌딩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땅 크기의 차이가 있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경우는 딱 100미터 정도만 참아달라고 법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법이 누구에겐 관대하고 누구에겐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오히려 문화재 해치는 건물이 들어서는 빌미가 되는 실정이니, 과연 이 법이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3일) SBS 8뉴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8시 뉴스 [경복궁 앞 일본 대사관…원칙 없는 건축 허가] 기사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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