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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린이집 비리의 근본 원인을 찾아라

- 단속을 넘어 정보 공개로…

[취재파일] 어린이집 비리의 근본 원인을 찾아라
 최근 SBS 8시 뉴스는 어린이집의 문제점을 잇따라 심층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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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폭력에 막말까지... (기사 보러가기)


  고발성 뉴스를 넘어 대안과 정책 뉴스까지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쏟아지는 비리가 적지 않아 그 단계로 쉽게 넘어가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도국 기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비리를 근절하려면 근본 원인을 찾아내야 하겠죠. 현재 어린이집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기본보육료 자체가 너무 적어, 즉 아이들을 제대로 보육하기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종 비리가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리 관련 뉴스와 함께 "일부 어린이집이 망해간다"는 뉴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의 입장은 다릅니다. 기본보육료가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만난 어린이집 원장 분들 상당수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몇몇 분은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이 분들은 조심스럽게 "전세나 월세로 운영되는 어린이집들의 경우 보육료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상당수 어린이집들이 전세나 월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정부 지원금 상당수를 결국 건물주나 집주인에게 전월세 비용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수익 구조가 열악합니다. 아이들에게 보육비를 충분히 지출하기 어려운 것이죠. 적절한 수익을 내고, 아이들을 제대로 보육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비리들이 있다는 겁니다. 유치원처럼 전월세를 자가 보유로 유도하는 정책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보다 정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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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 어제(4/8)부터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가 어린이집 집중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복지부는 안정행정부와 협의해 올 상반기 중 비리 어린이집들의 행정처분 내역을 각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비리 어린이집의 명단 공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법 개정 이후 단속된 어린이집부터 공개됩니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죠. 복지부의 또다른 카드는 투명한 정보공개입니다. 현재 유치원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유치원 알리미(e-childschoolinfo.mest.go.kr)' 홈페이지를 통해 국공립은 물론 사립까지 전국 8천여곳의 유치원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원비(학부모 부담 경비 일체), 각종 회계자료, 위반 및 평가내역까지 볼 수 있습니다. 복지부도 어린이집 정보를 '아이사랑보육포털( http://www.childcare.go.kr)' 내 '정보찾기' 코너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 내역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는 8월까지 공개 내역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하더군요.

 어린이집이 자진해서 받고 있는 평가인증제도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집 측이 먼저 평가인증을 신청하면 (재)한국보육진흥원 평가인증국에서 항목별로 평가한 뒤 특정 점수 이상이면 "이곳은 괜찮은 어린이집입니다"라는 의미의 '평가인증'을 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리 단속을 해보면 이런 곳에서조차 크고 작은 사안들이 적발되고 있죠. 그래서, 아예 평가인증을 의무화하고, 평가인증의 점수나 등급을 인터넷에 전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올해부터 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아이사랑 부모 모니터링단' 모집도 시작했습니다. 부모 모니터링단은 지자체 어린이집 담당자와 함께 단속에 동행하기도 하고, 개선사안에 대한 불시 재점검 활동도 하게 됩니다.

 단속과 정보공개에 모니터링까지 과연 어린이집 비리는 근절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수년간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를 미루면서 사실상 우리 아이들의 보육을 민간 어린이집에 의지했던 정부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셈이라고 말하더군요.

 올바른 어린이집 정책의 수혜자이자 진정한 주인공은 우리 아이들입니다. 정부와 어린이집 간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근본적 해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저희 SBS기사들도 고민하겠습니다. 많은 의견과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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