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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절차가 뭐길래…훈장, 끝까지 지켜보자

[취재파일] 절차가 뭐길래…훈장, 끝까지 지켜보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7월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그 때 권혁 이병이 총을 들고 있는 김 상병에게 맨몸으로 달려들지 않았었더라면 더 많은 장병들이 희생됐을 겁니다. 장관까지 나서서 극찬을 했던 그의 목숨 건 행동, 영웅이라고 불릴 만했습니다.

지난달 17일, 저는 군이 그런 그에게 처음에 했던 말과 달리 훈장을 줄 수 없다, 병원도 포항으로 옮겨라, 심지어 부대에 복귀하라고까지 얘기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8시 뉴스를 통해 했었습니다. (당시 8뉴스 보기: 영웅이라더니…군, 총기사고 병사에 말 바꿔)

당시 인터넷에서 이 사실이 논란이 되고 언론 취재가 이어지자 군은 훈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또 치료도 더 받게 하겠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훈장을 잘 받았을까, 많이 힘들어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떨까... 요 며칠 궁금해졌습니다. 취재 당시에도 권혁 이병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지는 못했었지만, 괜히 애정이 간다고 해야 할까요.

당시 인터뷰를 했었던 권혁 이병의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좋지 않았습니다. 권혁 이병은 열흘 전부터 국군수도병원 정신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터진 직후, 병원에서 붕대를 칭칭 감은 상태에서도 "아빠, 내가 동료를 구했어"라고 씩씩하게 말했던 그였지만 당시의 충격이 그를 그대로 놔두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배우의 꿈을 갖고 하루하루 밝고, 낙천적으로 살았던 아들이었는데...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랄 만큼 변해버린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모의 가슴은 미어졌습니다.

훈장도 여전히 받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그래도 넌 훈장을 받잖니'라면서 위로를 했던 부모는 이제 더 이상 아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너무나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그때도 관련 절차가 시작됐다고 했는데, 그 훈장은 대체 언제쯤 나오는 걸까. 군에 직접 알아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나오더라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권혁 이병에게 훈장을 줘라, 이렇게 결정날 때까지 거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해당 부대에서 해병대로, 해병대에서 해군으로, 또 해군에서 국방부로, 국방부에서 행정안전부를 거쳐야 하는 것인데 현재 상태는 해군참모총장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국정감사 중이여서 절차를 빨리 밟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럼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자, 한달쯤 있다 해보라는 말도 돌아왔습니다. 인기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생각이 났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곧 있으면 폭탄이 터지는데 비상대책위라는데서 그 놈의 절차 때문에 시간을 다 보내는, 그런 내용이죠.

절차를 다 무시하자는 건 아닙니다. 폭탄이 터지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젊은이가,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내걸었던 젊은이가 이 상태에 처했으면 그 절차를 좀 빨리 진행할 수는 없는 걸까요. 이제까지 그래와서 어쩔 수 없는 거라면 예외를 둬서라도 말입니다.

장관이 와서 직접 약속까지 하고 갔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영웅'을 보살피고 챙겨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 지금 우리 군에게 그걸 바라는 게 욕심인가 봅니다.

권혁 이병이 훈장을 받을 때까지, 그가 치료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사건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도...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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