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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쉽게 끝나지 않을 한진중 사태…희망버스 취재기

[취재파일] 쉽게 끝나지 않을 한진중 사태…희망버스 취재기

송성준 기자 sjsong@sbs.co.kr

작성 2011.07.12 10:44 수정 2011.07.12 14: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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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놀랐습니다. 장대같이 쏟아 붓는 장맛비를 보면서 설마 희망버스가 대거 모여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토요일인 9일 오후 7시 부산역 광장. 문화공연 행사가 시작됐지만 희망버스는 몇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버스는 속속 도착했고 예정됐던 190여 대의 희망버스는 대부분 도착하더군요. 경찰 추산 7천여 명. 주최 측 만여 명이었습니다. 사실상 빗속 대규모 집회였던 셈입니다. 경찰도 놀랐다고 하더군요.

집회와 행진은 평화적 이었습니다. 분위기가 무겁지도 비장하지도 않은 오히려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더군요. 저같은 80년대 학번 세대와는 참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영도 봉래로터리에서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6차선 도로를 원천 봉쇄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터 줄 것을 요구하는 시민 참가자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간 밀고 밀리는 공방이 벌어지고 몸싸움도 시작됐습니다.

급기야 새벽 2시반이 넘어 집회 참가자들이 블럭을 쌓아 경찰 저지선을 넘어려 하자 방어적이던 경찰이 공세적으로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 50명이 연행되고 민노당 이정희 대표 등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평화 의지였습니다. 경찰과 물리적인 공방 속에서 경찰 몇명이 시위대에 끌려 나왔지만 "경찰을 폭행하지 말라"며 곧바로 경찰을 돌려 보내 주더군요. 한 두번이 아니라 제가 목격한 것만 5차례는 됩니다.

경찰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최루액을 참가자의 얼굴에 바로 쏘는 행위는 문제더군요. 노골적이었습니다. 또 평화 행진을 원천봉쇄 하는 것도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경찰의 이러한 봉쇄가 3차 희망버스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집회 현장에 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다양하더군요. 현재 회사 측과 노사 갈등을 직 접 겪고 있는 노동자들로부터 학생, 전문 직능 단체, 정당 관계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눈길을 끌더군요.

참여 시민들과 인터뷰를 해 보니 현재 "조선소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187일째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외치는 비정규직 문제와 정리해고 철폐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닌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불안한 현 상황이며 혼자 외로이 대변하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그래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 격려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회사 안으로 들어 갈 수는 없지만 먼 발치에서라도 "제발 죽지 말고 걸어서 내려와 달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현장에서 느낀 또 다른 하나는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이 참 깊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초등학생 딸과 같이 온 어머니는 저와의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저는 꼭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옆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참 뒤 이야기 하더군요. "이 인터뷰 해도 나갈 수 있느냐"고. "다 삭제하고 방송하지도 않는데 인터뷰 하기 싫다"고요. 저는 그랬습니다. "오늘 이 아이템이 저희 뉴스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저는 꼭 어머니 인터뷰를 넣겠다"고 했습니다.

약속을 지켜 다행입니다. 이 어머니는 1차 희망버스 때도 딸과 함께 왔다고 합니다. 딸에게 세상에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믿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부대끼며 보여 주고 싶었다고요. 2차 희망버스도 딸이 오고 싶다고 해 왔다더군요. 딸이 일기장에 약속을 했다고 하더군요.

3차 희망버스도 올 생각이냐고 물어 보니 딸의 생각이 중요한데 딸은 3차 희망버스는 망설여 진다고 해요. 왜냐니까 이렇게 김진숙 이모를 격려하고 싶은데 그 목적으로 인천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보지도 못하고 막혀 버리니 허탈하다고 하더라나요? 그래서 약속을 쉽게 하지 못하겠다고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들도 참가자들이 인터뷰를 거부해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 도청 문제로 시끄러운 한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취재 거부를 하더군요. 현장 기자들이 무슨 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정서는 아무튼 그랬습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장기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또 함께 동조 농성중인 조동자 6명이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고 행진이 좌절된 참가자들이 3차 희망버스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의 연봉 총액이 연간 80여억 원 정도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번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손실은 얼마며, 희망버스 참여자들을 막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7천여 명의 경찰력의 운용 경비가 얼마며, 무엇보다도 2차례에 걸친 자발적인 참여자들의 개인적 지출이 얼마며, 파업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한진중 노동자와 가족, 하청업체 직원과 가족들의 피해와 정신적 고통은 또 얼마일까요?

너무 값비싼 사회적 댓가를 치른다는 생각 지울 수 없네요.

회사 측은 노사 합의가 끝난 뒤 선박 수주 6건이 들어 왔다고 합니다. 글쎄요. 액면 그대로 받아 들여 집니까? 정리해고 명분으로 수주 한 건도 받지 못했다고 발표한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노사 합의 끝나자 6건 수주라니요.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가 어떻게 끝나든 회사 측이 보여준 노사 합의안의 잦은 번복과 비타협적 자세는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죽 했으면 한나라당 김형오 전 국회의장조차 개인 성명을 내 회사 측을 비난했을까요? 이번 사태를 계속 지켜봐온 경찰도 사측의 노사관은 정말 문제라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희망 버스' 참가자들, 경찰과 충돌…50명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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