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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로니모 제거한 람보, 유죄인가 무죄인가?

[취재파일] 제로니모 제거한 람보, 유죄인가 무죄인가?

미국의 빈 라덴 제거 작전, 국제법상 정당했나

윤나라 기자 invictus@sbs.co.kr

작성 2011.05.12 17: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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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제로니모 제거한 람보, 유죄인가 무죄인가?

"이라크 특공대가 조지 부시의 집에 침투해 부시를 암살하고 그 시신을 대서양에 버렸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미국 학자인 노엄 촘스키가 빈 라덴 제거작전이 불법이었다며 <커먼드림즈>라는 미국 언론에 실은 글입니다. 촘스키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미국의 작전이 불법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나서 "빈 라덴 제거작전은 국제법상 합법이었고 정당한 조치였다"고 반박하는 등 작전의 합법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파키스탄의 허가 없이 파키스탄에서 이뤄진 작전이라는 점, 빈 라덴이 비무장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빈 라덴 제거 작전의 합법성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빈 라덴 제거작전의 합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이것이 암살인지 표적 살해인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헤이그 협약이나 UN헌장 등 국제법에서 요인 암살은 금지되어 왔지만 위험 인물에 대한 선택적 공격(표적 살해)은 허용돼왔기 때문입니다.

헤이그 협약은 요인 암살을 '적국에 속하는 개인을 배신적인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배신적인 방법'은 쉽게 말하면 속인다는 뜻입니다. 항복을 가장하거나 민간인인 것처럼 속이는 것들이 해당됩니다.

빈 라덴의 장남인 오마르는 미군의 작전을 "국가에 의한 개인 암살"이며 국제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바이든 부통령은 "농담하느냐"고 한마디로 일축했습니다.

빈 라덴 제거 작전 당시 미군은 애초에 군사 작전을 위한 편제로 빈 라덴의 은신처에 침투했습니다. 물론 알려진 대로 스텔스 헬기를 타고 은밀히 침투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신적인'행위는 없었습니다. 미군이 아닌 척 접근해서 빈 라덴을 사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죠. 빈 라덴 사살을 암살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또한 UN헌장은 51조에서 자위를 위한 공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9.11테러에서 빈 라덴이 미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미국을 공격하겠다는 의도를 표시했음을 생각하면 미국의 작전은 자위권 행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작전을 두고 미국이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며,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딱 잘라 불법이라 말할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빈 라덴 사살이 합법"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법상 표적 살해는 '전시에 적법한 공격 대상에 대해 이뤄지는 것'으로 대부분의 국제법에서 몇 가지 조건을 달아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조건은 그것이 다른 모든 평화적 수단을 행사한 다음 마지막 선택이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피해를 줄이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다른 모든 평화적인 수단을 행사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번 작전이 애초에 사살을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도했고, 그 이전에도 무인폭격기를 이용해 빈 라덴의 은신처로 의심되는 지역에 폭격을 계속해 왔습니다.

또한 빈 라덴 죽음 이후 각지의 알 카에다가 보복 공격을 공언하고 있고, 실제로 파키스탄 등에서 보복 공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모든 평화적 수단을 사용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빈 라덴 제거이후 전체적인 피해가 줄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빈 라덴 제거 작전이 적법한 표적 살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또한 UN헌장은 제2조 제4항에서 다른 나라의 영토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전에 대해 파키스탄은 전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 미국이 파키스탄의 영토를 침범하고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진 이번 작전을 불법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이처럼 빈 라덴 제거작전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는 애매한 작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국내 규정에 비춰보면 어떨까요?

미국은 미국 정부, 혹은 그 고용인이 다른 나라의 지도자를 암살하는 행위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금지해 왔습니다. 베트남전 종전 이후 행정부가 독점해온 해외 군사작전 권한을 의회가 견제한 결과물입니다. 요인 암살은 결코 적법한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없고 미국이 추구해온 도덕적 가치와 국제 질서에도 위배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복잡한 정치적 상황으로 행정부의 독점을 완전히 견제하지는 못했고, 무력 충돌 시 혹은 자위권행사 차원에서는 대통령의 명령으로 외국 지도자를 제거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습니다.

9.11 이후 미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번 빈 라덴 제거 작전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작전이 도덕적으로 옳으냐 그르냐고 따질 수는 있지만,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제법상 이번 작전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나누기가 미묘한 사안입니다. 법적용의 문제를 떠나서 미국의 이번 작전이 아쉬운 점은 과연 그것이 최선이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네델란드 국제법 전문가 얀 크놉스가 지적했듯이 나치전범도 정당한 재판을 받았지만 미국의 작전으로 빈 라덴은 그런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또한 연이은 알 카에다의 보복테러 위협에서 보듯 빈 라덴을 사살하는 것이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미국식 정의를 세우기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까지 공언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을 목적으로 한 이번 작전을 승인했다는 점 역시 상당히 아쉬운 점입니다.

끝으로, 미국과 세계는 왜 적국일지라도 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금지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빈 라덴을 제거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을까요? 외국 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최초로 금지한 1863년 미 육군의 일반 명령, Lieber Code에 그 이유가 언급돼 있습니다. "문명국에서 요인 암살의 선택은 원시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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