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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웃음에 감염되는 것 같아요"

(전편 '추기경과의 마지막 10년' 이어서 계속)

▲ 지근거리에서 보셨으니 추기경님께서 평소 좋아하시던 것 싫어하시던 것 있으면 좀 말씀해주세요.

= 딱히 좋아하시는것도 없고 싫어하시는 표정도 드러내는걸 본 적이 없어서 짐작이 안가네요. 음식도 특별히 좋아하시는것보다는 살기 위해서 잡수시는 정도의 모습만 봤으니까요.

"야 이거 맛있다~" 이런 적이 없으시고, "이거는 쓰고 달고 입에 안맞는다" 이런 말씀 하신적 없고   그냥 마음에 안들면 안잡수시고 마음에 드시면 한 그릇 더 가져와 이런 것도 못들어본것같습니다.

▲ 추기경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추기경님과 생활인, 자연인으로서 추기경님은 달랐나요? 늘 한결같으셨나요?

= 글쎄요, 뭔가 이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그걸 고치려고 무척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좀 안된 얘기지만 거의 음치에 가까운 분이시거든요. 그런데 추기경 되시면 노래를 하셔야 할때도 많아요. 예절 중에 거의 반음내기를 힘들어셨던 것 같아요.

지금 음악 맡고 있는 신부님이 개인적으로 고쳐드리려고 애쓰셔서 거의 그걸 고쳤어요. 뭐 그러던 모습이라던지 하여튼 그런 노력하시는 모습을 가끔 봤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 최신부님도 천주교계에서 원로이신데 추기경님께서 어떻게 대하셨나요?

= 상당히 가깝게 대하셨어요. 처음에 경상도에서 올라오셔가지고 외로우실때 저녁때 찾아가면 "야, 이거 정말 못해먹겠다" 허허 그런 말씀도 하시고 그러면서 그자리에서 "어떻게 합니까 하셔야지"  "그렇다고 걷어차고 떠나실 순 없지않습니까?" 그 정도 말씀을 드릴 정도로는 가까웠어요. 그러나 우리가 가까워도 뭐 그렇고 않가까워도 그렇고…. 그리 큰 차이는 없죠.

▲ 추기경님께서 농반진반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겠지만 왜 힘들다고 하신거죠?

= 마산교구에서 올라오셨으니까 그정도 마산교구라면 서울에 비해서 교세라던가, 모든 단위가 10분의 1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돼요. 신부 숫자라던가 거기에서는 가정사를 처리하던 분이 여기 오니까 뭐 아주 큰 회사를 맡으신거 뭐 좋게 얘기하자면 읍장을 하시다가 갑자기 계단 밟지 않고 도지사가 되었다거나…. 이런 정도의  어려움이나 외로움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와서 친구들이 그렇게 많지 않으셨고요.

그래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고 또 일을 하시는 데에는 재고 또 재는 그런 성품이셨어요. 그래서 우리가 볼 때 크지 않은 일을  크게 고민하시는거 아닌가? 그래 가지고 사실 불면증이 생기지  않으셨나...근데 그 불면증이 꽤 오래갔어요.

▲ 그런데 추기경님이 어떻게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리더십을 확보하셨다고 보세요?

= 글쎄 이런 말씀을 드리는게 외람되는 지는 몰라도 성실한 데에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아무리 부족하고 실수를 해도 성실함만 인정 받으면 다 덮어 줄수 있는 거니까. 참 성실한 분이셨어요. 기도 생활도 그렇고 대인관계도 그렇고 특히 아랫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점이 사람들의 감복을 사고 동감을 얻었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찾아와서 추기경님 뵙고 가잖아요. 정치인들 왔다간 뒤 뭐라고 하시던가요?

= 별로 말씀 없었어요. 별로가 아니라 전혀 말씀이 없으셨어요. 참 이상하다 생각을 했는데  "오늘 아무개가 와서 이렇게 했어" 해야 마땅한데 재밌는 것도 있을 것 같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참 철저히 그런 것은 잘 따지셨던것 같아요. 그사람들을 말을 우리 한테 전해 주실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그 사람들한테 심각한 일들이 우리 한테는 재미로 들릴 수 있고 그게 아마 비밀을 지킨다하는 그런 의미도 될런지 몰라요.

▲ 마지막으로 추기경의 선종을 통해서 우리가 느꼈으면 하는게 있다면?

= 겸손이라고 하는데. 몸을 낮추시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아요. 어린아이들이 세배를 오면 사람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죠. 세배 돈을 비서 시켜서 나누어 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을 귀찮아서 애들이 왜 오냐 해서 거절 할 수도 있고, 그럴 텐데 일일이 안아주시고 손에 선물을 들려주시고 그리고 천성적으로 그분의 웃는 모습이 참 좋아요. 바보 웃음이라고 그랬는데….

어떻게 보면 천진난만한 웃음이시고 어떻게 보면 아주 저 양반은 화내보지 않으실꺼다…. 그냥 웃음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그 매혹적..매혹적은 아니죠. 그 웃음에 감염되는 것 같아요.

민주화...민주화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잖아요. 그것도 벌써 언제적 이야긴데...  그것을 떠나서 호감이 가고 그런데...그 분이 돌아가셨다....돌아가셨는데 남긴 것도 없고...장기를 기증했다는데...눈을 적출해가지고 각막을 벗겨 가지고 그것을 눈 못보는 사람한테  이식을 해가지고 두사람이 빛을 받았다....그런 얘기들은 사실 좀 이상한 뉴스나 이상한 소식에 식상한 사람들 한테는 굉장히 신선했을 것 같아요. 그 미소 자체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아 이분은 한번 뵈야겠다...안뵈면 마치 역사의 현장에서 뒤지는 것처럼 생각을 해서 오지 않았나....

그러고 매스컴에서도 대부분 신나게 보도 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판에 박힌 뉴스만 쭉 나오다가  완전히 새로운 뉴스 아니예요? 그래서 매스컴 덕을 많이 본것 같습니다. 매스컴의 힘이 얼마나 큰지 파괴적인 힘은 말할 것도 없지만 건설적인 면에서도... 평일에 30명 정도가 장기기증을 하다가 150명 기증했다고 그러죠...보도나간 다음 날...  사실 그게 전염병아니예요? 아주 좋은 전염병이죠. 그 바보 웃음 덕에 여러 사람이 덕을 본 것 같아요.

 

[편집자주] 날카로운 문화적 감각과 통찰력이 묻어나는 인상깊은 칼럼으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주형 기자는 1995년 SBS에 공채로 입사해 문화부와 SBS스페셜 등 호흡이 긴 기사와 방송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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