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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인가, 만용인가? 위험 마다않는 종군기자들

다시 불붙은 중동의 화약고, 이민주 특파원 전선을 가다 ②

이전 글에서 설명드린대로 제가 취재를 벌이고 있는 <키부츠 니르암>은 양측의 접경 답게 전투기들의 비행음과 포성, 총성이 생생하게 들리는, 가자지구 내부를 제외하곤 최적의 취재 장소입니다.

 

                      전선을 가다 ①편보기 : 필사의 질주…생사의 갈림길에 선 12초

      

따라서 세계 유수 언론사들의 특파원 수십명이 현재 이 곳 주변에 모여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자지구가 잘 보이는 전망좋은 언덕에는 방송사 특파원들과 신문사 사진기자들이 곳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방송을 하거나 셔터를 눌러대고 있습니다.

      

특파원들의 리포트에는 현장성을 살린다는 취지로 의무적으로 스탠드-업 (리포트 중 취재기자가 얼굴을 드러내며 멘트하는 것)을 포함하게 돼 있습니다.

특히나 전쟁 취재에서는 현장성이 생명이기에 특파원들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교전이 진행되고 있는 곳 근처에서 스탠드-업을 하게 됩니다.

이 곳에 도착한 이후 저 역시 보다 나은 스탠드-업 배경을 수소문했고 어제는 APTN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근처 언덕배기로 향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흙 길을 얼마쯤 걸었을까...10여개의 송출 밴과 수십명의 특파원, 사진기자들이 20미터 전방쯤에 나타난 순간, 갑자기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하마스의 박격포 (어쩌면 카삼 로켓일지도..) 3발이 시차를 두고 주변에 떨어졌습니다.

혼비백산, 남들 하는대로 일단 머리를 감싸쥔 채 잽싸게 흙바닥에 엎어지긴 했지만 주변에 몇 그루 나무 외엔 몸을 숨길 데가 전혀 없어 호흡이 절로 거칠어졌습니다.

다행히 박격포 낙하 지점이 일행이 있던 곳으로부터 좌우로 2백미터 가량 벗어났기 망정이지 제대로 맞았더라면 특파원 수십명이 졸지에 황천길에 동행할 뻔 한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이프간전, 이라크전, 레바논전 등 규모가 큰 전쟁 취재는 이골이 날 정도로 다니다 보니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순간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돌이켜 생각할 수록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신기한 곳은 이런 끔직한 상황을 겪고도 단 한 명 자리를 뜬 사람이 없는 점입니다. 다들 상기된 표정으로 눈이 동그래지긴 했지만 서로 행운을 축하하며 이내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가더란 말입니다.

      

저 역시 잠시 쭈뼛거리다 APTN 기자에게 방탄조끼와 헬멧을 빌려 스탠드업이 매끄럽게 완성될 때까지 몇차례나 반복하곤 그 곳을 떴고 오늘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작업을 되풀이 했습니다.

아마도 거의 하루종일 포성에 묻혀 지내다 보니 위험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거나 '설마 나에게...'라는 확신이 지나쳐, 지나면 그 뿐이라는 대담함으로 발전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야 길어야 1, 20분 가량 스탠드업과 가자지구 관찰을 위해 그곳에 머물고 대부분은 방공호 근처에 있는 임시사무실에서 보내지만 SNG 송출밴 근무자들은 교대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종일을 눈을 씻고 봐도 피신할 곳을 찾을 수 없는 허허벌판 그 곳에서 보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요행히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있지만 행운이 언제까지나 함께 할 지는 누구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기에 그들의 대담함이 점차 만용으로 느껴집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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