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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능, '센터 시험'

[유영수 기자의 좌충우돌 일본 정착기]일본 수능 '센터 시험' 한국과 달리 자격 시험 성격

                                 

         

출생률 저하로 센터 시험 지원자 크게 줄어

한국의 수학능력 시험에 해당되는 일본의 대학입시 '센터 시험'이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치러 졌습니다.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으로 '센터 시험' 또는 줄여서 '센터'로 불리며, 대학입시의 첫번째 관문이자 본격적인 수험 시즌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시험입니다.

올해는 지난 1990년 이 시험이 도입 된 이래 가장 많은 621개 4년제 대학과 156개 단기대학(우리의 전문대에 해당)이 참가해,  전국 736개 고사장에서 동시에 치러졌습니다.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만 명 적은 54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출생률 저하가 직접적인 이유라고 합니다. 지원자 수가 55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14년 만이고 지난 2003년이 피크였다고 합니다.  

시험 과목은 국어(일본어)와 지리.역사,공민(우리의 사회 탐구 영역에 해당 사회, 윤리, 정치), 수학, 이과, 외국어 등 모두 6개 교과에 28개 과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립 대학은 대부분 5개 교과 이상을 반영하지만  사립대학은 자율적으로 이용 방법과 과목수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대학이 아니라 약학부만 반영한다거나 6개 교과 중에 수학과 외국어만 반영하는 식입니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외국어 교과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에 이어 한국어가 5번째로 추가됐는데, 네이티브 스피커인 우리도 쉽게 풀 수 없는 높은 난이도로 해마다 시험문제가 우리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곤 합니다. 

시험당일 언론, 수험생 등 차분한 분위기 한국과 달라

제가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게이오 대학에서도 수험생들이 시험을 봤습니다. 호기심에 고사장 주변을 얼쩡거려 보기도 하고 관련 뉴스도 유심히 지켜 봤는데, 분위기가 참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여러가지로 차분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하루 종일 수능에만 매달리지는 않더군요. 일본 공영방송 NHK 뉴스나 신문을 봐도 고사장 주변 스케치와 해프닝 등을 덤덤하게 다루는 정도입니다. 올해 센터 시험의 가장 큰 해프닝은 영어 리스닝 시험중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려서 시험을 못 본 학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한 정도라고 합니다. 시험 당일 아침 후배들의 응원도 있지만 인원수를 보나 분위기를 보나 별로 요란하지 않고, 특히 학부모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초조하게 발을 동동거리며 시험을 잘 치르기를 기원하는 풍경은 찾기 어렵습니다. 굳이 평소와 다른 점을 찾자면 지방에서 시험을 치르러 상경한 고등학생들로 도쿄내 숙박 시설이 꽉 찼다는 정도일까요. 

                                 

센터 시험 대학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크지 않아…'대학별 고사'가 당락 좌우

가장 큰 이유는 전체 대학입시에서 센터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한국의 수능처럼 국가(문부과학성)가 주관하는 시험이지만, 한국 정도의 중요성은 없습니다.

국립대학과공립대학은 의무적으로 센터 시험 성적을 반영해야 하고, 사립대학도 도입하는 대학이 지난 1990년 16개에서 올해는 전체의 85%에 육박하는 466개로 늘어 났지만 정말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우리의 본고사에 해당하는 '대학별 고사'입니다.

센터 시험은 말 그대로 고교 기초학력을 측정하는 자격시험의 성격이강할 뿐, 한국처럼 대입사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유명 대학과 유명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시험을 대부분 잘 보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고 합니다.  도쿄대학의 경우도 국립대학이어서 5~6개 교과의 센터 시험 점수를 반영하지만, 대부분 국어(일본어)와 영어, 수학 등 7~8개 과목으로 구성된 2차 시험에서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사립대학은 더 심합니다. '완전 자율'이다 보니 센터 시험보다는 자체 시험, 즉 '대학별 고사'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도입 초기의 저조한 센타 시험 참여율에서 보듯, 대부분 사립대학은 센타 시험의 변별력을 별로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입시과목 뿐만 아니라 입시 일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굳이 문부 과학성이 주관하는 시험, 그것도 변별력이 낮은 시험을 도입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최근 센터 시험 참가 사립대 증가…국·공립대 불합격생 유치 고육책

그런데 왜 최근 센터 시험에 참가하는 사립대학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을까요?  일본의 언론들은 국·공립대학의 인기가 사립대학보다 훨씬 높은 일본 특유의 입시풍토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립대학의 유치경쟁이 빚은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사립대학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죠.

즉, 인기가 높은 국·공립대학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사립대학의 고육책이라는 것입니다. 별도의 시험준비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외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센터 시험을 넣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학생들 입장에서는 별도의 대학별 입시준비를 하지 않고 센터 시험 준비만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당연히 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사립 중·고 입시경쟁 치열…일본식 '추천 입학제' 때문

말 나온 김에 일본의 '추천입학제'에 대해서도 덧붙이겠습니다. 이 제도는 미션스쿨 같이 교육 이념이 같은 중·고등학교에서 내부 추천만으로 대학으로 진학하는 방식인데,  일본 사립대학에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문부 과학성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선발 방식 중 추천입학제 비중이 지난 97년 27%에서 지난해에는 36%로 높아졌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일본의 사립명문 게이오 대학이 대표적인데 게이오 중·고등학교 출신이 큰 문제가 없으면 게이오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입니다. 흔히 한국에 비해 일본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 입학경쟁, 더 나아가 명문 초등학교나 유치원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여입학제는 일본서도 일체 허용 안해

그러나 일본에서도 기여입학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내는 것만으로 신입생을 받아 들이는 학교는 한 군데도 없다고 하네요. 시험의 공정성을 해치고, 부정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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