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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① 동네의원 절반이 농지 보유…농사는 안 짓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재산 편

[마부작침] ① 동네의원 절반이 농지 보유…농사는 안 짓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7개 광역의회 의원 810명, 226개 기초의회 의원 2,882명의 임기가 절반 지났다. 반환점을 돈 지방의회의 지난 2년, 그리고 남은 2년은 어떠할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 8월 기초의회 전반기 의장단의 황당한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보도했다. 이번엔 지방의원 3,692명이 신고한 재산 내역을 분석했다. 신고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혹은 적은지 같은 기본 분석 외에도 의원 신분을 이용해 자신의 재산을 늘리려고 하진 않았는지, 재산 형성과 운용 과정에서 법을 어기진 않았는지 살펴봤다. 우리가 지방의원에 특히 주목했던 건, 3천7백 명에 이르는 의원 수에, 적잖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감시와 견제에서 한 발 비껴 나 있기 때문이었다.

● 동네의원 재산 내역, 어떻게 확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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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등록 및 공개는 정부와 국회,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 이뤄진다. 먼저 서울, 부산, 경기 등 광역시도의회 의원의 재산 내역은 매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공개한다. 기초 시군구의회 의원의 재산은 각 광역자치단체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맡는다. 이를테면 서울시의원은 정부위원회에서, 서울 종로구의원은 서울시 위원회에서 담당하는 식이다. 정부위원회가 공개하는 내역은 관보를 통해, 광역단체위원회의 내역은 각 시보나 도보에서 볼 수 있다.

전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재산 내역을 전부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보를 찾아보고, 또 17개 광역시도의 시보와 도보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마부작침]이 그렇게 했다. 분석 대상인 지방의원 3,792명의 재산 내역을 모두 합하니 5만 8,785건이었다.

● 평균 재산 16.8억 원.. 55.8%는 농지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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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과 기초의원들이 신고한 재산을 모두 합하면 6조 2,030억 원에 이른다.(2019년 12월 기준) 한 사람 당 평균 16억 8천만 원으로, 중간값은 10억 1천만 원 정도였다. 고액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 보니 중간값과 평균의 차이가 큰 편이었다. 건물과 토지를 더한 부동산 비중이 50.8%로 가장 컸고 채무 25.8%, 예금 16.8%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역시 집값이 비싼 서울의 기초의원들이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71.6%로 최대였고 경기도 기초의원들이 55.8%, 다음으로 많았다.

전체 의원의 69.5%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토지는 5억 9,593만 제곱미터에 이른다. 토지 소유자 한 사람이 축구장 면적 33개 정도의 땅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서 논과 밭, 임야 등 농지만 따로 따져보니 전체 지방의원의 55.8%, 2,054명이 농지 약 2억 제곱미터를 갖고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파악한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은 21억 8천만 원이었다. 2019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평균 재산은 4억 3,191만 원이다. 지방의원의 평균 재산 16억 8천만 원과 비교하면 국회의원은 일반 가구의 대략 5배, 지방의원은 4배 정도 많다고 볼 수 있다. 재산이 많은 건 물론 죄가 아니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운영하는지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 경자유전..."농지는 농민만 소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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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헌에서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헌법에 명시됐다. 비로소 지주·소작 제도에서 벗어나 농지를 농사짓는 자만 가질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농지 2억 제곱미터를 가진 지방의원 2천여 명은, 과연 논밭을 일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까?

#사례 1: 개발제한구역인데 고철 업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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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농지로 손꼽히는 김해평야. 그중에서도 낙동강과 지류천인 맥도강이 감싸는 김해공항 남측 평야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고철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현재 고철 재활용 업체가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

고철 업체가 사용하는 땅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2동 4603번지와 4604번지 3천3백 제곱미터, 소유자는 부산시의회 김동일 의원이다. 김 의원의 재산 내역에 이 땅은 답(畓), 즉 논으로 3억 5천만 원에 신고돼 있었다. 농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고철 업체에 땅을 빌려줬다. 김 의원 본인 역시 농사를 지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명백한 농지법 위반이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 임대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으며 고철 재활용 업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김 의원의 땅은 개발제한구역에 속해 농지 전용도 불가능한 상태다. 부산 강서구청은 이미 3년 전 김 의원이 불법 전용을 하고 있다며 토지를 원상 복구하라고 행정 명령을 내렸지만 복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동일 의원은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땅이라서 농사짓기가 애매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토지를 원상 복구할 계획이고 이유가 어찌 되었든 본인 잘못이고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토지 원상 복구 유예기간이 2021년 12월이지만 가급적 올 연말까지 업체와의 계약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사례 2: 농지를 사서 주차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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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목화요양병원. 작년에 병원 건물 뒤로 주차장을 확장했다. 주차장 부지는 진주시 망경동 493-3번지와 495번지 1천5백 제곱미터, 이 부지 소유자는 경남도의회 장규석 의원의 배우자다. 장 의원 배우자는 2017년부터 2년에 걸쳐 농지를 사들인 뒤 작년에 포장해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장 의원은 이 땅을 3억 5천만 원 현재가로 재산 신고했다. 장 의원은 병원 이사장이다.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어떤 목적으로 농지를 사용하겠다는 일종의 계획서다.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이 농지의 증명서를 보면 취득 목적이 '농지 경영'이라고 나와 있다. 농사짓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증명서와 달리 이 땅은 주차장이 됐다. 농지라도 적법하게 전용 허가를 받으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려면 공시지가의 30%를 농지전용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이 농지의 전용부담금은 대략 1천6백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용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장 의원은 부담금을 아낀 셈이다.

[마부작침] 취재로 이 사실을 파악하게 된 진주시청은 이 부지 소유자에게 토지 원상 복구 명령을 내렸다. 장규석 의원은 "병원 주차장 부지가 부족하기도 해서 주민들과 함께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며 "적합한 행정 절차를 거쳐 지목을 변경 중"이라고 해명했다. 

#사례 3: 일부만 허가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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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청계면 도림리의 주유소와 인근 땅, 무안군 의회 김경현 의원이 소유했다고 재산 신고한 곳이다. 건물 2억 1천만 원, 토지 1억 4천만 원. 주유소는 농지전용과 개발 허가를 적법하게 받았는데 문제는 토지다. 김 의원은 도림리 559-4번지 829제곱미터는 허가받을 당시에 포함시키지 않고 현재 주유소 진입로로 쓰고 있다. 역시 농지법 위반이다.

김경현 의원은 "법을 잘 모르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점 반성하고 있다"면서 "현재 지목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강원 춘천시의회 김진호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다 현재는 배우자와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배우자 명의의 농지 일부를 허가 없이 식당 주차장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차량들이 무단 주차한 것"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지목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창군의회 김향란 의원과 충북 청주시의회 박정희 의원은 농지를 불법 임대한 게 적발돼 각각 1심에서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 한결같은 답변... 허가 안 받은 이유는?

농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의원들은 [마부작침]에게 한결 같이 지목을 변경하고 농지전용 부담금을 납부하겠다고 말했다. 농지전용 부담금은, 농지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전용)하는 데 대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일종의 세금이다. 불법 전용 사례가 많다 보니 이를 제한하기 위한 방지책의 일환이다. 의원들은 전용과 개발 허가를 받지 않은 게 잘못인 만큼 이제라도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허가를 받고 부담금을 내서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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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전용을 막기 위한 수단인 만큼 부담금 액수가 적지 않다. 해당 농지 공시지가의 30%가 통상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이다. 3.3제곱미터 기준으로 상한액은 5만 원이다. 사례 2의 장규석 의원은 불법 전용한 농지의 3.3제곱미터 당 공시지가가 올해 5만 3,500원으로, 추산해보면 약 1,60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이 부담금 내는 게 아까워서 전용 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용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적발되는 일이 드물다 보니 굳이 나서서 허가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농지 전용 문제는 지자체의 농업정책과 소관인데 1~2명 인력이 다른 업무와 함께 맡다 보니 지역 내 모든 농지를 점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담당자들은 설명했다. 대개 신고 들어오면 현장 확인해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과 형사고발을 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불법 전용한 농지를 다 알기 어렵고 소유자도 적발되면 복구하면 그만이라 겁내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김 호 농업개혁위원장(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은 "원상 복구 명령에 그칠 게 아니라 공직자에게는 부담금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징벌적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 부실한 재산 심사... 농지라도 검증해야

해마다 공직자 재산 내역이 공개되면 언론과 시민단체는 주로 주택에 집중한다. 특히 다주택자 검증은 꽤 꼼꼼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토지 검증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토지는 필지 주소와 지목만 공개되기 때문에 검증 자체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농지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농지전용 허가 및 부담금 납부 여부' 등 비교적 간단한 절차만 추가하면 검증 가능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김예찬 활동가는 "공직자 재산 등록 과정에서 관련 서류만 제출해도 훨씬 쉽게 검증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공직자위원회에서부터 검증이 가능하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취재: 심영구, 배여운, 배정훈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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